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어둠이 내리기를 기다린 건
언제 있기나 했었던 마음이었는지
트리를 예쁘게 보고싶어서 세상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첫날은..
이쁘다 이쁘다..
이렇게 이쁜 것을 왜 이제....
이튿날도 좋았다.
날이 흐려 어둑해지면 낮에도 불 밝혀놓고 멍하니 앉아 있고..
사흘 째 아침
밝아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불 밝혀놓고 이른 커피 한잔
그렇게 또 좋았다,
남편 퇴근 시간 맞추어 불 밝혀놓고.
오늘..
아침에도 들여다 보고 낮에도 몇 번인가 살짝살짝 위치
잡아놓고...
남편 퇴근하고 와서 저녁 먹다가 어쩌다 바라봤는데
어! 불이 안 켜졌네..
흐흐흐..
그새 설렘이 없어졌나..
후다닥 젓가락 들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등 밝혀놓고...
거실에 조금 더 오래 앉아 있고 싶은데
멍뭉이 졸리다고 방에 들어가자고 투정 부려 등 끄고
들어가면서 드는 생각..
그렇게도 갖고 싶었었는데
며칠을 못 가는구나....
저녁에 엄마랑 통화 하는데 남편 깰까 봐
불꺼진 거실에 트리만 밝혀놓오니 저렇게 사진처럼
예쁘다..그런데 설렘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예쁘고 여전히 자꾸 시선이 가고는 하지만 말이다.
사물이 주는 설렘이나 애틋함은
내 것이 되는 순간 부터..
내 곁에 두는 순간부터
조금씩 옅어져 가는 것인가 보다.
꾸준한 설렘이나 애틋함으로 남는 건 정작... 사람뿐인가..
사람이 주는 뭐 그런 끝없을 것 같은
뭐 그런 감정은 확실히 다른 것인가 보다.
내 방 꼬마 트리도 반짝이고 있다.
자꾸 자판을 두드리면서 들여다보곤 한다.
오늘 생활비가 이체되었다.
제일 먼저 엄마 용돈,
멍뭉이 적금
남편이랑 여행적금
그리고 비상금통장에
이렇게 하고 나니 어느 만큼 이 숟가락으로 떠 낸 아이이크림처럼
툭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이런저런 렌탈료, 또... 카드할부금, 또.. 모임회비
또... 그렇게 생각하면 이미 정해져 있는 지출을 하고 나면
이번 달에도 별 볼일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적자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있는데...
부동산 중개 수수료..
남편이 줄 줄 알았는데... 안주는 거야..
그래.. 뭐 준다고 해도 내가 내야지.. 했었다.
아들 넘 전셋집 계약 만료 전에 빼는 거여서 들어가는 수수료라
아들 넘이 책임지게 하라는 남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기에...
내가 이체시키고.... 나머지 공과금까지 정리하고 나니
또 고봉으로 한 숟가락 퍼 낸 자리가 생겼다...
이런...
이러다가 이번달에도 적자겠는데.. 싶은 생각과...
뭔가 모를 허전함...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고작 비상금 통장에 얼마 넣은 것 밖에 없는데... 싶은..
그래서 꽃이나 사 볼까 하고 여기저기 들락 거리며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구근도 살까.. 싶어 담아 두었다가..
이 추운 계절에 무슨.. 봄에 심어도 그만이겠구먼 싶은 마음에
장바구니 뒤집어 비우고...
멍뭉이랑 산책 가는데 우리 멍뭉이가 두리번 거리며 찾고 있는
딸기는 어디로 마실 갔는지 보이지는 않고 딸기네 아버지가 뭔가
난로 같은 것을 손 보고 계시길래 뭐냐 물었더니
캠핑 가서 불멍 할 난로라고...
우와... 멋지네요.. 하고 드는 생각..
그래.. 나도 멍 좋아하잖아.
불멍 하자 싶어.
산책길에 예전에 보아 두었던 크고 비싼 거 말고
아주 작고 아담한 불멍 할 만한 것을 주문했다.
흐...
그리고 뿌듯하고 좋으시단다.
삼만 원도 안 되는 그것 하나 주문해 놓고
좋다고 허한 마음이 사라졌다.
사물.. 욕심이 자꾸 생긴다.
너무 과하면 안 되는데 좀 허한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어찌 되었건 이번 달에도 꾹꾹 눌러 꼭 쓸 것만 쓰고 살아야 할 판이다.
언제나 펑펑은 아니어도
걱정 없이 쓰며 살아볼까나...
아마 안 되겠지..
있으면 있는 데로 구멍은 뻥뻥 여기저기 터질 테고
사고 싶은
아니 꼭 사야 할 것 같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것들이 생기겠지....
그래도 좀 여유 부리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로 향하는 내 마음 내 눈길 내 손길... 내.... 귀를 막아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러면 지금 당장이라도 나 하나는 채울 수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