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고 왔다.
가슴 깊숙이 짠내 가득한 바닷바람이 밀고
들어오는 이 느낌 이 느낌이 너무 좋다.
쏴아아 파도가 바람을 부르는지 바람이 파도를 일으키는지..
추운 겨울 바다에는 인적은 드물고 갈매기도 없다.
다만..
서해바다가 이렇게 깨끗했나... 서해바다는 바닷물이 좀... 했던
내 선입견을 와르르 깨트려 준 오늘의 저 바다..
멀리 저 멀리서부터 서서 다가오다가 무릎 굽히다가
몸 눕히며 스며드는 파도라니..
머릿속까지 깨끗하게 깨우는 것 같은 소리라니...
바다는 그렇게 나를 반겨 주었다.
겨울 그리고 바다..
오슬 거리게 춥기는 했지만
겨울의 바다는 그래야 또 그 매력에 빠져 드는 거 아니겠는가..
가만히 갯바위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붕어빵도 먹으며
불어대는 바람을 좀 피하고
파도를 바다를 수평선을 그리고 빈 하늘을 오래오래 바라보고
달려드는 소리를 더 많이 더 더 많이 듣고 싶었지만..
오늘 바다 갈 줄 모르고
어제 털 뭉치를 싹둑 이발시켜 버린 멍뭉이가
추워하는 바람에 서둘러 차에 올랐다.
아쉬움..
그래 아쉬움이 있어야 또 찾아오는 거지..
겨울바다...
나는 겨울바다가 제일 좋은 것 같다.
경포대 첫눈 덮였던 그바닷가도...
그 겨울비 뿌리던 정동진도.. 추암도
그리고.. 눈 날리던 바닷가의 새벽이 너무 좋았던
콘도 뒤 서해바다도
작은아이 군대 가기 전 가족여행이라고 갔던
해남 그 잔잔했던 바다도
겨울 그래 겨울이었구나 싶다.
멍뭉이 데려가서 앵글 안에 멍뭉이가 남편이랑 같이 있어서
흐뭇한 미소로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멍뭉이 없었음 아마도... 남편 뒷모습이나 바다만 열심히 찍어 댔겠지.
그 겨울 바다는 또 얼마나 쓸쓸했을까?
멍뭉이랑 같이 다니면..
물론 불편한 것도 많지만..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이나
혼자만의 감성에 빠져드는 일을 어느만큼은 피하게 해 주어서 다행이다.
남편과 뜨끈한 매운탕 한 냄비 해결하고 왔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삼천 원어치 국화빵과 이천 원짜리 구운 호떡 두 개 그리고 캔커피를
차 안에서 마시며 바라보는 바다는..
말 그대로 따듯했다.
소문난 식당 안 많은 사람들 속에 섞어 먹는 맛난 매운탕 못지않았다.
다만 남편이... 매운탕에 많이 많이 아쉬워했다지만 말이다.
앞으로 한동안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가 궁금하면..
이 몇 장 안 되는 사진들을 들여다보지 않을까? 싶다.
동영상은 오래 찍고 싶었는데 멍뭉이 쫓아다니느라....
그리고 바다에 머물렀던 시간이 워낙에 짧았다.
다음에는 따듯하게 입혀서 오래오래 놀다 와야지..
당장 오늘 멍뭉이 패딩 주문했다.
겨울 옷이 있기는 한데 요놈이 살이 쪄서는..
그리고 입고 빨고를 오래 해서 좀 줄어들기도 했겠지..
바다는 거기 그렇게 있었고..
내가 가기만 하면 언제든지 나를 반겨 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
누군가에게 나도 바다처럼 늘 한결같은 사람이면 좋겠다.
내게도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바다 같은 사람이 하나 둘 쯤 있음 좋겠다.
엄마...... 엄마는 기본이고... 엄마는 그래 진짜 바다 같다.
늘 거기에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은..
엄마 세월의 숫자가 가끔은 두려움으로 다가올 만큼 무거워지고 있지만..
나는 엄마가 늘 거기 그렇게 언제나처럼 나를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리라 믿는다.
겨울 그리고 바다...
아직도 그 바다 내음이 파도 소리가 물 묻은 바람이..
하아얀 모래사장이.. 부서지는 파도가
눈앞에서 귓속에서
마음에서 흔들거린다.
바다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쓰리고 상한 마음은 바다에 내어주고
따듯하고 현명함만 담아 나도 울엄마처럼 바다처럼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엄마 어른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