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이는 자기 기분에 제법 솔직해 보인다
먹기 싫으면 안 먹고
귀찮은데 놀자고 건드리면 무반응이거나 아르릉 거린다
남편 수면 방해할까 봐 거실에 나와 언니랑 통화하는데 따라나와서는 제 집안에 들어 가서는 오만상을 쓰고 있다
춥고 졸립고만 먼 통화가 저리 길어! 하는 표정이다
나는 내 기분을 얼만큼 표현하고 살까,.??..!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오로지 자식 밖에 모르시는 분이다
어려서는 몰랐다
엄마 삶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만만치 않아 보였고 그래서 그랬겠지만 뭘 해달라거나 관심을 달라거나 조르지 않고 얌전한 아이로 없는듯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엄마가 되고 만만찮은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 엄마가 보였고 우리 엄마는 정말 자식들 걱정에 머리가 하얗게 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엄마는 엄마니까 그렇게 생각했던것 같다
엄마도 엄마이기 이전에 나이 드신 머리가 파뿌리보다 더 하얀 그냥 한 사람으로 노쇠한 엄마만의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새삼스럽다
엄마
나
참 다른 듯 참 많이도 닮았다
내가 초저녁부터 망설였던 이 망설임을 엄마라면 어땠을까
물어보고 싶다
엄마는 어떤 말을 해 줄지 알것 같기는 하다
근데 나는 참 그냥 나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