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빛 하늘이 키 작은 라알락 가지 아래까지 내려와
앉아 있는 꽃밭에
아직 푸른빛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 바스스
떨고 있다.
묵직한 하늘을 올려 보내기 위한 바스스함인지
아직은 견딜만 한 바람과 스리슬쩍 손잡고
룰루 랄라 라도 하는 것인지
더없이 고요하다.
새소리도, 바람소리도,
이슬 묻은 먼지를 들어 올리며 달리는 차 소리 하나 없는
아침
저만치 거실에서 영웅이가 잔잔한 노래로 이 고요함을 채워준다.....
했더니
뒷집 장닭이 뭔 고요? 싶기라도 한 듯
목청을 뽐내며 꼬꼬고 고오`~~~~ 하며 목청을 가다듬는다.
남편은 출근했고,
큰아이는 오늘 비번이고,
작은아이도 출근했겠네.
이 고요함이
이렇듯 잔잔한 물결 같은 일상이
가끔은 낯설게 느껴지는 건
너무나도 박진감 넘치가 살아온 지난날들의 기억이
뼛속에 새겨진 까닭일까
부드러운 회색빛으로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은
예고되어 있는 비를 몰아내는 것 같다.
옆집 둥이네 언니가
누더기.. 일명 꼬맹이 밥 주러 가시는 모양이다.
저렇게 꾸준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싶다.
누더기는 지난 5월쯤에 이 동네에 버려졌던 우리 멍뭉이보다 작은
아이다.
어떻게 살아 어떻게 살아갈까..
저 것을 유기견센터에 신고해서 데려가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그랬지만.
그렇게 되면 잠시는 길 생활을 멈출 수는 있겠지만
생도 마감해야 되는 일이 생길 것이 너무 뻔한 일이라고
말만 오고 갔었는데
저렇게 하루에 두 번씩 밥과 깨끗한 물을 챙겨주시니
똥꼬 발랄하다 누더기는..
사람 손을 피하기는 하지만
둥이 언니 덕에 고마운 사람도 있구나... 느끼며 살아가지 않을까 한다.
너무 작아서 안 챙길 수가 없다는 마음이 참 나는 못하고 살지만
감사하다.
유기견들이 종종 목격되는 동네에 다른 아이들은 보이다가 안 보이다가
하는데
누더기는 늘 거기 그곳에 있는 것이
밥 챙겨주는 분 계시지
마당에 들어와 살아도 뭐라 하지 않는 할머니 계시지
산책할 때마다 따라다녀도 되는 동네 멍뭉이들 있지..
그래서 그러는지 누더기는 몇 개월째 이 동네에 살고 있다.
이 겨울이 저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레이....
언제부턴가 그레이가 참 좋아졌어.
남편 머리 위에 내려앉은 그레이
네 머리카락 밑에 숨어 있는 그레이
아들 침대 위에 그레이
내 마음속 저 밑바닥에 그레이..
흐흐흐...
한가한 아침
커피는 식어가고,
혼자만의 수다가 갈팡질팡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나뭇잎 같이다.
오늘도 괜찮은 하루가 될 것 같다.
어제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퇴근하고 데려다줄게 하는 남편에게
내가 알아서 갈께... 했더니
딱 잡아 안된단다.
왜 안될께 뭐가 있어 요즘 멀쩡하잖아. 했더니
네가 멀쩡하냐! 어제도 그제도..
아니야 아무렇지 않았는데 했더니
아무렇지 않기는 안돼. 설령 아무렇지도 않다고 해도
어머니 걱정이 늘어져서 안돼.
그리고 운전은...
그렇지만 퇴근하고 다녀오려면 너무 피곤하잖아.
괜찮아.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엄마네 가려는 길...
나는 괜찮은데 남편이 엄마가 안된다 한다.
안된다 안된다 하니 겁쟁이가 되어 간다.
나 혼자 가려 했는데....
묶여 있지 않으면서
묶여 그 이상 나가지 못하는 멍뭉이 같다..
울 멍뭉이도 묶여 안 사는데 말이다....
그래도 온 가족이 편하다면
착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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