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큰아이 쉬는 날 운동 다녀오더니
조용하기에 자는 줄 알았다.
저녁 먹으라 불렀더니
책 정리하고 있다고..
안그래도 책을 좀 정리하고 싶은데 아이들 책은 내가 맘대로 하기가
뭐해서 말만 꺼내놓고 언제 같이 하자~ 했었다.
그런데 한참을 방에서 혼자 그러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녁 상 정리하고 가서 책이랑 옷이랑 정리하고...
이거 버리게? 하면 어.. 오래됐어. 하거나 안 읽을걸...
몇 번이나 읽었어. 한다.
그렇게 나온 책이 어마어마하다. 거기다 공시 준비할 때 책이며 이런저런
많은 것들이 방 한가운데 모였다.
그렇게 큰아이 방을 정리하고
어제는 남편이 오랜만에 평일에 쉬어서 이것저것 하고 돌아다니느라 바빴고
오늘 또다시 눈 뜨자마자 커피 한잔 마시고 시작했다.
우리 방 책꽂이에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선물 받은 책은 선물 받아서, 너무 좋았던 책은 좋아서... 추억이 있는 책을
또 그 추억 때문에 그래도 내 방에는 먼지만 털어내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책들이 제법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에 여섯 이상은 나간 거 같다.
내가 들어낼 수 있을 만큼씩 묶고 또 묶고 또또 묶고,,
작은아이 방 책들도 정리했다.
전공도서만 남겨두고, 대부분 다 끄집어냈다.
거실 장식장에 있던 책들은 처음에는 좀 망설였는데..
뭔가 너무 허전할까 봐서... 엄마 사진으로 채우면 되지~ 하길래
아 그렇지 싶어 아낌없이 하나도 남기지 않고 끄집어내고..
버리기 아까운 책들은 기부할까 싶어서 군청이랑 읍사무소에 전화해 봤는데
기부는 받지 않는다고....
버리긴 아까운데... 했더니 그럼 헌책방 가져다주던지 하는 아들에게...
주차하기가 너무 어려워 거기 저걸 어떻게 다 들고 가냐 싶어
그냥 고물상에 가져다 주기로 했다.
책은 절대 못 내놓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아니네..
근데 진짜 정리하기 힘든 것은 따로 있더라고..
사진...
사진이 들어 있던 앨범..
이미 아주 오래전에 아이들 사진 디카로 찍어 시디롬에 저장해 놓고
내 폰 안에도 들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들이 참 정리하기 쉽지 않다.
앨범 째 내놓는 것은 상상도 못 하겠고,
새로 장만해 놓은 앨범 딱 그것만 채우고
언젠가처럼 마당 담장 밑에 앉아한 장 두장 태워야지 싶다.
결혼사진도 책이 다 바랬어.
뭐 좋다고 저렇게 많은 사진들을 찍었을까..
아이들 것이며 결혼식 앨범이며 신혼여행 사진들이며.....
추억은 쌓아가는 맛이라고 하던가..
아닌 것 같다. 추억도 너무 많으면 무거워 정리하기 힘들어..
추억도 주기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일상의 감정들처럼 말이야.
그때 즐거웠던 기억은 없고 거의 비슷한 표정의 얼굴들만 있으니
그럼에도 가족사진은 참 보기 좋네.
확실히 좋은 추억이 함께 있는 사진은 좋은 거 같아.
내일은 주방 쪽 정리해야지......
생활의 다이어트도 쉽지는 않은 것 같아.
평소에 좀 정리하며 가볍게 살아가는 법을 찾아봐야겠다.
잘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