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둔 자리는 외로움이 먼지처럼 쌓이듯
해야 할 일들이 쌓인다.
커피 한잔과 빵으로 빈 속을 채우고
일찌감치 움직였는데
한나절이 후딱 지나갔다.
다행히
멍뭉이는 나 없는 동안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 듯하고..
씻겨 놓았더니 졸린지
소파에 편안히 누워있다.
어느 사이
창밖 느티나무 꼭대기는 날 선 가지를 들어내고 있다.
나뭇잎도
하늘 끝자락부터 말라 떨어져 내리는 모양이다.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바람이 지나가면
우수수수 낙엽이 진다.
저 한 삶의 날들만큼이나 많은 나뭇잎들이
우수수수 수 겁도 없이 미련도 없이 떨어져 내린다.
가을은 이렇게 깊어가고 있다.
11월이다.
사흘간의 여행과 그 앞날 친구들과의 만남까지
마음이 채워져서 그런가
생각만큼 피곤하거나 그러지는 않다.
아니면..
모든 것이 느린 내 몸이 아직도 긴장하고 있는 탓인지도....
바람..
되돌아 올 곳이 있어 여행이 좋은 것이라는 거..
내 자리가 여기 있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