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어가는 겨울밤.
차 문 열렸다 닫히는 소리에 우리 집 멍뭉이가
형아 왔다 싶은지 자다가 깨서는 멍 멍 한다.
아니야 국수야 형아 아니야.
했더니 알아듣고는 다시 숙면 모드로 전환했다.
하긴 며칠 째 집에 오지 않는 형아가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말이라도 통하면 이래 이래해서.. 라며 하소연이라도 할 건데...
큰아이가 현장에 나갔다가 현장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서
엊그제 그러니까 금요일에 오후 수술을 받았다.
금요일 아침 출근 했는데
늦은 오후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서울 못 가. 한다.
왜? 했더니 발목이 삐끗했어. 하길래 그래
정말 발목이 삐끗한 줄 알았다.
토요일 큰아이 쉬는 날 맞춰서 서울 올라가 작은아이 이사
시켜주고 내려 올 생각이었는데..
삐끗했으면 못 가지 그래서 남편 휴가 내라 하고 남편이라 가야겠구나
생각을 하다가
얼마나 다쳤을까?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니 안 받는다.
너무 태연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삐끗했다 해서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문자 해도 답 없고..전화 해도 안 받더니
그러다가 전화가 왔다 발목 골절이라고 수술해야 한다고
그래서 남편이랑 병원엘 쫓아갔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는 아들은...
그냥 다 나 때문에.. 그러는 것이 너무 안쓰럽고..
다행히 바로 다음날 수술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작은아이는 이사시켜야 하고..
전에 살던 집 비워 줘야하는데 날짜가 없고..
또 어쩌다 보니 엇그제 작은아이에게 광주에서 면접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와서
광주에 가야 해서
나 혼자는 아무래도 무리일 텐데 하는 생각..
삼층 높이의 2층에 계단이 비좁고 돌아 내려오는 구조라서
걱정이고
큰아이도 걱정이고 그렇다고 안 올라갈 수도 없고..
병원 수속 밟고 있는데 언니 전화가 왔다.
말 안해도 뭔가 통하는 듯한 느끼..
이따 전화 준다고 이야기하고 큰아이 검사하는 데 따라다니고
남편도 코로나 검사하고.. 언니 통화 해서 언니랑 용산서 만나기로 하고
남편이 아들 옆에 있기로 했다.
날마다 집구석에서 펑펑 노는데 이게 무슨 일이 이렇게 겹치는가 싶어
마음은 무겁고 수술인데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마음은 또...
그렇게 그렇게 해서 아침 일찍 나와 준 언니를 용산역에서 만나
연희동까지 전철로 이동해서
계약서 쓰고 이사짐 옮기고..
무거운 건 다 언니가 들어 날으려 하고..나는 그러지 말라 하고...
큰아이는 오후에 수술했다.
작은아이는 면접 잘 본 것 같다고.. 그런데 혹시 잘 되면 내려갈지 말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 하고
큰아이는 수술 잘 되었다고..
어쩌면 아들과 남편의 우대가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은 말 그대로 지랄 같고..
남편은 괜찮은 거라고 불행 중 다행이라고 시간이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인데
그나마 다행 아니냐며..
어디 아픈 거 아니고 시간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 감사하게 생각하자
하는데 나는 마음이 그렇지 않았었다.
병원 가서 아들 보니
아들 얼굴은 편안해 보인다.
엄마를 위해 가장 한 얼굴 같지는 않았다.
코로나 검사하고 내가 옆에 있어 주겠다 했더니
뭘 걱정하느냐고.. 혼자 있는 게 편하다며 가끔 들러 달라 한다.
아들은 늘 괜찮다 괜찮다 한다.
세상 불안해 보이는 엄마가 불안해할까 봐서..
세상 걱정 짊어지고 사는 엄마가 지 걱정에 등이 휠까 봐
그러는 거 알아서 더 안쓰럽다.
그래...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일이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어찌 되었건.. 아들은 좀 쉬어야겠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아들이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면 좋겠지만
아들이 걱정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 싶다.
평생 건강하게 날아다니려고 지금 잠깐 주춤한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내 아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