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느라 피곤하신 멍뭉이가
내 무릎 앞에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고 계신다.
오랜만에 나만의 창가 책상에 앉았다.
며칠 된 듯 하다..
드라마 보느라
어쩌다 시간이 너무 늦어버려서,
물 샌 얼룩 때문에 도배 새로 하느라..
큰아이 철심제거수술 하는데 들여다보느라
어이없이 초저녁부터 골아떨어지는 통에...
이런저런 이유로 며칠 만에 이 의자에 앉아 보는 듯하다.
제법 선선해졌다.
며칠 더 있으면 선풍기 없이도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은 캔하나 마셔야지 하고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는 것이
팬트리 열어 다른 것 잠시 정리하느라 잊었나 보다.
냉장고 열어보니 들어가 앉아 있어야 할 캔이 보이지 않는다.
쪼끔 아쉽기는 하지만 뭐.. 내일도 바쁘실 것 같으니
오히려 잘된 일인가 싶기도 하다.
귀뚜리 소리가 제법 시끄럽게 들린다.
창밖 바로 아래에는 꽃밭이고...
꽃밭 담장 너머에는 뒷집 숲 같은 마당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귀뚜리 소리도 제법 크네
처량히 들리지 않아.
제법 수다스럽게 들린다고나 할까?
며칠 전 모임 끝나고
어느 분의 집에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를 제법 많이 늘어놓은 것에
자리를 마악 일어서면서 후회스럽고 염려스러웠다.
내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닌에...
왜.. 가끔 이렇게 사람 많은 자리에서 많은 말을 쏟아내게 되는지..
그렇게 많은 말을 내놓지 않아도 좋을 자리였는데
하는 생각에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이 많을 필요는 없다고 하는데..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다음부터는 좀.. 오버? 하지 말아야겠다.
그냥 나인채로 내 모습으로 살면 되는데
왜 수다스러워지는지..
해서 좋을 것보다 안 해도 좋은 말들을 늘어놓게 되는지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엄마 치과 오시는..
오전에 남편이랑 같이 가서 모시고 갔다.
엄마의 얼굴에 이가 마무리 되어 간다는 편안함이나 후련함 보다는..
그 돈 들이고 그 고생해서 했는데 너무 아닌 것 같아 하는 모습에
절망의 빛이 느껴져서
휴우... 한숨이 났다.
사실.. 병원 예약을 급하게 잡기는 했었다.
엄마 아래 앞치아가 너무 흔들려서 뭐 먹기도 힘들고 조금만 건드려도
피가 나고 아파서 많이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급하게 예약을 잡느라 그랬다.
그렇게 예약을 잡았음에도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또 한 번 앞으로 당기기도 했었다.
처음 본 교수님이 너무 젊으셔서 깜짝 놀랐지만
워낙에 친절하시고 설명도 꼼꼼하게 잘해주셔서 믿거니 했다.
근데 진짜 끝날즈음 되어서 새로 한 이를 살짝 올려놓다 보니 많이 불편하고
아팠던 모양이었다.
엄마가 새로 이를 올렸다는 걸 알면서도 엄마 괜찮아?라고 한 번도 묻지 않은 것은
그저 왔다 갔다 병원 들락 거리는 걸로 내 임무는 다 한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죄송한 마음이 든다.
오늘 치과..
엄마 진료 시간이 길어진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들어가서 엄마 진료 하는 거 봐도 되느냐 물어
된다 해서 들어가 이러쿵저러쿵 여쭈어 보니 이러고저러고 하시며
설명을 해주시는데 어려 보이는 얼굴에 편안한 미소가...
믿음이 가는 거다.
뭔지 모를 믿음..
그냥 믿고 싶은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분이시라면 본인이 잘못해서
엄마가 불편하다면 분명 얼굴이 저렇게 편안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엄마한테 전화해 보니
많이 편안해졌단다.
지난번에 살짝 붙여 놓기만 했을 때는 뭘 먹으려 해도 아프고,
어째 안 맞는 느낌이었는데 먹어도 괜찮고 씹는데도 어지간하시단다..
다음번에 가서 제대로 결착하면 더 편해질 것 같다고..
얼마나 다행이던지
일 년 가까이 고생하고도 이가 성치 않아 드시는 것이 불편하고
그래서 마음도 불편하다면..
이 얼마나 절망적인가 싶었는데..
씹을 수도 있다니 아이고 다행이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려 보이는? 마스크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그래서 더 선해 보이시는
의사 선생님을 믿어도 좋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오늘도 피곤하다.
사시은 어제도 피곤해서 아홉 시도 안돼서 잠들어가지고는
아침 다섯 시 반까지 두 어번 깨고는 깊이 잤는데
오늘 저녁도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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