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비워둔 자리

그냥. . 2023. 11. 1. 12:21

비워둔 자리는 외로움이 먼지처럼 쌓이듯

해야 할 일들이 쌓인다.

커피 한잔과 빵으로 빈 속을 채우고

일찌감치 움직였는데

한나절이 후딱 지나갔다.

다행히

멍뭉이는 나 없는 동안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 듯하고..

씻겨 놓았더니 졸린지

소파에 편안히 누워있다.

 

어느 사이

창밖 느티나무 꼭대기는 날 선 가지를 들어내고 있다.

나뭇잎도 

하늘 끝자락부터 말라 떨어져 내리는 모양이다.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바람이 지나가면

우수수수 낙엽이 진다.

저 한 삶의 날들만큼이나 많은 나뭇잎들이

우수수수 수 겁도 없이 미련도 없이 떨어져 내린다.

가을은 이렇게 깊어가고 있다.

11월이다.

사흘간의 여행과 그 앞날 친구들과의 만남까지

마음이 채워져서 그런가

생각만큼 피곤하거나 그러지는 않다.

아니면..

모든 것이 느린 내 몸이 아직도 긴장하고 있는 탓인지도....

바람..

되돌아 올 곳이 있어 여행이 좋은 것이라는 거..

내 자리가 여기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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