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지난

그냥. . 2023. 1. 9. 21:46

 

밤사이 한 번도 안 깨고 잘 자는 거 같더니 아침에 뭐 그리 피곤하신지 세상 피로는 모두 끌어안은 양 자고 있다
내가 잘 자서  저아이도 잘 잤겠거니 하는 거지 내가 설치는 날이면 저 아이도 설치는 듯  보이기는 한다
운동 갔다가 대리처방 받으러 갔다가 아들이랑 갈비탕 먹고 아들은 미용실로 나는 병원으로 왔다
아직 한 시간도 더 남았지만 집에 들어갔다 나오기엔 애매한 시간
병원 지하 카페에서 카프치노 한잔 주문해서 홀짝이다가 검사실로 올라왔다
점심시간인데도 많다
아픈 사람이 많기도 하다
내 예약시간은 정확히 한 시간 십이 분이 남았지만 일찍 온 만큼 삼십 분이라도 앞당겨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안돼도 어쩔 수 없다
올해 4년 차인 줄 알았는데 3년 차라고 남편이 그런다
아직 2년이나 더 여기를 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근데  오늘 운동하면서 만난 동병? 선배 언니의 말이 약 때문에 끝이 없다고 자기는 십 년 차 다니고 있다니 아이고 싶다
난 아니야 아닐 거야 보장도 없지만 약만 받아먹어도 된다면 굳이 여기? 싶기도 하다
언니가 새벽에 엄마네 내려와 방청소하고 엄마 퇴원해서 집에 갔단다
그 거리가 만만찮은데 역시 언니는 언니다
병원에 와 보면 병원 올 일 없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알게 된다

 

 

피곤하다 한다.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했는데 하기 싫고 귀찮다는

마음이 압력솥 추 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세지지만..

내일은 아들 출근이고..

그다음 날은 다 같이 가족들이 저녁을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으니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날 잡아 잡수하며 딸랑 거리는 게으름을 누르고 

더 푸짐하게 더 풍성하게

쌈무 대신 깻잎절임.. 앙파 절임 고추 절임 그리고 마늘장아찌랑

묵은 김치

거기다 쌈 싸 먹을 그동안 아껴 두었던 배추를 갈라 

가운데 속살 부분만 씻어 담았다.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삼겹살...

젓가락들이 바삐 움직임..

고기 중에서도 구워 먹는 고기를 제일 잘 먹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아들은 물에 빠진 고기는 별로라 하고..

남편은 뭐 워낙에 육류 좋아하니까..

열심히 구워내는데..

너는 안 먹냐? 한마디..

생각이 별로 없네.. 했더니 엄마는 왜 하루종일 입맛이 없어?

하는데

나도 모른다 그냥 좀 피곤할 뿐...

그래서 먹고 싶지 않은 건가..

가방 싸서 너네 엄마한테 가라.. 하는 남편과

엄마 밥그릇에 열 개 올려놓고라도 다 먹어하는 아들...

뭐 쌈박하게 맛난 거 없을까 싶지만 모르겠다 정말

내가 뭘 좋아하는지..

그렇게 마악 끝나 갈 무렵 두 남자 눈치 보느라 하나 둘 먹다 보니 먹어지고....

한 장 더 구워 나눠 먹고 나니 배가 든든하다.

일요일도 없이 1월 1일부터 일을 계속 한 우리 집 남자의 피곤한 

꿈길 옆에 거의 종일 집 비워 엄마 기다리느라 기다림에 지친 

멍뭉이의 꿈길이 함께 있다.

나도 오늘은 일찌감치 들어 누워야겠다.

 

무늬가 많은 뜨개를 하는데 자꾸 어딘가 틀린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데..

이렇게 많고 복잡한 무늬를 떠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자꾸 정신 줄은 놓는다. 아니 평소 정신상태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서 하다 보면 어딘가 무늬가 맞지 않는다.

저녁에 열심히 뜨고

아침에 틀린 곳 발견하고  오후에 풀어내거나

수정하거나 그리고 또 저녁에 열심히 뜨고..

그리고 또다시 살펴보면 어딘가 틀림..

다름이 아니라 틀림이다..

그래서 또 고치 거나 수정하고.. 다시 뜨고..

그렇게 엉금엉금  제법 올라왔다.

몸통의 절반은 올라온 것 같다.

이제 정신 바짝 차려야지..

그래도 만들어진 무늬를 보면 뭐 나만 아는 틀림이 아닌 

도안과 다름의 오류가 있기는 하지만..

나름 뿌듯하다.

도안과 다른 건 틀린 게 아니야 

도안이 정답은 아니거든 내가 규칙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정답이니까.

 

요즘 오디오북으로 인문학을 듣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정말로 말 그대로 콩나물시루에 물 빠지듯 그냥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이 책은 다시 한번.. 아니 두 번은 들어야 할 것 같다.

도움이 될 것 같아.

에세이나 산문집은 그래도 그래 그렇구나... 싶기도 한데

이 인문학은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따로 논다는 느낌..

듣고 있는데 듣고 있지 않는...

저 혼자 떠들어 대고 나는 다른 잡념에 빠져 있을 때가 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문득 들려오는 문장들이

그래.. 그렇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아... 그렇구나 싶은..

그래서 다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다시 듣기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쉬우면서 짧은 것부터 집중해서 듣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

소설은.. 사실.. 

신간 보다 내가 듣는 속도가 떠 빠른 느낌..

그리고.. 영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는 듣다가 포기하는 것들도

제법 생기드라고..

인문학 책도 제법 들을만하네...

아들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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