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가을햇살이 좋다

그냥. . 2022. 10. 12. 09:40

게으름이 변장한 무기력이 몸뚱아리를 자꾸

눕히는 아침..

남편도 아들도 출근하고

국수랑 나랑 뜨끈한 흙침대 위에 뒹굴뒹굴

혼자 중얼 거리는 텔레비전도 입 닫게 하고

유튜브 보다가 캡슐커피 주문할까 살피다가

햇살이 생긋 방안까지 들어와 앉아 놀자 한다.

아.........귀찮아.

조금만 더 있다가 

팔을 들어 눈을 가리고 몽롱한 상태로 빠져드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우리 집 남자다..

어찌 그리 잘 아는지

마눌이 뭔가 늘어져 있을 것 같은 감이 왔을까?
오늘은 끝나고 회식이라 좀 늦는다고..

모시러 갈까? 했더니 아니 얻어 타고 올 차가 있단다..

알았다 조금만 마셔라 하니

한 병! 한다.

한병의 기준이 가끔은 바뀌기도 하지만 한 병을 나는 늘 믿는다.

일어나야지.. 벌떡 일어나 화장실 갔다가 라테 한잔 만들어 온 사이 

부재중이 찍혀있다.

남편..

재다이얼을 누름과 동시에 마당에 차 들어오는 소리...

아..

오늘 보일러 기름통 채우기로 했지..

그사이 연결된 전화에 ... 기름 왔어요~ 하니

알았어. 하며 통화는 종료되고..

우리 집 바닥을 드러낸 기름통으로 기름이 콸콸콸 쏟아져 들어가겠지.

이제 추워도 괜찮아. 기름 가득 채웠잖아.

기름값은 눈 돌아가게 비싸다.

사실 몇 년 전에 25주년 기념으로 흙침대를 샀다.

기존 흙침대처럼 그렇게 딱딱한 침대는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션감이 없는 나는 쿠션감이 없는 침대 하고는... 영..

등도 아프고, 엉덩이뼈도 아프고..

뭘 깔아도 불편한 거야.

그래서 두툼한 토퍼를 하나 사서 깔았다.

근데 그게 두툼해서 좋기는 한데 침대의 따듯함이 어지간해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지

침대를 왜 샀는데

그렇게 몇 년을 지냈는데

며칠 전에 그 토퍼를 치워 버렸다.

푹신해도 등은 여전히 아프고, 뭔가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따듯하게 해서 근육을 풀어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틀 째..

제법 잘 잤다.

더 지내봐야 알겠지만

따듯하니 웅크리고 자지 않아도 되고 

새우잠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반듯이 신경 쓰다 보니

제법 반드시 잔다는 남편의 증언..

아마도 이전에 매트리스 침대를 쓰다가 흙침대로 바꿔서 몸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이제 제대로 뜨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흐..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지만..

그동안 라테는 식어 버렸고..

거품도 꺼져가고 있지만..

그래도 햇살은 인심 좋게 방안 가득 온기를 채운다.

가을은 그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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