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소리인가 싶어 창문을 열었다가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움찔 놀라며
창문을 닫았다.
뭔 바람이 저리도 성이 났는지 알 수가 없다.
세상 모든 걸 쓸어 버릴 것
같다.
가을 몰아내고 겨울 들일 모양이다.
반쯤 하늘빛으로 채워진 느티나무 가지 사이마다에는
내일 아침이면 하늘이 더 많이 걸려 있겠구나 싶다.
아침 일찍..
일곱 시가 쫌 넘은 시간..
폭우가 바람에 춤을 추고 있는데
옆옆집 혼자 사시는 아주머니네 차가 들어선다.
딸인가.. 했다.
멍뭉이랑 현관 앞에 앉아 비 구경을 하는데
또 한대의 차가 들어오길래
이 아침에 뭔 일 있나? 싶었다.
한참을 뻑뻑한 큰 대문 여느라 끙끙 거리는 여자를 보고..
딸이려니 하며.. 왜 진짜로 무슨 일 있나..
그렇게 세월에 뻑뻑해진 큰 대문을 열어젖히고 처음 왔던 차가
그 집 마당으로 들어가고 두 번째 왔던 차도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아프신가..
아프면 구급차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나갔다 들어오길래
저 집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니겠지? 했더니
왜? 한다.
아니 아침 일찍부터 차가 두 대나 왔어.
그리고 저 큰 대문 열린 건 처음 보는 거 같은데...
그러고 있는데 또 한대의 차가 와서 여자 하나를 내려놓고
미끄러져 나갔다.
아프신가...
그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네...
딸들이 이렇게 일찍 다 모일 일이 있을까 싶어.
그러니까 정말 무슨 일 있을까?
다들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서 이렇게 아침 일찍 모이는 일은
못 봤는데... 하며
자꾸 들여다보는 것도 신경쓰이게 하는 것 같아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집안에서도 마음이 쓰이는 그 집..
창으로 살펴보고, 현관문 열고 고개 내밀어 보고..
아프시면 병원 갔을 건데 아닌가...
그러면서 볼 일 있어 남편 차 타고 나가는데
열려있는 차 문 안쪽으로 벽지며 장판이며 그런 것들이
보인다...
아............ 도배 새로 하시는구나...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집 아주머니는 딸만 다섯인 데다가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비가 많이 내리니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고,
뇌졸중 증세가 있어서 병원에 다녀오신 이력도 있고,
그러니 나도 모르게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아니면 말고... 는 아니었지만
아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내 멋대로의 생각이 내 집안을 벗어나지 않았음에 다행이고,
그 무엇도 섣불리 판단하여 입 밖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이 얼마나 성급하고 섣부른지...
오늘 종일 골목을 뛰어다니던 바람만큼이나 가볍구나...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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