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일기를 쓰려고 창가에 앉아 있으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어느 순간부터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도 멈추었다.
차가운 캔맥주 하나 들고 왔다가 같이 먹을 뭔가를 찾는데
마땅치 않다.
김이라도.. 하고 찾았는데 그 아이도 오늘은 보이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
뭐 같이 할 거 없으면 캔 하나도 망설여지는 건 계절의 변화 탓인가
원래 내가 그러는 것일까?
코바늘로 여름옷을 뜨고 있는데 짧게 해서 상의로 뜰까
길게 떠서 원피스로 할까 망설였다.
몇 번을 엎치락 뒤치락..
코바늘이 익숙지 않으니 처음 원피스로 뜨려 했던 마음의 그냥 말자..
했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또 원피스로 뜰까... 하다가..
어느 순간 소파매트를 뜨고 싶어 져서..
가능하면 명절 전에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거다.
소파매트는 한 번도 떠 본 적이 없다. 테이블보는 큰아이 아주 어렸어 적에 한 번 뜨다
말았던 기억이 있고...
그래서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가 없으니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고 싶은 거다.
상의 뜨고 마무리하면 금방 떠서 몇 번은 입을 수 있을 것 같고..
원피스 뜨면 가을이 성큼 그래서 안 어울릴 것 같고...
그래서 우선 소파매트 뜨고... 지금 뜨고 있는 아이는 내년 봄에 뜰까 생각 중이다.
원래 문어발은 좋아하지 않아서 이것저것 같이 하지는 않는데..
이런 융통성도 필요하다 생각하며 낮에 소파매트 뜰 실을 주문 했는데
오늘 발송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내일이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대가 된다.
실이 두꺼워 손목이랑 손가락이 많이 아프다고들 하던데
뭐...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각오가 되어 있으니..
집에 거 뜨고 괜찮으면 큰아이도 하나 떠 줘야지 하고 있다.
그것도 뜨고 싶고.. 테이블보랑 식탁보도 뜨고 싶고.. 그렇다.
오늘 니트 도안이 엄청 저렴하게 나와서 그것도 하나 주문해 두었다.
흐....
몸은 하나이고,
뜰 수 있는 것은 한 번에 하나밖에 안 되는데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문제다.
날마다 뜨개질만 하고 살아도 모자랄 판이다.
정말로 진짜로..... 뜨개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적에..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유튜브 보면서 손가락 모양만 보고 따라 했었는데
요즘은 너무 편하게 유튜브 선생님들이 많아서
자꾸 나를 뜨개 지옥에 빠뜨린다.
좋다.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고..
늘어져 있지 않을 수 있어서 좋고...
완성되면 그 만족감도 좋다..
이렇게 뜨개질이나 하면서
별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엄마네 전동차 배터리가 자꾸 방전된다고 해서
구매했던 곳에 연결해 주었다.
배터리 값이 제법 비싸네.... 싶지만
어쩌겠는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을..
오늘 문득 궁금했던 거...
어제는 감기 기운에 골골했는데
오늘은 맑음이었다.
그래서 드는 궁금증..
지난 5월 한 달 여 큰아이 집에 있을 때
왜 날마다 아팠을까?
두통도, 위장도, 근육통도...
이해할 수가 없다.
아침에 눈뜨면 내 컨디션 눈치 보게 만들던 것들이
이 집을 들어오면서 어느 만큼은 해소가 되었다.
그 한 달여는..
내 살면서 가장 원초적으로 편안한 날들이었는데 말이다.
출근하는 아들.. 멍뭉이와 나만 있는 시간들..
그 여유로운 틈을 타고 왜 그렇게 아팠는지..
갱년기가 근육통으로 오는 건가..
친구가 갱년기 근육통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해
하루종일 움직인다 하더니...
하루종일 움직이는 친구 보고 친구집에 다니려 오신
그 시어머니 쟈는 왜 저렇게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지모르겠다고 속도 모르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랬다더니..
내 인생에 가장 홀가분하고 편했던 그 시기에 왜 그렇게
아프고 그것 때문에 왜 그렇게 우울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은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