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브리오쉬

그냥. . 2023. 11. 12. 10:05

서리가 내리고 물이 얼었는데도 이 아이는 멀쩡하다.

추명국..그래서 니가 추명국이구나..

 

따듯한 커피 한잔 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며칠 만에 노트북을 앞에 두고 앉아 보는지

앞에 일기 글 날짜를 확인해 봐야 알 것 같다.

새들이   지저귀는 오전

지난 비와 바람에 하늘만 이고 있을 것 같았던 느티나무엔

아직 나뭇잎이 많다.

하늘보다는 나뭇잎이 더 많은 것이 신기하다.

연약해 보여도 제 떠날 때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은 아니라고 온 힘을 다해 버텨낸걸까? ㅎ

지난 나흘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작은아이 차가 출고 되어 마당에 들어와 앉았고,

큰아이가 드론 배운다고 한 달 가까이를 바쁘게 살더니

장염 걸려 집으로 와서 사흘을 쉬었다 어제 갔다.

우리 아이들은 

한창 젊은 나이인데 면역력이 좀 약한 것 같아 걱정이 좀 되기는 한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이렇게 나약해 보이는 나도 잘 걸리지 않는 감기를

아들들이 더 좋아하고 그러는 거 보면

임신했을 때 못 먹어서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남편한테...

애들 임신했을 때 입덫 때문에 못 먹어서 애들이 면역력이 떨어지나 봐

했더니 아묻 말을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한소리 들었을 법도 한데 말이다.

그리고..

그동안 한달 넘게 뜨던 커튼을 풀어 버렸다.

폭이 너무 넒은 것도 있지만 무니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해놓고...

남편 스웨터를 뜨기 시작했다... 했다... 했다..

브리오쉬..

조끼를 두 벌이나 뜨고, 

배색으로 멍뭉이 방석도 하나 만들었었는데...

브리오쉬 스웨터를 뜨는데...

우리나라 말을 55년 동안 쓰고 읽고 듣고 살아가고 있는데도 어렵다는 생각..

한치가 틀어지면

두치가 트려 져서 뜨개가 되고..

뭐지... 세 번 읽고, 네 번 읽고 다섯 번 읽고...

풀고 풀고 또 풀고 풀어 버리고....

못할지도 모르겠는데...라는 생각은 처음 들었다.

동영상 없이 책만 보고 뜬다고 해도 이건 쫌 아니잖아.

멍뭉이 옷은 20벌 이상

사람 옷은 30벌 이상 떠 본 사람으로서 이건 뭔가 쫌...

빛 좋은 개살구 느낌이랄까? 표현이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렇게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보고 읽고 읽고 또 읽고...

이해하고 나니 이렇게 간단한 것을.... 헛웃음이 난다.

한단 안에 되돌아 뜨기가 두 번이 들어가는 건데 그것을

되돌아 뜨기 할 때마다 단으로 생각하니 틀릴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다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시작..

무늬도 자리 잡히고, 경사 뜨기 부분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이제 속도 내는 일만 남았다.

중간에 정신 줄 내려놓아 틀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어려서 이렇게 공부를 했더라면... 하는 생각은..

뜨개질하면서 종종 드는 생각이다.

브리오쉬 패턴이 참 좋다.

차분하기도 하면서 유행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단순한데 절대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는..

 

그리고... 막둥이 차..

큰아이 차를 장만할 때에는..

남편이 말로 도움을 주지 않고,

아들도 나도 차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냥.. 평소에 괜찮아 보이는 차를 아들에게 추천했었다.

그랬더니 아들도 좋다 하고 그렇게 결정되었었는데

이번에는 멋모르는 막둥이...

어느 만큼은 아는 큰아이..

큰아이가 추천해 주는 차로 결정해놓고 보니

큰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몰라서 그러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런 마음이 드네..

어느 만큼은 아이에게 차용해 주는 방식으로 해서

월 적금을 들기로 했다. 

다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는 건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고,

아이가 부담할 수 있는 부분은 부담하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춥네..

일요일이라고.

청소하기가 귀찮은 생각이 들어.

그래도 청소기는 돌려야지...

어느새 커피가 다 떨어졌다,

목부분 뒤 돌아 뜨기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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