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봉숭아

그냥. . 2024. 7. 15. 22:31

봉숭아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해년마다 비슷한 자리에서 싹을 올리고 꽃을 피우는

봉숭아다.

너무 많아 제법 많이 뽑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쪽에 자리 잡았다.

아직 많은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점점 많아지겠지.

잊고 있어도 

때가되면 알아서 싹 틔우고 비가 오나 햇살이 따가우나

튼튼하게 자라서 꽃까지 이렇게 곱게 피우는 게

참 대견한데

그것 만큼 좋은 것이 없는데

그래서 대접을 못 받는다.

좀 예민하고 귀하게 굴어야 대접 받는게

살아 있는 것들의 운명인가 싶기도 하다.

종일 더웠다.

비 소식은 어제도 오늘도 말로만 있다가

늦어져 가는 오후에 소나기가 한차례 시원하게 쏟아졌다.

여름엔 소나기만큼 시원한 것도 없는 것 같다.

가만히 거실 바닥에 누워 

소나기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깜박깜박 졸고 있는

내 오늘 하루도 참 괜찮은 삶이다 싶다.

오늘이 초복이란다.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오전에 일자리 갔다 와서

오후에는 종일 집에 있었다신다.

동네 어르신들이랑 그래도 교류가 있어서 다행이다.

엄마네 마당에도 소나기 한 차례 시원하게 지나가셨다고..

소나기 지나가니까 시원하니 좋지~ 했더니

우리 깨 다 죽는다니까~ 하신다.

곱게도 가꾸어 놓으신 참깨가 

잦은 비로 자꾸 병이 생기고 쓰러진다고 걱정이시다.

비가 많아도 적어도 걱정인 엄마의 텃밭 농사..

하늘은 어쩌다 한 번쯤 엄마 마음에 쏙 드는 날씨도 좀 주시지.. 싶다.

작년에도 비가 많아서 텃밭에서 길러낸 것이 얼마 없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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