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를 기대하며 왔는데
귀뚜리 소리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네..
방엔 에어컨이 일을 하고 있어서 창문을 닫아놓아서
빗소리가 안 들리나 보다 했는데
비가 그동안 그쳤던 모양이다.
예보와는 달리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며칠 전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전기압력밥솥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연장선을 한 번 바꿔 보라 말씀드렸는데
아직은 가스에다 해서 낮에는 찬 밥 먹어도 괜찮다시며 알았다 했다.
그리고 다시 통화를 하면서 전기 밥솥 되느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다른 콘센트에 한 번 꽂아 보라 해서 그렇게 했는데
취사가 안된다고 그러시기에
서비스센터 맞겨야겠네 했었다.
그런데 그 서비스센터에 밥솥을 들고 엄마가 버스 타고 움직이기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어서.
그렇다고 택시타고 움직이실 분도 아니고 해서
어째 엄마 내가 가면 좋은데 했더니
괜찮다고...
버스정류장 근처면 들고 어떻게든 가면 되는데 그렇기도 애매하고 택시 타기도
애매한 거리라 그러신다.
그래 걱정만 하다가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마침 오늘 엄마 치과 오시는 날이니 아침에 일찍 가서
밥솥 맡기고 엄마 병원 모시고 왔다가 모셔다 드리고 밥솥 찾아다
드리자 한다.
그게 보통 일이 아니다.
왕복을 두 번 해야 하는 거리라니..
거기다 밥솥 맞기려 가고 찾아오려면
왕복 40여분 거리를 두 번은 더 해야 하는데
선뜻 나서 주니 고마웠다.
문득 드는 생각이..
밥솥이 왜 안되지?
혹시... 엄마가 뭐 조작을 잘못하셨나?
아님... 사용법을 잊으셨나?
갑자기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엄마 연세도 있고... 하니..
앞서는 걱정들..
그래서 친정에 도착하자마자
보자기에 쌓아 놓은 밥솥을 꺼내며..
엄마 내가 한 번 보고.. 해서
안방에 꽂아 작동시켜보니 잘 된다.
잘 되네... 하는데 마음은 쿵....
되냐? 안 됐었는데.. 하길래..
여 봐 되잖어하며 다시 취소 버튼을 누르고 취사를 누르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밥솥..
엄마 밥부터 해 보게 하고는 쌀을 씻어
밥솥에 안쳐 멀티탭에 꽂아보니... 위잉 시작하다가 서고
위잉 돌아가다가 끊긴다...
어.. 안 되기는 하네 멀티탭 고장 같아. 하면서 다른 곳에서 전기를 연결하니
제대로 작동하는 밥솥.. 아.............. 멀티탭 문제였구나...
혼자 속으로 안도하고...
그럼 그렇지.
나보다 더 총명하시고, 생각도 많으시고
정리도 잘하시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안도의 미소가 절로 났다.
엄마네 시시티브이를
내 폰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폰 바꾸고 나서 이게 안 되는 거다.
아이디 비번을 제대로 해도
지웠다 다시 설치를 몇 번이나 해도 안되는 거다.
가끔 시시티브이에서 엄마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정신간강에 참 좋았는데.. ㅎ...
그래서 와이파이가 같지 않아서 그런가 하고
엄마네 간 김에 열심해 실행시켜 봤는데
똑같은 에러가 뜨고 안된다.
두 번 삭제하고 다시 깔고,
아이디도 비번도 내가 잘못 쳤나 싶어 복사하기로
복사해 넣어도 안되고...
다시 깔고 다시 해 보고..
엄마 집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막무가내로 매달렸더니 어느 순간
재생이 되는 거다.
오잉?
이게 어떻게 돼지? 싶어
나갔다 다시 들어와도 영상은 잘 보인다.
흐....
떼쓰고 징징거려 사탕 얻어먹은 아이처럼
어플에 대고 떼쓰고 막무가내로 매달렸더니 옜다 이거 봐라 하듯
열린 엄마네 시시티브이 화면....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뭘 건드려서 정상적으로 어플이 작동을 하는지..
아마도 내 집요함에 어플이 감동했나 봐.
그래서 엄마네 마음껏 들여다 보라고 화면이 열렸나 봐.
가끔은 내 집요함에 나도 놀라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