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갔다가 운동을 하러 갔다.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또는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손 위의 모래집처럼 손 빼 버리면 와르르 무너지는 것하고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있고,
나름 시간도 잘 가고 뻐근한 피곤함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작은아이 생일이다.
면접 보러도 갔다 오고...
새벽부터 움직여서 오후에는 쉬는가 했더니 학교 가야 한다고..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 쉬면서 맛난 거랑 먹고 그럼 좋으련만..
오늘도 바쁘기만 한 아들이 안쓰럽다.
생일이라고 특별해야 할 것 같은 청춘이
여전히 바쁘기만 하다.
주말에 맛난 거 먹을거야~ 하는데 쫌.. 마음이 짠했다.
내가... 가끔 내게 놀랄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이 말랑말랑 해 져서 그런가..
아님 돌처럼 굳어서 그런가...
그것도 아님 그냥 세상 만사에 시큰둥해진 걸까..
가끔 남편이 어떤 이야기를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면..
예전에는 분명 그것은 누구도 건드리면 안 되는
내 약점이었고, 그것을 겨누고 있구나 싶은 생각만 들어도
심장부터 벌렁 거리고 화가 끌어 올랐었는데
남편이 가볍게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도 들고..
한편 얄밉거나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ㄴ
그러라 그래.. 또는
그러든지 말든지..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우습다..
이 뭔지..
뭔가 해탈의 경지에 오른 건기..
아님 그냥 어떤 것에서든 스트레스는 싫어! 하고 싶은 건지..
그렇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지간에
한 십 년쯤 전부터 나에게 이런 나긋나긋한 유연함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내 몸은 어땠을까?
내... 관계는..
내 인생은... 지금 하고는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철이 없어 뻣뻣했다기보다는..
나만 손해 보고 사는 거 같아서 발악했다고 하고 싶은..
뭘 몰라서 그랬던 걸까?
그냥 요즘 드는 생각..
조금 더 일찍 유연하게 인생을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지금이라도 이렇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상처만
주고받을 수 있기를..
아니 그냥.. 나이 먹어서 좋다.
말랑말랑해진 건지..
딱딱해져서 어지간한 외부 자극에는
꿈쩍도 안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이 먹어 좋은 건...
심각함이 많이 사라졌다는 거...
그거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