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ㅡ내 얼굴에 가을이..

그냥. . 2022. 10. 22. 22:38

가을 길을 걸으면 아직 이렇게
야리야리한 들꽃들이 제법 있다.
이제 머지않아 된서리가 내리면
이렇게 가을 길에서 반갑게 만날 수 있는
들꽃들도 사라지겠지.
그 이별이 왠지 아쉬운 건지 뭔지
요즘은 자꾸 들꽃에 카메라가 간다.
똑같은 꽃을 비슷한 컷으로 몇 번씩
셔터를 눌러대고 또 눌러대고..
그럼에도 꽃은 특히 더
실물의 아름다움을 카메라로 다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다시 만날 꽃이지만 올해 지금 이 가을의
이별이 아쉬워 이 작고 소중한 아름다움을
여기에 이렇게 또 저장한다.
꽃은 내가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 꼭 저장하지 않아도 예쁘고
필 때 대면 알아서 피겠지만 말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사진 찍는 거를 아니 찍히는 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살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그냥 친구들이랑 어울려 사진 찍고 노는 게 일상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 얼굴이 내가 맞아? 싶을 정도로 변해 가는 것을 느끼고
그때부터는 사진을 가능하면 찍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거기에는 물론 외모에 자신 없는 부분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눈 하나는 큼직하고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에 친구이랑 찍은 사진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거울로 보는 내 모습 하고는 또 다른 놀라움...
내 눈 어디 갔어!
내 똥그랗던 눈 어디 갔느냐고!!!
아무리 크게 치켜떠도 눈 커플은 처져 있고, 눈두덩이는 움푹하다.
살이 좀 있으면 덜했을까... 하는 아쉬움..
누군가는 눈썹이며 아이라이너며 문신도 한다는데
나는 그런 거 무서워서 관심도 없고..
리프팅 시술도 해야겠다는 친구도 하나 있더니만..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월이 많이도 잡아당겨 내렸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글픔....
나............. 나이 들면서부터 사진 찍는 거 별로..
독사진이 왜 필요해? 했더니
친구 왈~
이렇게 사진 찍어 놓으면서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도
추억이고 소중하지 않냐 하던데..
난.... 나.. 나는 아니야...
남들 눈에는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아줌마.. 이거나
어디를 가도 어머니! 소리 어색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내가 아는 나는...
그래 이렇게 마음이 야리야리하듯
내 모습도 여리여리 했으면 하는 것인가?
허허허 어이없어.
마음도 나이 먹었잖아.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포기할 줄도 알고
적당히 여유도 부리고..
적당히 눈감기도 하고 말이야..
늘어지는 눈 두덩이 만 나이 먹는 거 아니야.
아쉬운 것도 있으면
뭐 나름 나이 먹는 게 좋은 것도 많잖아.
근데 그런데 말이야.
눈두덩이 움푹 들어가고.. 눈 작아지고.. 팔자주름 깊어지는 것하고..
여유며 타협이며 포기며.. 그런 거하고 바꾸고 싶지는 않은데!
그냥... 쫌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잡은 사진을 보면서...
살 좀 쪘으면... 싶은 것뿐...
눈꺼풀 좀 올라갔으면, 팔자 주름 좀 펴졌으면... 싶다..
힝... 나이는 왜 얼굴로 먼저 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살이 좀 있으면 후덕해 보이고,,,,
좋더구먼.. 그것도 남의 몫이니 원....
내 얼굴에 가을이 찾아 든지 이미 오래..
이제 겨울 초입에 접어 드는 건 아닌가 싶다.
그닥 정성 들이지도 않으면서 어느 광고 문구처럼 넌 뭐해줬니? 물으면
해 준것도 없으면서..가을이 깊은 내 얼굴이 못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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