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비에 지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저녁 약속 있다며 나가는 남편 꽁무니에
너만 어디 가! 나 내려가! 왕왕 왕
난 어제도 오늘도 산책도 못 가는데
나 데려 가라고!!
하던 우리 집 멍뭉이가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는 남편에게 서운해서 현관 앞에 들어 누웠다.
날이 습하고 더우니 저 아이도 지치는 모양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공부에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했었다면
내 인생은 아마도 지금하고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발동이 늦게 걸린 건지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인 건지
그것도 아님 그냥 빨리 커서 돈 벌어서 나는 엄마보다 부자로
살아 야지 그래서 내 자식들이 해 달라는 건 다 해주고 살아야지
싶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공부에 별 관심 없었다.
그렇다고 뭐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꿈도 없었던 것 같기는 하다.
아예 없었다고 하기엔 내 소박했던 꿈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어쨋든
그냥 막연히...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어제 술술 풀리며 잘도 됐던 남편 폰...
금융어플에 들어가 재 로그인을 하려는데
본인 인증이 안 되는 거다.
뭐.. 오류 메시지가 거창해서..
남편 명의의 폰으로 인증신청을 했는데
성별도 다르고 이름도 다르고 주민번호도 달라서 인증이 안된다는
오류가 뜨는 거다.
아직 폰이 정신을 못 차렸나 싶어
다시 폰 제 로그인..
그래도 안 되는 거다.
문득 드는 생각..
기존에 쓰던 폰 개통할 때 남편 거랑 내 거랑 같이 했는데
통신사 직영점 가서 했는데
통신사분이 실수로 내 폰에 남편 유심을 남편폰에 내 유심을
넣어 한참 애 먹은 적 있다. 그거 해결하느라..
그때 일이 생각이 나는 거다.
왜.. 폰 인증이 안된다니까.. 남편폰인데 성별이 다르고 어쩌고 하니
거기까지 간 거지..
유심이 그렇고 그래서 안 되나 봐~ 했더니
우선 급한 거 처리해야 히니 기존 폰 살려달라는 남편..
다시 기존 폰을 살려놓고..
내 폰으로 검색해 보니 유심은 그냥 막 구입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는 거지
그래서..
기존 폰 개통했던 통신사 가서 문의해 볼까 하다가 물어나 보자 싶어서
통신사 전화를 했다.
통신사는 왜 날마다 그렇게 바쁘고 밀리는지.. 암튼..
어렵게 연결해서 이러고저러고 했는데 유심이 잘못된 것 같다.
인증이 안된다.. 했더니
알아보고 연락 주겠다고... 그렇게 두어 번 통화를 한 뒤에
상담사분 말씀이 자기네 영역이 아닌 것 같다며 신용정보 거기
전화해서 문의해 보란다.
그래서 또 번호 찾아 상담받아보니 아니라고
그래서 통신사에서 이렇게 이렇게 해서 전화해 보라 해서 해 보는 거라
했더니 자기네 하고는 상관없다며 금융사에 전화해 보란다.
ㅎ...
금융사 전화하니..
담당 부서가 따로 있다며 알려주고 또 알려주고 해서 연결..
어플 오류 같다고.. 오류코드가 뭐냐고..
아........... 이러고저러고 해서 지금 기존에 쓰던 폰으로 이러고저러고 해서..
아... 어플 오류면 제가 다시 어플 깔아보고 그래도 안되면
오류코드 적어서 다시 전화하겠다 하고 끊었다.
그리고 다시 유심 새폰으로 옮겨 어플 삭제 재설치...
그러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되는 폰인증..
이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어플이 기존 폰에서 새 폰으로 옮겨오는 사이에 오류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못했는지..
이렇게 간단할 것을 몇 시간을 헤매고 또 헤매다니..
몇 사람을 귀찮게 한거니.
이놈의 자급제폰 자급제 폰~ 해 가며
요즘은 뭔가 해결이 안 되면 물고 늘어지는 경향 있다.
아니 많다.
나이 먹어 머리는 안 돌아고 스팀이 퐁퐁이 아니고 팍 팍 품어져 나오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건 또 그냥 두고 못보겠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어떻게든 끝장을 보고마니 남편은 무조건 이런 문제는 내게 미룬다.
난 또 당연한 듯 쉽게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매달려
어떻게든 해결하고..
어렸을 적에 공부에 이렇게 매달렸다면..
아마도 내 인생은 아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오후 내내 그렇게도 비가 내리더니..
장마 끝났다고 비도 끝난 줄 알았는데 폭우가 쏟아지더라고..
잠시 해 지고는 잠잠하더니 이 밤에 지금 빗소리 엄청 나..
빗소리에 내가 묻힐 것 같아. 소리 없는 번개의 번뜩임이 더 신경 쓰이는 밤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낮에도 별 사람 지나지 않는 차와 바람과 햇살만 지나다니는 이 골목에
사람들이 가끔 지나다닌다는 걸..
이쪽 골목은 뒷골목 느낌이라 대문 있는 쪽 집이 많지 않아.
그래서 사람보다는 차들이 더 많거든
아까 어떤 부부? 도 이런저런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지나가더니
하얀 개열의 우산이 눈에 들어오는 어떤 분이 또 지나가네..
밖에서는 내가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눈높이보다 담장이 조금 더 높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이 시간에 이 비에 지나다니는 분들이 생소하네..
마실 다녀오는 걸까?
아님 비 좋아좋아 하면서 집안에 숨어 있는 나처럼은 아니고
더 적극적으로 비를 즐기는 분일까?
이 동네에도 내가 모르는 사람이 참 많다.
아는 분이라 해도 식별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 집 다음으로는 몇 집 없는데. 골목으로 꺾여 들어가지 않는 한..
아님..
그냥 이 비에 걷기엔 집들이 저 멀리 띄엄띄엄 있는데
그래도 가로등만 스산한 비 내리는 밤의
우산을 든 인기척이란 게 좀 낯설지만 반갑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