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엄마

그냥. . 2022. 9. 21. 21:58

통화를 하는데 엄마 목소리가 좋지 않다.

어디 아프시냐고 물으니 아니라는데...

오늘도 일 했지! 했더니 했단다.

쪽파 심으려고 땅을 좀 골랐고,

올해는 유난히 배추에 벌레들이 많아서 소독하려고 버스 타고

시내 다녀오셨단다.

엄마 쪽파 안 심어도 되지 않아? 했더니

왜? 한다. 쓸데없는 소리 한다는 듯..

아니 엄마 나이도 있는데 그 땅을 다 굉이로 파서 심는 게 보통 일이냐고...

안 심어도 되잖어. 했더니 

어떻게 안 심느냐고 땅이 있는데...

엄마! 김장도 그만해도 되지 않아? 했더니... 하겠단다.

올해까지만 하게 내년엔 우리 김장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했다.

올해도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굴뚝같은데

어차피 품앗이하러 다녀야 한다고..

안 다니면 되지. 했더니..

어떻게 그러느냐고..

우리 김장 아니면 안 해도 되잖어. 했더니 엄마도 먹어야 하고,

누구누구도 조금은 주어야 하고... 그런다.

뭐가 옳은지 모르겠다.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엄마랑 같이 김장하고... 아니 엄마가 다 해놓으면

나는 가서 한 이틀 거들기만 하고...

엄마가 담아주는 김치며 이것저것 가져다 먹기에는

엄마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거 너무 잘 아는데..

엄마는 자꾸 뭐 하지 마라 하지마라 하면

서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나이는 엄마의 건강을 갉아먹는 누에처럼

그렇게 해가 갈수록 약해지는데...

딱 끊을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게 맞는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나는 엄마 김치 하나면 지금도 밥 한 공기는 뚝딱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만해야지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 싶기도 하고...

자구 뒷방으로 밀어내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나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보다 넓은 텃밭에 잡초 한 포기 허락하지 않는 울 엄마를..

손 딱 놓고 쉬게 하는 게 맞나 틀리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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