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성남행 버스에서 내다본 차창 밖 풍경이었다.
오늘 전세집 짐을 싣고 내려오는 길에는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눈의 흔적은
거짓말이었던 것 처럼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어젠 제법 추웠는데 그래서 잔설이 어느 정도는 남아있지 않을까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첫눈은 그렇게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이가 사옥에 들어가게 되면서 전세방에 있던 살림살이들을
집으로 옮겼다.
어제 가서 짐을 정리해서 포장해 놓고
오늘 아침에 남편이랑 지인분이 오셔서 짐을 싣고 내려왔다.
지인분 아니었으면 언감생심이다.
스타일러가 굉장히 무겁더라고...
그 무거운 걸 좁은 이층 계단을 들고 내려오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두 남자..
아니 우리 막둥이까지 세 남자가 낑낑거렸다.
두시 넘어 큰아이 집에 스타일러 내려주고..
책상은 조립식이니까 와서 가져가라 해 놓고,
지인이 침대 조립해 주시는 동안 남편이랑 짐을 날랐다.
혼자 살림인데도 살림이 제법 되는 것이 놀랍다.
두 남자분이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가고 나는..
정리 좀 해볼까.. 하다가
어제도 제대로 된 산책을 못 했을 것 같은 멍뭉이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쌩쌩~
오히려 평소보다 더 쌩쌩한 나는 이미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시간 넘게 산책하고 돌아와서..
이것저것 정리를 하는데
남편이 쫓아다니며 잔소리한다.
그만하라고 내일 하라고..
널브러져 있잖아. 했더니
너 한계 넘었다 그만해라.. 한다.
그래 알았어. 이것만 하고..
그리고는 또 뭔가를 하고 있으니 화를 낸다.
내일도 하고 모레도 하고 그러면 되는데 뭐가 그렇게 급하냐고
이해가 안 된다고..
분명 니 정신으로 움직이는 거 아니지 않으냐고.. 흐흐흐
분명한 내정신인데... 싶었지만
그만해야지 그래 그만하자
이러다 싸움 나지 싶어 손 놓았다.
아니 고마운 잔소리라는 걸 너무 잘 안다.
나보다 더 나를 챙겨주는 사람의 걱정스러운
한소리라는 것을..
아직 박스도 정리해야 하고, 살림살이도 정리해야 하지만
내가 아는 나도.. 오늘 아마 내일까지는 멀쩡할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모레쯤 퍼지겠지... 난로 위의 찹쌀떡처럼..
그래 그만하자 하고 손을 놓았다.
그런데...
큰아이 집으로 가기로 했던 조립식 책상.. 그것이....
다리를 놓고 왔다.
분명 집에서는 다 나왔는데 차에 올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의자만 덩그러니 아들집에 가게 되어...
저렴한 책상 하나 들여놓으라고.. 남편이 주머니를 털었다.
흐....
뭐든 하나는 잃어버려야 이사지..
작은아이도 커다란 케리어 들고 잘 들어갔단다.
모두가 애쓴 하루였다.
남편이나 나는 부모노릇 하느라 쓴 애였지만
지인은 그냥... 집밥 몇 번 얻어먹고, 남편이랑 가깝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애를 써 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주 안으로 집에서 소고기 한 번 대접하기로 했다.
그분 아니었으면
이렇게 안심이 되게 짐을 옮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남편이...
너랑 그 형님이랑 똑같아.
적당히 하고 쉴 줄도 알아야지.. 하는데..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안심은 되고 믿고 맞길 수는 있지만
좀 부담스러울 수도, 가끔은 보조 맞추기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이고,
같이 일하기는 버거운 사람이라는 말도 되니까...
시간도 많은데 왜 몰아서 하려고 하느냐는 말 틀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살짝 두통이 있다.
체력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
오늘은 일찌감치 자야지..
새벽에 깨어나서 놀다 자는 한이 있어도 씻고 일찍 자야 해
이번주에는 김장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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