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밤에는 첫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나와있다.
낮에 질척한 비가 끈적하게
차창에 미끄러져 내리더니
비가 오락가락했다.
어느새 첫눈이라니..
지금도 창밖 가로등 불빛 아래에는
비 사이로 꽃잎처럼 첫눈이 하나씩 둘씩 날리고 있다.
잘 보이지 않아 눈을 부릅뜨고 바라봐야만 보이는
첫눈 꽃잎.
조금 더 오래 창문을 열어놓고 바라보고 싶지만
펑펑 눈처럼 쏟아진다면야 얼마든지 추운 걸 감수하겠지만
비는 소리로라도 들을 수 있는데 귀한 첫눈은 잘 보이지 않아
창문을 닫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늘 밤 안으로 제대로 쏟아지는 예쁜 첫눈을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일찌감치 자려한다.
지나간 새벽에 한시 반쯤 눈을 떠서는...
멍뭉씨 화장실 가신다고 문 열어달라고 긁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 소리는 또 왜 그렇게 잘 들리는지...
마치 아기 우는 소리처럼 그렇게 잘 알아듣는다.
화장실 쫓아 다녀와서는 누웠는데 잠은 별이 쏟아지는
천변으로 산책을 나가 버렸는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아서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제법 크구나... 새삼스럽게 느끼며
멍뭉이 너도 만만치 않아... 생각하며
뒹굴 거리다가 다섯 시가 다 되어 설핏 잠이 들었다가 일어났던 것 같다.
하루쯤 잘 못 잔다고 뭐 큰일 날 일은 아니지만
요즘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스멀스멀 심해지는 것 같아서
조심하고 있는 중이다.
내일은 또 성남에 가야 하고...
작은아이가 내려와서 지 차를 운전하고 돌아갔다.
비 온다고 해서... 아니 눈이 내린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올라가는 길에는 비만 좀 내렸다 한다.
그래도 운전해 본 지 오래되어 걱정이 되었는데 몸이 기억하는 모양이다.
내 마음속에서 아이들 걱정만 내려놓으면 된다.
아이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바르고 강직하다.
내가 누구를 걱정 하고 있어. 싶을 만큼 ..
동네 앞에 제법 유명한 맛집이 있다.
근데 동네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예약도 안되고.. 시간이 어정쩡하면 기다려야 하는 일들이 잦아지다 보니
이 동네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집이다.
오늘 그곳에서 아이들이랑 맛난 점심을 먹었다.
맛있겠다며 잘 먹는 막내
괜찮은데... 좋아라 하는 큰아이
너는 왜 안 먹냐? 하며 노려보는 남편..
난 야채만... 했다가 퉁생이 먹은 나...
왜...
가족들이랑 여럿이 같이 먹으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는 걸까?
왜 더 못 먹는 걸까?
혼자 집에서 반찬 하나 꺼내놓고 밥을 먹으면 적어도 내 밥공기 하나는
비우는데 말이다.
가족들 먹는 것만 봐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것이 사실인지..
잘 모르겠는 일이다.
빗소리가 제법 들린다...
빗소리인가... 이명인가...
아님 지붕에서 미끄러져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인가..
비의 소리이든 귀의 소리이든 상관없이
빗소리를 좋아해서
내 귀가 알아서 그 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들려주는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해 본다.
아까보다 가로등 아래 하얀 꽃잎이 더 많아졌다.
비와 함께 첫눈이 내리고 있다.
열린 창으로 찬 기운이 훅훅 훅
들어온다.
오싹하다.
으스스 손끝이 시리다 하고 허벅지도 춥다 하네
난로를 틀어 놨는데도 춥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드라마 연인 보고 나서 창밖이나 한 번 내다봐야겠다.
첫눈이 나비처럼 날리는지
벚꽃잎처럼 날리는지..
아님 박꽃만 하게 날리는지....
춥다... 흐흐흐 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