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가다가 모르는 분의 차 그늘에
철퍼덕 주저앉은 멍뭉이다
나는 햇살이 따듯하고 좋은데 멍뭉이는 어느새 더운 모양이다.
한참이나 저렇게 자동차가 만들어 낸 그늘에 앉아있었다.
차 안에 사람이 없어 다행이었지... 싶다.
작은아이 서울서 학교 다닐 때,..
자취방 인근 빨래방에는 평범한 노트 한 권과 볼펜 몇자루가 있었다.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빨래방 주인이 오고가는 사람들을 위해 비치해 둔
표지에는 무언가 사람의 마음과 시선을 끄는 글이 쓰여져 있었던
노트였다.
누군가 이런 저런 글을 적어 놓으면
주인장이 답들을 달아 놓는..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같은 빨래방을 이용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뭔가 관심이 갔던..
어느 날인가..
아들한테 올라갈 일이 있어 갔었는데
아이가 코로나 시기에 비대면으로 입사 면접을 봐야 한다고 해서
빨래방으로 이불 들고 갔었던 적 있다.
빨래가 끝나길 기다리며
이러쿵저러쿵 적어 놓았었는데....
그리고 그 뒤로 두어 번쯤 그 자취방에 더 갔었던 것 같은데
빨래방에 들릴 여유도 없었지만 그 노트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노트가 이미 몇 권은 교체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빨래방에 비치된 노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문득 지역도 거기서 거기고..
빨래방이고, 그 빨래방 노트가 이 소설의 시작점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궁금하네
내가 아들 비대면 면접 보는 중이라 자리도 피해줄 겸 빨래하러 왔다고
썼던 그 글 밑에는 주인장의 어떤 답글이 달렸을지..
물론 어느정도 예상이 되기는 하지만..
툭 던져놓은 노트 한 권에 여러 사람들의 삶이
스며들었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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