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빗소리가 좋은 밤

그냥. . 2024. 2. 18. 22:48

빗소리가 가득한 밤이다.

어둠이 짙어서 빗줄기가 잘 보이지는 않는데 

제법 쏟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빗소리는 참 좋다.

이명이 묻히는데 최적의 소리여서 좋은 지도

모를 일이지만...아니 딱히 그렇지도 않다. 묻히지도 않아.

비는 아주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냥 비 오는 날이 좋았어.

비가 내리면 덜 외로웠거든..

뭔가.. 그랬어.

수줍음 많고 내성적이어서 그랬는지 그냥 어린 시절부터

감성이 좀 많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비가 오면 그냥 좋았던 것 같아. 눈도 그렇고..

물론 꽃도 좋아했어. 풍경도 좋아했고,

본 적 없는 바다도 그리워 했지.

초록빛 바닷물에...노래를 배울 때 부터...

돈 벌면 카메라부터 사야지.... 싶었던 기억이 있어.

그래서 돈 벌어서 카메라부터 샀었는데..

지금은 폰카가 너무 좋아서..

카메라가 있기는 한데 유물이 되어 가고 있어.

언제 배터리 충전 시켜 들여다봤었는지 기억도 없어.

어릴 적 꿈은 그렇게 하나 둘 비누거품처럼 터지고 사라지고

나이 들수록 현실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것 같아.

뭘 하고 싶어 했는지

뭘 좋아했었는지 기억이 없어.

뭐가 되고 싶었는지 뭘 좋아하고 뭘 좋아하지 않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

남편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는 어느 정도 알 것 같은데

저 강아지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는 

꿰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는 모르겠어.

아니하고 싶은 것이 있기나 할까?  없어진 건 아닐까..

그래서 모르는 것일지도..

잔잔한 두통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잘 모르겠어. 이유가 뭔지..

명절 전에는 명절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전에는 요가랑 운동이랑 같이 해서 체력이 안돼서 그런 거라

생각했고,

명절 지나고는 명절 지나서 그런 거라 싶었는데..

명절 지나고도 일주일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러네..

그냥.. 그런가 봐..

이러다 소리소문 없이 떠나겠지...

마음이 너무 편해서 몸이 자꾸 징징 거리는 것 같기도 해.

지난봄에 아들 집에 있을 때 날마다 징징거려서 우울했던 것 마냥

지금도 그러는 거 아닌가 싶어.

그때처럼 우울할 정도의 것은 아니어서 다행인가..

갱년기 두통도 있나? ㅎ...

이름 붙이기 나름이겠지.

약 먹기도 안 먹기도 애매한.. 

병원 가자니 이 정도도 못 이겨 먹고 병원에? 싶기도 하고..

빗소리가 정말 좋다.

빗소리 들으며 두통도 잠깐 내려놓고 있었나 봐.

잠깐 잊고 있었어.

겨울비가 요란하게도 내린다.

가만히 앉아서 빗소리만 듣고 있어도 좋을 것 같은 밤이다.

창문을 열고 완전 생으로 빗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잠자던 멍뭉이가 나 찾아왔어.

털 옷도 벗어 버렸는데 추울까 싶어 창문을 닫았네..

그래도 참 듣기 좋다. 빗소리가..

방에 있으면 이 빗소리가 안 들려

그래서 나는 이 방이 너무 좋아. 빗소리도 들리고,

가로등 불빛도 보이고...

빗소리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주르륵 주루룩도 아닌 것 같고,

토닥토닥... 도 이상하고

디앙 드앙도 좀 웃기고...

도독도독 도로로록... 그런가...

고전적으로 쏴아아..드드드  ㅎ

예쁘고 그리고 마음에 쏙들게 빗소리를 글로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내 글이 너무 짧아.

저 소리를 글로 써서 기억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네..

빗소리가 너무 좋아.

입고 있던 조끼 벗어 멍뭉이 덮어주고 창문을 열었어.

역시 가로등 불빛 아래로 희미하게 그렇지만 강하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보여.

안 춥네

창문을 열었는데도... 빗소리가 가깝게 들어서

비 묻은 바람이 느껴져서 너무 좋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고양이들 싸우는 소리가 들려..

이 빗속에서 집 지키기 싸움이라도 하는 걸까..

날 밝고 좋은 날 하지... 싶었는데 조용해졌네.

길게 싸우지 않아서 다행이야.

비 내리는데 다치기라도 하면 더 안쓰럽잖아.

이동네에도  참 고양이들 많아.

그들의 운명이겠지만...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싶을 때 있어.

물론 나는 방관자이지만 말이야.

우리 멍뭉이..

나만 아는..

나만 믿는 것 같은.. 멍뭉이가

가끔은 부담스러워..

세상의 전부가 나...라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래..

난 그냥 이제는 부담 없이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

오늘 밤도 비 내린다고..

빗소리에 취해서 횡설수설 하시네..

이제 그만 접어야겠다.

이렇게 중얼 그리다가는

밤 깊은 줄도 날 새는 줄도 모를 것 같으니 말이야.

빗소리 들리는 여기에 침대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좀 많이 춥지 이 방은.....

비 내리는 밤은 또 있을거고..

빗소리는 또 들을 수 있을테니

열린 창문 닫고 멍뭉이 안고 방으로 가야겠다.

밤이 깊어가고 있어.

가능한 11시 이쪽 저쪽해서 잠자리에 들려고 해...

너무 늦어지거나 너무 빠르면 잠이 잘 안오더라고...

잠도 시간약속 잘 안지키면 삐질 때 있어.

늦기 전에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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