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모레면 큰아이 생일이다.
그런데 모레는 아들이 출근하는 날이고
그 다음다음날은 드론 시험이 있는 날이어서
오늘 저녁을 같이 먹었다.
마트에서 소고기를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었다.
무알콜 맥주만 마시는 아들을 위해 두 눈 부릅뜨고 찾아온
무알콜 맥주가 무알콜 맥주가 아니었다는..
0.03프로가 들어갔다며..
운전해야 하니 집에 가서 마시겠단다.
흐... 철저한 녀석..
그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맛나게 저녁 먹고, 내일은 비가 내리면
이제 몇 시간 후부터는 비가 잡혀있다.
올 것 같기는 했어. 비가..
날이 포근해도 너무 포근했거든
뭔가 좀 생뚱맞은 날씨를 제자리로 돌려놓기에는
또 비만한 게 없겠지
아무튼 내일 비가 내리면 운동화 하나 사주려 한다.
이 녀석이..
지 하고 싶은 것은 열심히 하면서 살면서..
운동화를 언제 사 준 건데 아직도 신고 다닌다.
물론 돌려가며 신으니까 오래 신는 건 알겠는데
많이 낡아 보여서 운동화 하나 사 신어라라는 말을 몇 번은 했던 것 같은데
드론 연습하고 왔다는 날도 그걸 신고 왔더라고..
하긴 한겨울에도 양말도 안 신고 크록스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녀석이니..
여기는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데
모니터 화면 왼쪽에는 비 내리는 그림이 떠 있네
약간 비가 내린다고..
곧 비가 내리기 시작할 모양이다.
엄마네 집 고장 난 주방 문을 오늘 고쳤단다.
엄맘 삭신이 바삭 거리듯 엄마네 집 여기 저기도 바삭 거리는 게
속이 상한다.
그래도 오늘날이 따듯해서 다행이었다.
내일까지는 손 봐야 할 줄 알았는데 오늘 다 끝났다고
먼지가 어찌나 나는지 먼지 털어내느라 혼났다는
엄마 목소리가 갈라진다.
벽도 닦고 천정도 밀대걸래로 닦아냈다고..
덜렁 거리던 문을 고쳐놓고 보니 참 좋다고....
세상 참 좋아졌다 그러신다.
엄마는 여전히 삶의 일선에서 삶을 상대하며 살아가신다.
본인이 고민하고 해결하고 정리하며 살아 가시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대단하기도 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건강한가 싶기도 하다.
오늘은 보일러 넣고 따듯하게 주무셔~ 했더니
오늘은 날이 푹해서 전기매트만 켜셨다고
엄마 오늘 청소하느라 힘드셨잖아. 따듯하게 하고 주무셔 안 그럼
몸살 나실지도 몰라했더니
알았다시며 나 감기 걸릴까 걱정이 늘어지신다.
조카가.. 엊그제 수능점수가 나온 모양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니
내 지나온 날들이 어제 일처럼 그려지네..
수리 술술 잘 풀려서 본인이 원하는 곳에 떡하니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카도 안쓰럽지만..
가장역할 하느라 등 휘는 줄도 모르는 내 동생이 더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아들이랑 아빠랑 자전거 타며 한강 돌고 있다니
참 교과서적인 부자관계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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