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고구마 말랭이

그냥. . 2022. 11. 10. 21:53

 

멍뭉이를 위한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기 위해

껍질을 벗겨 찜기에 올려 쪘다.

맛나고 모양 좋은 고구마 말랭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은 일이다.

얼마나 적당히 잘 삶아지느냐에 따라 

나머지 일이 쉬워지고 힘들어지고 가 결정 나고

모양이 가지런해지고 아니 고의 차이가 결정이 난다.

딱 젓가락 들어갈 만큼만 삶아져야 한다.

그래서 고구마를 한꺼번에 꺼내지 않고 

익어가는 것부터 먼저 꺼내어 식히는 게 관건이다.

가능하면 바닥에도 구명 송송 채반을 받쳐 주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

잘 삶았다.

솥단지 앞에 서서 시간 재 가며 먼저 익은 것부터 꺼내 놓고..

잘 식도록 베란다 창문도 활짝 열어 커다란 쟁반에 펼쳐 놓았다.

좀 물컹한가.. 싶기는 했지만

식으면서 김 빠지면 괜찮아지겠지 했다.

밤 새 식혔건만..

고구마는 질컹하다.

잘 삶고 자시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말랭이 하게에 좋은 고구마를 찾는 게 결국은 제일 중요한 것이다.

밤고구마는 말리면 너무 딱딱해지고..

호박고구마는 색깔도 이쁘고 많이 질컹하지 않은 것 같더라고.

근데 우리 집에 있는..

밤고구마라고 얻어 온 순으로 심은 고구마는 그냥 물고구마...

그냥 먹기는 괜찮지만 칼질하기에는 너무너무 불편했다는 거..

손에 붙고, 칼에 들러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서 얌전을 냈다.

얌전? 아니 아니...

가장 많이 담아내기 위에 줄을 세웠다고 해야 맞다.

저 고구마는 우리 집 멍뭉이의 아마도 다음 고구마가 나오는

그 계절까지 먹어야 하는 별미 간식이니까..

같이 만든 간식은 무조건 멍뭉이 거지만

고구마는 소분하면서 하나 둘 내 입속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내일이 뭔날이라고..

큰아이가 들고 와서 내밀기에..

뭐야? 했더니 받아왔어 하길래

열어보니 우와.. 정성이 정성이...

이거 직접 만든 거구먼 니 여자 친구 서운해할 것 같은데

엄마가 먹은 거 알면~ 했더니

괜찮아. 엄마 어차피 난 군것질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렇지만 이거 아까우어서 어찌 먹냐..

두고두고 천천히 먹지 그래~

했더니...

이거 직접 만든 거라 오래 못 갈걸~ 한다.

제일 작은 걸로 하나 먹어보니 

우와 많이 달지도 않고.. 맛나다.

아들에게도 맛나다고.... 권하고..

아들이 한입 먹고 나니.. 이제 흐..

마음 편하게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

같이 먹자~ 했더니

알았단다.

남편에게 사진 찍어 보내며

아들이 빼빼로가 들고 왔는데 당신은 뭐 없어?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만 천백십일 원 줄게.. 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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