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다시 찬바람

그냥. . 2024. 3. 17. 22:24

금방이라도 봄바람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사푼사푼 나비처럼 산책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날이

급 안색을 바꾸었다.

사실 비라고 할 수도 없을만치 잠깐 그것도 몇 방울 흩뿌렸을 뿐인데...

어... 비 온다...빗방울 떨어져..했다.

그리고는.. 그쳤네... 했는데

그 비 같지도 않은 빗방울 몇 개에 날씨가 얼굴색을 바꾸었다.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든다기에 따듯하게 껴입고 산책하러 나갔다.

추운 건 여전히 싫다.

사실 예전에 비해서 추위에 약하지는 않다.

모르겠다. 어느 시점부터 추위를 무서워하지 않았는지

추운 게 제일 싫다고 했던 나였는데...

무튼.. 두 겹 씩 신어대던 양말도 한 겹이 되었고,

추워 추워라는 말이 저만치 멀어져 갔다.

근데...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남의 손보다 여전히 차고,  배도 찬데

몸은 여전히 찬데 추위를 못 느끼는 것 같은 느낌..ㅎ

무튼 추위가 그다지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렇게 겨울을 살아내는데 유리하다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다.

막둥이랑 톡을 잠깐 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거리두기 한답시고..

해야 한다고 벌써부터 거리두기 하고 있는 내가

얼마만큼은 우습고 얼마만큼은 가짢고 그렇다.

궁금하고 걱정되고 그런 거...

사실은 좀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기는 하다.

워낙에 불안이 많은 내가 속속들이 알아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그게 거리 두기라는 것이...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건지 아들을 외롭게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잠깐의 생각이 들었다.

그래 원래도 생각이 많아서 연락 잘 못하고 살잖아.

평일에는 일하고 와서 피곤할까 봐

주말에는 방해할까 봐 연락 못하고...ㅎ..

그러면서 뭔 거리두기..

그래서 이제 궁금하면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하려고..

아들이잖아.

결혼도 아직 안 한 아들..

결혼하면 그때 거리두기 시작하지 싶다.

 

엄마가 입원하신 지 5일 차다..

오늘은 목소리가 조금 괜찮으신 것도 같고...

양지에 봄까치꽃이 일부러 찾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고

냉이꽃도 청순하게 피었다.

바람은 차가워도 햇살은 이미 봄인데

조금 더 따듯한 바람이 불고 조금 더 넉넉한 햇살이 쏟아지는

날이면

엄마도 노란 민들레처럼 건강하게 퇴원하시겠지.

꽃밭에 수선화가 금방 터질 것 같은 망울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어.

수선화 터지는 날 

봄은 더 깊숙이 너그러워져서는 우리 곁으로 찾아들겠지.

엄마처럼..

엄마의 봄도 따듯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지나간날들 > 괜찮은 오늘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덕쟁이 봄날  (0) 2024.03.19
오디오 북을 듣다가  (0) 2024.03.18
봄이 성큼 다가왔다.  (1) 2024.03.15
이 밤에  (0) 2024.03.14
졸리다  (1)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