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가벼워진다는 것

그냥. . 2022. 11. 16. 22:14

 

병원에 갔다가 운동을 하러 갔다.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또는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손 위의 모래집처럼 손 빼 버리면 와르르 무너지는 것하고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있고,

나름 시간도 잘 가고 뻐근한 피곤함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작은아이 생일이다.

면접 보러도 갔다 오고...

새벽부터 움직여서 오후에는 쉬는가 했더니 학교 가야 한다고..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  쉬면서 맛난 거랑 먹고 그럼 좋으련만..

오늘도 바쁘기만 한 아들이 안쓰럽다.

생일이라고 특별해야 할 것 같은 청춘이 

여전히 바쁘기만 하다.

주말에 맛난 거 먹을거야~ 하는데 쫌.. 마음이 짠했다.

 

내가... 가끔 내게 놀랄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이 말랑말랑 해 져서 그런가..

아님 돌처럼 굳어서 그런가...

그것도 아님 그냥 세상 만사에 시큰둥해진 걸까..

가끔 남편이 어떤 이야기를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면..

예전에는 분명 그것은 누구도 건드리면 안 되는

내 약점이었고, 그것을 겨누고 있구나 싶은 생각만 들어도

심장부터 벌렁 거리고 화가 끌어 올랐었는데

남편이 가볍게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도 들고..

한편 얄밉거나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ㄴ

그러라 그래.. 또는

그러든지 말든지..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우습다..

이 뭔지..

뭔가 해탈의 경지에 오른 건기..

아님 그냥 어떤 것에서든 스트레스는 싫어! 하고 싶은 건지..

그렇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지간에 

한 십 년쯤 전부터 나에게 이런 나긋나긋한 유연함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내 몸은 어땠을까?
내... 관계는.. 

내 인생은... 지금 하고는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철이 없어 뻣뻣했다기보다는..

나만 손해 보고 사는 거 같아서 발악했다고 하고 싶은..

뭘 몰라서 그랬던 걸까?
그냥 요즘 드는 생각..

조금 더 일찍 유연하게 인생을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지금이라도 이렇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상처만

주고받을 수 있기를..

아니 그냥.. 나이 먹어서 좋다.

말랑말랑해진 건지..

딱딱해져서 어지간한 외부 자극에는 

꿈쩍도 안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이 먹어 좋은 건...

심각함이 많이 사라졌다는 거...

그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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