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를 하는데 엄마 목소리가 좋지 않다.
어디 아프시냐고 물으니 아니라는데...
오늘도 일 했지! 했더니 했단다.
쪽파 심으려고 땅을 좀 골랐고,
올해는 유난히 배추에 벌레들이 많아서 소독하려고 버스 타고
시내 다녀오셨단다.
엄마 쪽파 안 심어도 되지 않아? 했더니
왜? 한다. 쓸데없는 소리 한다는 듯..
아니 엄마 나이도 있는데 그 땅을 다 굉이로 파서 심는 게 보통 일이냐고...
안 심어도 되잖어. 했더니
어떻게 안 심느냐고 땅이 있는데...
엄마! 김장도 그만해도 되지 않아? 했더니... 하겠단다.
올해까지만 하게 내년엔 우리 김장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했다.
올해도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굴뚝같은데
어차피 품앗이하러 다녀야 한다고..
안 다니면 되지. 했더니..
어떻게 그러느냐고..
우리 김장 아니면 안 해도 되잖어. 했더니 엄마도 먹어야 하고,
누구누구도 조금은 주어야 하고... 그런다.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엄마랑 같이 김장하고... 아니 엄마가 다 해놓으면
나는 가서 한 이틀 거들기만 하고...
엄마가 담아주는 김치며 이것저것 가져다 먹기에는
엄마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거 너무 잘 아는데..
엄마는 자꾸 뭐 하지 마라 하지마라 하면
서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나이는 엄마의 건강을 갉아먹는 누에처럼
그렇게 해가 갈수록 약해지는데...
딱 끊을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게 맞는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나는 엄마 김치 하나면 지금도 밥 한 공기는 뚝딱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만해야지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 싶기도 하고...
자구 뒷방으로 밀어내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나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보다 넓은 텃밭에 잡초 한 포기 허락하지 않는 울 엄마를..
손 딱 놓고 쉬게 하는 게 맞나 틀리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