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내리던 비가 그쳤다.
아직 내리고 있나.. 창문을 열어 보니
축축한 바람만 훅하니 밀려 들어온다.
언제 그쳤을까...
요즘 비는 내리기 시작하면 이삼일은 기본이
된 것 같다.
내일도 비소식이 있더라고...
야옹이 소리가 들린다.
요즘 영역싸움을 많이 하는지 낮이고 밤이고
들리는 고양이 소리에 멍뭉이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너도 나도 그냥 그렇게 서로서로 어느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며 평화롭게 살면 좋을텐데....
그들만의 규칙이 있으니 그러겠지만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 어둠 속에 창문 하나 불이 켜져 있는 날이 많았는데
오늘은 그 옆 창문까지 빛이 흘러나오네...
살림집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 일하는 사람이 있나...
누군가 기숙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냥.. 이유 없이 어둠 속에 불빛이 흘러나온다는 것 만으로
궁금해지는 게 좀 웃기기는 하다.
어제는 엄마 목소리가 많이 좋지 않으셨다.
비가 내려서 우산 받고 농협 2층 회의실로 교육받으러
가시다가 중간쯤 가다가 숨이 차서 돌아와 버렸다 하셨다,
숨이 차다고...
아직 폐렴이 깨끗이 회복된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묻는데 우울이 묻어나시는데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속이 상했다.
운전이라도 마음대로 하고 다닐 수 있으면 달려가 보겠는데..
그저께도 그 전날도 논까지 걸어갔다 오시는데 20분 정도 걸리는데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돌아오셨다 하셨는데
엄마 걸음이래도 그 절반 밖에 안 되는 곳에서 숨이 차 되돌아 집으로 오셨다니...
엇그제 날 감자 심으려고 거름 뿌리고 비료 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서..
그거 때문이 아닌가 싶어 잔소리가 늘어지니
그것도 손 놓고 살라는 말이냐며 우울해하신다.
그러게... 엄마의 봄이고 여름이고 가을이고 겨울의
애정과 정성으로으로 채워지던 텃밭이..
이제는 너무 넓다.
몇 년 전부터 너무 넓다고 과일나무 사다 심자고 몇 번을 말씀드렸었는데..
과일나무도 소독 안 하면 못 먹고, 낙엽 지면 다 마당으로 쏟아질 텐데
그걸 어찌 감당하느냐며 원치 않으셨었다.
엄마의 텃밭이 엄마를 엄마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너무 잘 알지만..
참.. 그렇다.
봄 되기 전에 기력 찾으셔서 야
그나마 간단한 것들로라도 채워질 수 있을 텐데
그래야 우리 엄마 당신이 아직 괜찮다 느끼며 행복해하실 텐데 싶다.
그래도 오늘 저녁엔 목소리가 좀 괜찮으시네.
어제 내게 내놓으셨던 말씀들이 걸려 부러 괜찮은 척하시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다.
통화하면서
엄마 토방에 우산 걸려 있대.. 했더니
어제 쓰고 나갔던 거 이슬이 묻어 있기에 걸어 놨어 하시기에
바람 불면 망가지지 않겠어. 하니
그럼 걷어 놓을 거나... 하시더니 여전히 걸려있네
귀찮으신 가봐.
엄마가 뭔가를 귀찮아하시는 건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말이다.
다행히 바람은 없는지 낮부터 펼쳐져 있는 우산은 얌전하다...
저 우산이 왠지 엄마의 지금 상태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쓰인다.
어지간해서는 저렇게 두고 밤을 지새우실 분이 아닌데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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