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도 더 된것 같다.
엄마네 다녀왔다.
지난 주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내가 서울에서 늦게 내려오는 바람에
못가고 오늘 아침에 퇴근하고 온 아들이랑 남편이랑 셋이서
아니 우리집 멍뭉이랑 넷이서 다녀왔다.
어제 4차 맞았다는 엄마는 어깨가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다고 하시고..
몸살기운도 좀 있으신지 눈이 천리는 들어 갔다.
엄마의 자연스러운 하얀 머리는 너무너무 멋지다.
나도 나중에 육십 다섯만 넘으면 염새이고 파마고 안 해야지 속으로 생각했다.
멍뭉이 엄마집에 모셔두고 식당가서 밥 먹고...
돌솥밥이여서 그런지 엄마가 밥을 지대로 잘 드셔서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엄마네 냉장고는 털어도 털어도 채워진다.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고..
떠내도 떠 내도 차 오르는 우물 같다.
여름에 한가해지면 엄마네 와서 한동안 있으라는 남편...
차가... 운전이 좀 그렇잖어.
운전해도 되지 않겠어. 괜한 걱정 같아 하고 내가 이야기 했더니
엄마가 펄쩍 뛰고..남편도 그건 아니라고 하는데
큰아이 한마디에 마음 접었다.
엄마..만의 하나가 무서운 거잖어. 만의 하나 뭔 일 생기면 엄마도 엄마고 타인은..
하는데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차 없이 엄마집에 며칠씩 있기는..흐흐흐..심심하고..
엄마한테도 딸은 며느리가 아니고 딸이라 챙겨야 할 대상이 되어 버릴테니
내가 아무리 챙기려 한데도
눈처럼 하아얀 울 엄마 머리를 보며 내가 어찌 마음 편할까 싶기도 하고..
언니나 동생이나 내려온다면 두말 없이 어떻게든 달려가겠지만
엄마도 혼자 살아온 세월이 벌써 20년이 넘었으니 혼자가 편할 것이고,
나 또한 불편하다고 늘 투덜 거리지만 남편있는 집이 편한 건가부다.
여기저기 구경도 가고 시장도 가고 병원도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중교통은 멀고 불편하고.. 엄마는 기운없고
나는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다.
날이 쌀랑하다.
우리집 남자는 모임갔고, 큰아이는 친구 만나러 나갔고
엄마네 다녀와서 산책 다녀 온 우리집 멍뭉이는 피곤한지
또아리를 틀고 누워 취침 중이시다.
꾹꾹 눌러 놓았던 코로나 누름돌이 치워지고 있는 모양새니
남편은 더 안팍으로 바빠질 것이고 나는 더 여유로워지겠구나
봄이 이렇게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가 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 처럼 인생도 그렇게 날마다 똑같은 듯 그렇게 그렇게
흘러 가고 있겠지.
엄마네 애기 잡초 하나 없는 텃밭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저리니 몸이 고생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