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후덥지근 했던 날

그냥. . 2024. 7. 19. 23:42

채송화

인터넷으로 주문한 멍뭉이 조립식 나무집에 왔다.

아주 간단한 조립 방법인데 제법 단단하다.

뭔가 좀 어설픈 것 같으면서도 멍뭉이가 사용하기에는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새로 구입한 집을 원래 있던 자리에 놓고

원래 있던 겨울 집을.. 흐흐흐 아직도 털집이었다.

지난해에 여름집을 버리면서 새로 사야지 했었는데

멍뭉이가 집을 사용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미루기도 했고, 마땅히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한

이유도 있다.

그러다 나무계단? 

그래 나무계단 오래 쓰고 있잖아.

지금 멍뭉이 계단을 하나는 애기 때 구입한 걸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고,

하나는 작년에 추가로 구입했었다.

그래. 그거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봤는데

국내는 가격이 만만찮은 거다.

사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계단도 바닥에는 메이드 인 그 나라

라고 빨간 글씨로 박혀 있는데 굳이? 싶은 생각에

찾아보니 정말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거다.

그래서 살짝 망설이기는 했는데 오늘 조립해 보니

왜 망설였지? 싶을 정도로 괜찮다.

원래 사용하던 집은 너무 오래되었던지라 버리고...

그 안에 있던 방석을 새 집에 깔아 놓았더니 

지 집인 줄 알고 들어가 누워 있다.

겨울집보다야 시원하겠지. 싶다.

봄이고 여름이고 가을 겨울이고 잘 쓸 것 같다.

그 집 조립한다고 점심 준비가 좀 늦어졌다.

김밥타령을 하는 남편에게 김밥 싸 주기로 한 날...

어제 술을 과하게 드셔서 

비가 내리는 날이 많다 보니 쉬는 날이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술이 잦아드는.. ㅎ...

김밥 준비를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하고 있는데

tv 남편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에서 임신한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챙기며 

입덧이 어떻고 뭐가 어떻고..

같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어떻고 저떻고....

다른 날 같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보고 넘어갔을 텐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니 저걸 보면서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

나.. 그렇게 입덧에 발목 잡혀 앙상하게 말라 갈 때도

저 남자는 나 짜장 한 그릇 안 사줬는데... 그 생각은 안 드나?

안 드니 저걸 보고 누워 계시겠지...싶은

어쩌면 짜장 한 그릇은 얻어먹었는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내 기억에는 없다.

한 번 뭔가 입안으로 들어가면 노란 물 나올 때까지 넘겨야 했던...

병원 정기검진 받으러 가는 날 몇 번 의사의 권유로 영양제를

맞았던 기억 밖에는...

그리고 직장 다니시는 엄마네로 등 떠밀리다 시피 내려갔었던 기억..

언젠가 내가 그랬었다.

애들이 면역력이 약한 건 다 내가 임신했을 때 못 먹어서

그런 거라고.. 

그때 남편이 조금은 미안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남편은 그다지 기억을 못 하더라고

그게 더 서운했던 건 무슨 까닭인지..

사실 그랬다.

남편도 그때는 어렸고.. 어른들 눈치도 많이 보였을 것이고..

징징 거리는 나를 피해 집 안에는 마음을 두고 싶지 않았겠지.

무튿 동상이몽이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재미있는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남편과

기분 언짢은 시점에서 더 짙은 색으로 피어오르는

내 오래된 꼬릿네 나는 과거의 감정 속에 파고드는 나..

사는 건 그런 것 같다.

남편은 나름대로의 애로가 있었겠지만

나는 잘 모른다. 나 살아내느라 죽을 맛이었으니까..

남편도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자기 살아가느라 버거웠을 테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그냥 각자의 인생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 내느라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편의  말에 꼬투리를 잡고 따지고 싶은

날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따지지 않는다.

남편의 말이 다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는 걸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은 터지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의 민 낯...

극도로 피하고 싶은 감정소모적인 일...

피한다고 모든 게 다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 속만 끌면 되는 일을...

한쪽만 움직이면 그다지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

그냥 요란하게 소리 내고

훌훌 털어 버리는 쪽이 훨씬 더 개운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것도 내 성격이다.

개구리가 운다.... 저 개구리는 잠도 안 자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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