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다르고 자고 나서 다른 마음이
이런거구나 싶다.
어제 오후 늦게 남편이 1박 모임이라며 동상에 들어갔다.
친정에 다녀와서 다른 사람들 보다 늦게 합류한 것이다.
여름에 휴양림 들어가 휴가 보내고 오는 모양새로 년중 행사인 것이다.
티비 소리가 없는 저녁
망부석 마냥 남편을 기다리던 멍뭉이도 지쳐 또아리를 틀고..
초저녁부터 뜨개질을 잡은 나는 움직일 일 없이
멍뭉이마냥 망부석처럼 앉아 손만 놀리는데
이 편안함은 뭘까...
넓은 침대는 허전함 보다는 넉넉함으로 다가오고....
고요한 집안은 쓸쓸함 보다는 편안함으로 느껴지고
움직일 일 없는 나는 안정적으로 앉아 무엇보다도 자유롭게 느껴지는 것
남편은 알까?
남편은 자기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행복하겠지만
코로나 덕에 몇 년을 하루같이 함께 나누던 공간을
혼자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아홉시 반이면 내려앉은 어둠을
자정이 너머 새로 한 시가 넘어가도록 밝혀두고 뜨개질을 해도 되고..
보던 드라마 보려고 티브이를 켜 놓고
드라마 보다는 무늬 넣기에 몰두해서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좋았다.
건너 뛴 저녁 식사 대신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라면하나 끓여 먹는 것으로 재미지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싶으면서도
나 서울 갔을 때
우리집 남자도 이런 해방감 느끼지 않았을까?
어쩌면 나보다 더 큰 해방감을 더나 행복감을 만끽하지 않았을까 싶다.
두 어번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다섯시 너머 문득 드는 생각...
뭔 모임이 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 남자들끼리 1박이야...싶은
이상한 모임이야 싶은.....
뭐 꿀리는 일 만드는 거 아니겠지 싶은...
흐흐흐흐...
내가 생각해도 웃겨......
그냥 엇저녁 느낀 그 해방감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야.
아니면..
너무 넓은 침대 덕분에 평소보다 더 많이 뒤척이고 더 많이 정신이 들었던
길고 긴 밤이 주는 피곤함 때문에 생긴
괜한 투정이지 싶다.
5월 바람이 차다..
그래도 햇살과 초록은 멋진 날이네
어느 멋진 5월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