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추워졌다.

그냥. . 2023. 11. 6. 21:07

 

폭우 소리인가 싶어 창문을 열었다가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움찔 놀라며

창문을 닫았다.

뭔 바람이 저리도 성이 났는지 알 수가 없다.

세상 모든 걸 쓸어 버릴 것

같다.

가을 몰아내고 겨울 들일 모양이다.

반쯤 하늘빛으로 채워진 느티나무 가지 사이마다에는

내일 아침이면 하늘이  더 많이 걸려 있겠구나 싶다.

 

아침 일찍..

일곱 시가 쫌 넘은 시간..

폭우가 바람에 춤을 추고 있는데

옆옆집 혼자 사시는 아주머니네 차가 들어선다.

딸인가.. 했다.

멍뭉이랑 현관 앞에 앉아 비 구경을 하는데

또 한대의 차가 들어오길래 

이 아침에 뭔 일 있나? 싶었다.

한참을 뻑뻑한 큰 대문 여느라 끙끙 거리는 여자를 보고..

딸이려니 하며.. 왜 진짜로 무슨 일 있나.. 

그렇게 세월에 뻑뻑해진 큰 대문을 열어젖히고 처음 왔던 차가 

그 집 마당으로 들어가고 두 번째 왔던 차도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아프신가..

아프면 구급차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나갔다 들어오길래

저 집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니겠지? 했더니

왜? 한다.

아니 아침 일찍부터 차가 두 대나 왔어.

그리고 저 큰 대문 열린 건 처음 보는 거 같은데...

그러고 있는데 또 한대의 차가 와서 여자 하나를 내려놓고 

미끄러져 나갔다.

아프신가...

그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네...

딸들이 이렇게 일찍 다 모일 일이 있을까 싶어.

그러니까 정말 무슨 일 있을까?

다들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서 이렇게 아침 일찍 모이는 일은

못 봤는데... 하며

자꾸 들여다보는 것도 신경쓰이게 하는 것 같아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집안에서도 마음이  쓰이는 그 집..

창으로 살펴보고, 현관문 열고 고개 내밀어 보고..

아프시면 병원 갔을 건데 아닌가...

그러면서 볼 일 있어 남편 차 타고 나가는데 

열려있는 차 문 안쪽으로 벽지며 장판이며 그런 것들이

보인다...

아............ 도배 새로 하시는구나...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집 아주머니는 딸만 다섯인 데다가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비가 많이 내리니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고,

뇌졸중 증세가 있어서 병원에 다녀오신 이력도 있고,

그러니 나도 모르게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아니면 말고... 는 아니었지만

아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내 멋대로의 생각이 내 집안을 벗어나지 않았음에 다행이고,

그 무엇도 섣불리 판단하여 입 밖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이 얼마나 성급하고 섣부른지...

오늘 종일 골목을 뛰어다니던 바람만큼이나 가볍구나... 반성했다.

'지나간날들 > 편안한 하루하루(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리오쉬  (0) 2023.11.12
오늘은..  (0) 2023.11.07
밤 바람이 분다  (0) 2023.11.05
흐린 허공에 낙엽이 날린다.  (0) 2023.11.05
귀여워  (0) 2023.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