여기저기 찔레꽃이 곱게도 피었다.
개량 되어서 가시가 없는 찔레꽃이라며 여러 색으로 있던데
뭐니뭐니 해도 원조가 제일 아닌가 싶다.
찔레 줄기 꺾어 껍질 벗겨 먹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그때는 참 산에도 먹을 것이 많았다.
찔레도 그렇고, 삐비도 뽑아 먹고 날 더워지면 산딸기며 머루며 다래도
따 먹고 다녔었다. 아카시아 꽃도 손가락을 모아 엄지와 검지로 훝어서
한 입에 털어 넣기도 하고.. 좋다고 산이고 들로 뛰어 다녔었는데
아주아주 먼 오래된 추억일 뿐이네 지금은..
둠벙에 가서 수풀을 들어 올리면 우렁이가 주렁주렁 자리공처럼 매달려
올라왔고, 찰박찰박 물 빠진 고랑 돌틈 사이에는 미꾸라지가
어린 아이들 장난에 몸서리를 치며 숨어 들고는 했었는데
반딧불이 따라 다니며
달그림자 밟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우리집에는 없는 사촌의 세발 자전거 뒤에 한 번 얻어 타고 싶어서
손가락을 빨며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던
헤진 소매끝으로 나온 꼬질한 손등과 검정 고무신 그리고..
멀리서 엄마가 밥먹자고 부르는 정거운 소리...
그땐 백열등 하나여도 어두운 줄 모르고 살았다.
마당에 감나무 있는 집이 그렇게 부러웠고, 밭에 토마토 심는 아이네가
참 좋아 보였다.
우리집 밭에는 고추며 오이며 가지며 감자는 있었지만 토마토는 없었고,
마당은 그냥 마당이었지만 커다란 암소 한 마리가 메어 있기는 했었다.
엄마더러 이러쿵 저러쿵 조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때도 엄마의 인생이 버거워 보였을까?
떼쓰면 안될것 같은 마음이 있었는지 그거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나중에 누구네 집처럼 울타리에 장미도 심고, 포도나무도 심고
감나무랑 백일홍이랑 능소화도 심어야지 그랬었는데..
이제는 아파트에 한 번쯤 살아 보면 어떨까.. 쓰잘데 없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저녁먹고 남편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