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듯이

그냥. . 2024. 7. 2. 22:35

인동초

엊그제 빗속에서도 예쁜 인동초 꽃을 카메라에 예쁘게 담고 싶어서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참 예쁘다.

스치듯 보아도 예쁜데 자세히 보면 더 예쁘다.

예쁘지 않은 꽃이 없기는 하다.

 

바람소리가 참 좋은 밤이다.

저 바람을 이 집안으로 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시원하고

상큼할까 싶지만

바람은 창밖에만 있고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한다.

담장 너머 느티나무를 흔들어대는 바람이 

그 소리가 너무좋은 밤이다.

좋은 사람과 수다 떠는 느낌이랄까?

일방적으로 듣기만 해도 좋은 좋은 사람의 목소리 같은..

오전에 요가수업 끝나고 엄마네 가자 했었는데

남편이 삼겹 먹으러 가잖다.  어머니가 고기 드시고 싶었다면서..

마음이 좀 상하기는 했지만

드시고 싶다니 드셔야지 싶었다.

그리고는 엄마한테 다녀왔다.

점심 먹고 가서는 밥 한 끼 못 사드리고 온 것이 걸리기는 했지만

내일부터는 남편이 출근을 해야 하니 다녀와야지 싶었다.

엄마는 엄마네 텃밭엔 참깨가 이쁘게도 크고 있다.

그렇게 일정하게 예쁘게 하나 쓰러진 것 없이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엄마는 여직 선풍기도 안 꺼내 놓으셨더라고..

오래전에 초콜릿 공장에 다니실 때

에어컨 바람을 너무 많이 쐐서 찬 바람이 싫으시다 하셨다.

그래도 덥지 않으냐 했더니

마루에 누워 있으면 시원하다 하신다.

황도를 한 박스 고르고 골라 사 가지고 갔는데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가 무르기도 했고 맛도 별로여서

좀 그랬다.

맛있는 거였으면 좋으련만..

엄마네 윗방에 있는 캔맥주 세 개를 들고 왔다.

자꾸 다른 걸 주려고 하셔서 그건 놔 두시고

맥주나 두 개 달라했더니

세 개 가져가라 해서 세 개 가져왔다.

모내기 할 때랑 논에 드론으로 약 할때 일하는 사람들 주려고

사다 놨는데 일자리 다니시느라 한 번도 못 봤다 하신다.

그래서 맥주는 내 차지가 되었고

나는 지금 시원한 맥주 캔 하나를 옆에다 두고 홀짝이고 있다.

얼마만의 맥주인가 싶다.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듯이

사람들은 이웃과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그 사실이

내겐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는데

요즘은 시나브로 어우러지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내가 여기 살아야 하는 이유

살고 싶어지는 이유가 되고 있는 거니까..

아롱이다롱이 

같은 듯 다른 꽃들처럼 살아가지만

오고 가고 왔다 갔다 하는 정이 있어 살만한 터가 되어 가고 있다.

이 동네가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기분 좋은 바람소리처럼 기분 좋은 예감이다.

여기서 평생 살아야 하는데 그런 느낌 그런 기분이라면

너무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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