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다더니
그래서 기다렸는데
아까부터 깨금발 들고 목 늘어 뜨려 기다렸는데
오는가 했더니 먼지만 날리고 가버렸나 봐.
아님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걸까?
저 멀리서 죽어라 온 힘을 다해 달려오고 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온다면서 안 온다고
왜 오지도 못할 거면서 온다고 그랬냐며
투덜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왕이면
푹신하게
내 마른 꽃밭이
내 시들한 꽃들이
내 비실 거리는 화분이
어느 님 말대로 하늘수로 싱그러워졌으면 했는데
과한 기대였는가 싶기도 하다.
언제 어떻게 얼마나 한꺼번에
쏟여지려고 이렇게 아끼고 아끼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접시꽃이 피었다.
이 흔하디 흔한 접시꽃을 그다지 이쁘다 생각지 않았는데
내 꽃밭에 자리하고 피어나서 그런지 왜 이렇게 이쁘고 곱기만 한지..
왜 접시꽃이라 하는지 알 것 같다.
활짝 피면..
말 그대로 접시다.
그래서 접시꽃인 것이다.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구가
자꾸 입가에서 맴을 돈다.
정확하게 기억나는 시구도 없으면서..
그저 그냥 가슴이 저릿저릿했던 그 시가 입 안에서만 맴을 돈다.
한 번 찾아 다시 읽어 봐야 할 일이다.
여름 태양도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 꽃이 참 곱고 또 강하고
단아해 보인다.
두 그루가 똑같은 색으로 피었는데
아직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다른 아이들은 또 다른 색이면 좋겠다는
생각..
뭐 같은 색이어도 좋고..
저 꽃처럼 여름이어도 활기찬 날들을 살아야지 않을까 싶다.
지금시간 11시 19분
비가 온다
빗소리가 들린다
조금만 더 기다릴걸
그걸 못 기다리고 안온다고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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