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맑은 하늘 소식이 궁금한 요즘

그냥. . 2024. 2. 21. 22:53

 

날마다 비가 내린다.

겨울에도 원래 장마가 있었던가 싶을만치 내리는 비가

좀 과하다 싶다가도

이렇게 앉아 빗소리를 듣는 건 여전히 좋다.

그래도 이제 맑은 하늘 좀 보고 싶다.

맑은 하늘 올려다 본지가 언제인가 싶고

멍뭉이 산책 못 나간 지가 며칠인지 싶다.

요즘 엄마네 시시티브이를 들여다보는 일이 잦아졌다.

엄마가 기력이 없다 생각하니 자꾸 마당과 토방만 비추는

댓돌 위에 엄마 신발만 비추는 시시티브이를 수시로 들여다본다.

동네 나가실 때 신고 다니시는 슬리퍼가 없으면

마을 회관에 가셨나... 오늘은 컨디션이 좀 괜찮으신가 싶어

안심도 되고

하루 종일 두 켤레의 신발이 얌전히 댓돌 위에 움직임 없이 

있으면

오늘은 좀 안 좋으신가.. 싶어 마음이 무겁다.

전화기를 들어 통화를 하면 될 것을..

그것은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끼고 있는 내가 나도 참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비가 그만 내려야 엄마가 동네 한 바퀴라도 운동삼아 걸으실 텐데

 엄마네 마당에도 우리 집 마당처럼 날이면 날마다 비가 내리는지

살피고.. 또 살핀다.

저녁에 통화를 하는데 그래도 오늘은 목소리가 좀 나으시다.

병원 가서 영양주사 맞고 오셨다 한다.

나는 왜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해 봤을까..

기운 없다 실적에 한 번 맞고 오시라 할 것을..

얼마나 기운이 없었으면 스스로 링거를 맞고 오셨을까 싶다.

아마도 엄마 팔십 평생 처음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엄마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한 삼 년 동안 한꺼번에 십수 년을 

뛰어넘으신 듯 그렇게 늙으셨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나름 그래도 큰 걱정 안 하게 해 주셔서 감사했는데

팔순이 고비인지.. 고개 넘기기가 쉽지 않더니 

고지 이제 마약 넘으셔서 그런지 힘에 겨워하신다.

나는 엄마 나이는 잊고 싶은데 엄마가 자꾸  기운 없어하시니

자꾸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앞자리 바뀌었으니 날 따듯해지고 햇살에 아롱아롱 

아지랑이 피어오를 즈음이면 우리 엄마

다음 앞자리 바뀔 때까지는 거뜬하시리라 생각한다.

마음이 많이 쓰인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마음만 쓰고 있는 내가..

내 몸이 좀 원망스럽기는 하다.

사실 나 또한 사라지지 않는 두통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기는 해서..\

두통약 먹자니 날마다 먹으면 습관이 될 것 같고..

병원 갈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그렇게 버텼더니 입술 물집이 잡혔다. ㅎ....

내가 엄살이 지나친가... 속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거는 아닌 것 같구나... 하는 안도를 입술 물집이 잡힌 걸 보고

왜 하는지.. 나도 참 모르겠는 사람이다.

빗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동생이 텃밭에 감나무 하나 심겠다 했다 한다.

사과나무도 하나 심으실 거라고..

그렇게 과실수 심자고 했을 적에는 낙엽 지면 그거 다 어찌 감당하느냐며

싫다 하시더니 그러마 하시길래

동생이랑 엄마는 홍시 좋아하니까 대봉시 하나 심고,

언니랑 나는 단감 좋아하니까 단감나무도 한그루 심게~ 했더니

그러자 하신다.

한없이 부족하다고만 하시던 텃밭이

더없이 넓어져 버린 것은 그만큼 엄마가 작아진 탓이겠지

감나무도 심고.. 사과나무도 심고...

나는 있지.. 솔직히 과실수도 별로야.. 그것도 다 관리해야 하잖아.

엄마 성격에 또 얼마나 애지중지하시며 신경 쓰시겠어.

그렇지만 텃밭 농사짓는 거 보다야 훨씬 수월할 테니까..

난.. 솔직히..

꽃이나 심고, 평상이나 하나 놓고.. 나무 그늘 만들 수 있는

빨리 자라는 활엽수나 한 그루 심었으면 좋겠어.

그냥.. 한량처럼 평상에 들어 누워 하늘도 보고 바람도 쐬고...

잠자리도 보고 할 수 있는 엄마의 그리고 우리들의 쉼터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인데

엄마는 절대 안 된다 하시겠지.

옥수수 심어 언니도 나도 동생도 줘야 하고,

참깨 들깨 심어 기름 만들고 깨소금 만들어 나눠 줘야 하고.

수박도 참외도 심어 나눠주고 택배 보내야 하는데

꽃이나 심고 파라솔 있는 벤치나 두자 하면

울 엄마 뭐라 하실지 안 봐도 알 것 같다.

일 놓으면..

일 철에 손이 놀고 있으면 무슨 큰일 나는 줄 아시는 우리 엄마의

일생이 참 안쓰럽기도 또 한편으로는 존경스럽다.

나는 벌써 손 놓고 있는데 말이다.

 

큰 아이랑 점심을 먹었다.

지역 금융기관 이사장 선거가 있어서

투표하러 나간 김에 

로컬에서 운영하는 한식 뷔페를 먹었는데..

지난번에 갔을 대는 만오천 원이었는데

만팔천 원으로 올랐네.. 우와...

아들이 잘 먹으니까 그래도 좋기는 했지만

난.. 한 끼 그 금액은 좀.. 

남편에게 그 이야기했더니 너는 삼천 원어치나 먹고 왔냐?? 한다.

그건 아니지..

잘 먹기는 했어. 했더니..

올라도 한꺼번에 많이 올랐더라면서

나 데리고는 그 식당은 안 갈 것 같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한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

 

지금 이 빗소리는..

나 자고 일어나면 그만 그쳐 있었으면 좋겠다.

울 엄마 동네 한 바퀴라도 마음 가볍게 걸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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