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에 딱 한송이 핀 귀하신 수국이다.
여름이 다 되어가는데도 꽃망울이 없어서
일명 깻잎수국 인가 봐..
꽃 눈이 지난겨울에 다 얼어 버렸는가 봐~
지난 해에 가지치기를 잘못 했나 벼~
물 좋아해서 수국인데 물을 많이 안 주어서
꽃을 안 보여 주나 벼.. 하며
실망 가득 담아 탄식을 쏟아내고 있는데
딱 한송이 꽃망울이 보이기 시작하니
또 있겠지 또 있을 거야 하며
밤낮으로 꽃망울을 찾아 눈동자를 굴려 댔지만
더 이상의 것을 발견하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가뭄...
물을 바가지로 퍼 주기도 하고 물조리로 뿌려주기도 하고
가끔 분사호스로 주기도 하고..
수국이 꽃밭 안쪽에 있어서 물 주기가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나름 열심을 내기는 했다.
그럼에도 물이 부족한지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말라 가는 것 같아서
내 모자란 정상은 뒤로 미루어 버리고
수국이 나랑은 아니 우리 집이랑은 안 맞는가 봐.. 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옆에 라임라이트 수국 꽃이 두 송이 피었었는데..
갸는 그래도 꽃밭 가장자리에 있어 물을 조금 더 먹었는지
예쁘게 피웠었는데 가지치기한다고..
가지치기를 6월에 해야 좋다고 해서.. 한다고 빈 가지 자른다는 것이
꽃대를 잘라 버려서는 어찌나 안타깝고 속이 상하던지
그 꽃은 그 덕에 밤이슬 안 맞고, 비 안 맞고, 직광에 숨 헐떡 거리지 않고
집안에 들어와 한껏 예쁨을 뽐내고 있다. 다행이다.
꽃병에서도 오래 피어 있는 것이 확실히 수국은 물을 좋아한다.
아.. 그리고 그 엔들리스썸머 수국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이름은 가물가물하다.
시름시름 목말라하다가
장마 시작되니 꽃이 금세 활짝 피었더라고 처음엔 아이보리에 가까운
뭐 그런 색이었다가 가장자리부터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더니
사전처럼 분홍 수국이 되었다.
나는 청색 수국꽃을 구입한 것 같은데
저라다가 청색이 되는 건지..
아님 내 기억의 오류인지..
근데 원래도 나는 청색을 좋아하는 데다가 수국은 특히 더 청색 좋아하는데
기억의 오류일까?
아님 배송이 잘못 왔던지...
아니야 저러다 내 좋아하는 청색으로 바뀔지도 몰라.
내 기억으로는.. 흙 성분하고 상관없이 고유의 색이 청색인 아이를
구입한 것 같은데 한 번 찾아볼 일이다.
어쨌건..
이제 와서 따지고 들어야 별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분홍에서 청색으로 변색되기를.... 마음으로 압력을 넣는 수밖에...ㅎ
우리 집에서 수국이 꽃을 피웠다.
예전에 목수국이 있기는 했었는데
정말 꽃이 이쁘긴 했었는데 갸는 목을 가누지 못해서 꽃봉우리도 큰데다
그 큰 꽃이 자꾸 땅으로 땅으로
고개를 숙인다는 단점이....
그 꽃도 참 예뻤었는데 과거가 되었다.
어쨌건.. 올해는 가지치기도 일찍 했고,
서리 온다 그러면 비닐 조각이라도 덮어 놓아서 꽃눈이 얼지 않게
하려 한다.
저렇게 이쁘고 고운데 깻잎수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기엔
내가 너무 염치없잖아.
제대로 관리한 것도 아님서 말이야.
우리 집 꽃밭에도 수국이 피었다~ 자랑하고 싶은 ㅎㅎㅎ
어제 친구네 마당에 수국은 정말 건강하던데...
그렇게 관리해주지도 못했는데 귀하게 한송이라도
피워준 수국..
한 송이라더 더 귀하고 고운 듯하다.
수국은 다 이쁘다.
그렇지만 내 꽃밭에 수국이 제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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