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비온다

그냥. . 2023. 8. 30. 10:05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 오락가락하던 비가 오늘은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여리디 여린 가지 끝에 모여서 매달려 있는 바늘꽃이 

무거워  안개나무에 기대어 있다.

그래 아무리 지주를 새우고 단단히 잡고 있게 대비를 해 주었어도

저렇게 기인 가지 끝에 메달린 꽃의 무거움을 감당하는 일은 오로지

여린 가지의 몫이니

아마도 동강 잘려 짤뚱해진 안개나무라도 없었다면 

꽃잎이 땅에 닿을만큼 휘어졌겠지..

비가 와도 새는 날아 다닌 더는 거..

비가 와도 까치는 전깃줄에 앉아 쉬어 간다는 거..

비가 와도 가끔 벌새도 날고  하얀 나비도 날아다니고

집 없는 강아지도 움직이고 고양이도 지나간다는 거...

비 내리는 세상에는

움직일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어딘가에 비를 피하고 있을 것 같은데

사람처럼 

용무가 있는 이들은 움직이고 쉬어가고 날아가고 하는 걸 보면

사람이나 그 외의 것들이나 살아가는 건 다 똑같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약간의 감기 기운이 스멀 거린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워낙에 감기와의 초반 싸움에서는 승률이 높아서 내버려 두는 편이기는 한데

이번에도 당연 나의 손이 번쩍 들어 올려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제 매발톱 씨앗으로 발아한 모종들이 너무 뭉쳐 있어서 

과일 포크를 가지고 가서 조심스럽게 떠서 여기저기 영역을 넓혀주느라

비를 좀 맞았다

처음에는 우산 쓰고 가능할 것 같았는데

나뭇가지에 우산이 걸려 불편해서 내려놓아 버렸는데

그 정도 비는 비도 아니여 싶었는데

쪼끔 무리였나 싶기도 하다.

비 온다.

내가 비를 좋아하는 건 아마도... 

ㅎ...

멍 때리기를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좋은 말로 사색을 즐기는 거고  바람 느끼기 꽃잎 옆에 있기고..

빗소리 듣기 빗방울 바라보기 비 맞은 꽃잎에서 떨어지는 빗물 세기...

사실은 멍하니 앉아 있는 걸 좋아하는 것이다.

가만히 폰에서 비가 내린다.

비 비 비... 어쩌고 저쩌고 하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비 내리는 날..

비 노래 들으며

커피 한잔 옆에 두고..

창밖이 내다 보이는 내 책상에 앉아서 멍 때리고 있는 이 순간이..

누구도 뭐라 하지 않고, 그냥 이러고 있어도 된다는 사실이

참 좋다.

어제도 비..

오늘도 비..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계절의 변화가 느껴질까...

아마도 바람은 달라지겠지.

봄은 햇살로 오고 가을은 바람으로 먼저 오더라고

 

멍뭉이 미용을 시켰다.

아직 조금 더 있어도 되긴 하는데

명절용이다.

지금 미용을 해야 명절쯤 되면 아주 예쁠 것이기 때문에

많은 손님들에게 예쁜 우리 멍뭉이를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명절 준비는 늘.. 멍뭉이 미용으로 시작한다.

요즘이야 명절준비랄 것도 없지만 말이다.

비가 내리고 있다.

발매트도  빨아야 하고,

어제 아들 집에서 가져온 아들 운동화도 빨아 널어야 하는데 

비가 내린다.

이 비 그치고 나면

해가 쨍 나겠지.

비가 있어 해가 더 고마운 것 같다.

물론 해가 있어 비가 더 반가운 것도 있고,

저어기 먼 하늘 위로 새가 한 마리 날아간다.

이 빗속에 날을 수 있는 새가 부럽다.

젖지 않나 봐. 새는 어느 만큼은 그러니 

저리 날아다니지..

바람도 살랑살랑

비 맞은 많은 잎사귀들 옆을 시친다.

오늘은 집에서 뜨개질이나 해야겠다.

아... 요즘.. 뜨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자투리 실로

인형 만드는 동영상을 봐서 그것도 만들고 싶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고, 천천히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 되는데

마음만 바쁘고 예전처럼 뭐든 속도는 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

뭐 바쁠 거 있어! 천천히 차근차근 하나씩 해 보는 거지 뭐

밀린 숙제도 아니고 뭘 걱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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