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중년 느낌의 내동생이 가을 속에 앉아서 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가로등 불빛만 은은하게 내려앉고 있는 골목에서
낙엽 바스르르르 구르는 소리가 난다.
어제보다 많이 앙상해진 느티나무 가지를 보니
오늘 하루도 제법 많은 낙엽들이 흩날렸구나 싶다.
낙엽이 지는 건..
꽃잎이 지는 거하고는 또 다른 뭔가가 있어서
자꾸 들여다 보게 되는데
이 깊은 밤에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낙엽도 쉬어 가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슬이 무거우면 아마도 새벽녘에는
더 많은 낙엽비가 내리겠지.
그나저나 내일부터는 가을비 소식이 있어서
작은아이 집에 가기로 했던 일정이 미루어지기는 했지만
비는 기다려진다.
가을비는 또 가을비 나름의 느낌이 있으니까....
문상 다녀온 우리 집 남자 이야기가
언니 통화했냐? 처형 전화 왔더라~
아니 통화 안 했는데.
이러쿵저러쿵해서 이러쿵저러쿵했다는데
진짜? 말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언니 일일구 전화 왔었다며~
하고 물으니 언니 까르르르 웃으며..
원래는 저녁이면 워치를 풀어놓는데 오늘은 수면효율을
측정해 보고자 손목에 시계를 안착시키고
야구를 보다가
언니가 응원하는 팀이 너무 잘해서 손뼉치며 좋아했단다.
근데 갑자기 워치가 부르르르 떨더니
낙상이 감지되었다고, 괜찮으시냐고 깜박 거리길래 그러나 보다 했는데
얼마 안 있어 일일구에서 전화 왔다고
괜찮으시냐고..
그래서 케이티 야구 보다가 너무 좋아 팔짝 뛰며 박수 쳤더니 워치가...
그랬다고 설명을 하니
알았다며 웃으면서 전화를 끊으셨다고~
흐흐흐..
세상에 그런 기능이 있는 줄은 몰랐다.
남편이 언니 생일 선물로 사 준 워치가 그런 기능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웃는데
언니가 행복하게 웃으니 나도 좋네..
언니는 야구를 좋아한다.
집 가까운 곳에 야구장이 있는데
사람들이 모여서 함성 지르고 모이고 하는 것을 보고
사람이 저렇게 모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라며 딸들 데리고
가봤는데 너무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았다며 야구시즌이면
야구장에도 종종 가고 경기도 본다고 한다.
케이티 왕팬이다.
이번 가을야구 5차전도 예매해 놨다고 좋아하는 언니..
참 재미있게 산다 싶다.
마지막 경기도 언니가 응원하는 팀이 이겨서
팔짝 뛰며 좋아하는 언니를 다시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 오디오북으로 대하소설 아리랑을 듣고 있다.
다섯 권째..
머릿속에 별로 남는 것은 없어도
듣다 보면 가슴이 뛰기도 눈물이 나기도 마음이 아리기도 하다.
오디오북은 뜨개질하면서 듣기에 딱이다.
커튼 뜨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가야 해서
티브이 보며 하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도 제법 손에 붙어서 풀거나 고치는 일은 많이 줄기는 했다.
무늬가 잡혀가고 있어서 재미가 붙기도 했지만
사실 이쁠까?
마음에 안 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완성되면 내가 만든 거니까
콩깍지가 덮여서 예뻐 보이겠지만 말이다.
내방 창...
나만의 창가 책상이 있는 창은
외창이다.
거기다가 불투명 창..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창이 이중창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했더니 남편이
창은 이중이들어 있기는 해. 하드라고..
그래서
아니 불투명이라 밖이 안 보이잖아 안이든 밖이든 하나가 투명이면
꽃밭도 보고, 낙엽 지는 것도 보고
비랑 눈 내리는 것도 추워도 볼 수 있을 텐데... 했더니
그럼 창틀이 여유 있게 남았으니 새시를 하나 덧데어 볼까? 하길래
그럴 수 있어? 했더니
나는 안돼도 할 수 있을걸.. 그런다.
그럼 너무 좋지..
요즘은 밤늦게 가면 가끔 춥다 싶더라고.. 하고는 말았는데..
남편 지인에게 이러고저러고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그랬더니 지인분이..
2미터 3미터 아예 큰 창을 내면 어떻겠느냐고 했단다.
나야 너무 좋지~ 근데 가능해?
했더니
가능은 하다드라
근데 그렇게 하려면 선반 위치랑 책상 위치랑 다 바꿔야 하는데..
그리고 외벽에 붙은 처마도 그렇고..
도배는 괜찮아? 했더니..
그러지 손데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지지 무리겠지.. 한다.
창이 조금 더 컸으면 싶기는 하지만..
그냥 나는 이중창에 투명유리 하나만 있으면
그것도 괜찮을 거 같아.. 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2미터 3미터 창이면..
골목에서 창가에 앉아있는 내가 너무 잘 들여다 보일 것 같고..
그리고.. 또 서향이라 여름에는 엄청 더울 거라는 사실..
물론 커튼이나 블라인드 치면 되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큰 공사를 또 해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싶은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아주 넓은 창이 있는
여기 이방을 잠깐 상상해 봤다.
사람 욕심이란 끝이 없음을 느낀다..
바람에게서 가을 소리가 난다.
바스스스 떨리는 바람이 가로등 불빛아래 나뭇잎들을 흔들며
지나다니나 보다.
가을은..
바스스해서 가끔은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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