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하늘이 참 예쁜 날이었다.

그냥. . 2023. 11. 21. 20:02

 

눈이 뻑뻑하니 피곤하다 한다.

좀 바쁜 날 이기는 했다

그래도 한참 이른 초저녁이다.

평일에는 일하고, 일요일에는 성남까지 왕복하며 짐 나르느라

피곤이 쌓였던 안 그래도 초저녁 잠이 많은 남편이 자겠다고 누워서

조용히 나왔다.

바쁜 하루를 보낸 내 몸께서도 피곤하다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그러는데

뜨개질도 오늘은 손에 잡힐 것 같지 않고..

난로 앞에 앉았는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좋아하는 것도 별로 없다는 사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한데

방에 있어도 별반 다르지 않는데  왜 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지

싶다.

오후에 큰아이네 집에 가서 

이사 오면서 다친 스타일러 엘지맨이 오셔서 치료해  주셨다.

참 친절하시다.

그리고 집에 왔는데 

세탁기 수리하러 지금 가도 되겠느냐고 전화가 와서 

그 엘지맨이 또 오셔서 놀라신다.

아까 말씀 드렸는데 다음 주에 또 뵙겠니요..하고...

그랬더니

아...그 말씀이셨구나..하며 친절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주셨다.

요즘 서비스맨들을 보면 아들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들 또래이거나 그보다 좀 많거나..그러다 보니

내가 나이가 제법 많구나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상은 어느새 나보다 많이 어린 사람들이 이끌어 가고 있구나.. 싶을 때면

내가 나이 들었다 느낀다.

 

꽃밭에도 가을이 깊다.

꽃망울인 채 얼어 버린 추명국도 애처롭고,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도 아직 생생한 국화를 집안으로 들였다.

쓰러져 누운채로 그래도 햇살은 봐야겠다며

제멋대로 고개를 갸웃거린 꽃송이가 오히려 더 예쁘다.

구절초라는데 나는 구절초 아닌 것 같다.

그냥 국화 같어. 

내가 너무 늦게까지 가지치기를 하는 바람에

아직 꽃방울이 많은데

어쩌면 꽃망울인 채로 얼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는 잘 키워 봐야지

제 철에 맞게 적당한 키로 꽃이 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서

꽃망울인 채로 얼어 버리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지 싶다.

추명국도 그렇다.

너무 그늘에 있었어.

그래서 꽃망울이 늦게 여물었어.

그러다 보니 제대로 활짝 피어보지도 못하고 얼어 버린 거잖아.

모든것들에게는 때가 있는데 말이다.

집안에 들일..

겨울에도 화사한 꽃을 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화분 하나 

들여야지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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