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목둥이 클레마티스다.
작년 가을즈음 이었던 것 같다.
옆집 둥이네 언니가 두 가지 꺾어서 주셨는데
야리야리해서 잘 살까 싶었다.
그냥 인동 밑에 꽂아 놓고 잊었다고 봐야 맞다.
실처럼 얇고 내 두 번째 손가락만큼의 길이 밖에 안 되는
아이가 겨울을 이겨내고 살아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무리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았다.
두 마리 다 살았다.
하나는 이렇게 커서 꽃도 펴주고..
아직 정상적으로 피었다 보기 힘든 아주 작고 어설퍼 보이게
피었지만 꽃이 피었다.
사실 이 아이의 모체는
내가 마당에 키우다가.. 옆집 언니네에 삽으로 뿌리째 떠서
보내 버렸었다.
그런데 내게도 이제 꽃밭이 생겼다 하니
신경 써 주신다고 주신 거다. 이렇게 꽃을 피우다니..
잘 자라고 있다.
여전히 야리야리해서
잘못 건드리면 툭 하고 끊어져 버릴 것 같기는 한데
쑥쑥 자라고 있다.
뿌리가 깊어지고, 가지가 목질화가 되면
지금보다는 더 튼튼해지겠지.
며칠 전에는...
꽃집에서 사 온 다른 꽃을 피우는 클레마티스를
다른 아이들 정리한다고 들어갔는데
밟혔던 모양이다.
꽃도 예쁘게 피었던 아이였는데
끊어졌다.
그때 바로 알았더라면 삽목이라도 했을텐데
시들어 가는 걸 보고서야 알았다.
꺾꽂이는 되는데.. 뿌리만 살아서 새 순을 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조심한다 조심한다 해도..
일을 하다 보면.. 눈은 손을 바라보고 있고
발을 감시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서 아쉬운 일이 가끔 이렇게
생긴다.
진작에 꺾꽂이라도 해서 개체 수라도 좀 늘려 놓을 걸.. 했다는
아쉬움..
오늘은 바쁜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 고구마 줄기 뜯어놓고...
고추밭에 소독하고..
고구마 줄기 껍질 벗기고..
작년에는 엄청 힘들게 벗겼는데...
뜯어서 바로 벗기니 잘 벗겨지더라고...
엄니 감기 걸렸다셔서 병원 다녀오고..
운동 갔다 오고..
마트 들려 장 좀 보고 와서
세탁기 돌려 널고
점심 먹고.. 청소하고...
얼갈이랑 열무김치 담고,
고구마 줄기 김치 담고
무채김치 담고...
이런저런 통화하고..
남편 퇴근해서 지하실 물 찬 거 품어 내는 거
옆에서 거들고...
닭 삶아 저녁 먹고..
산책 다녀오고..
설거지하고..
수박 달라해서 수박 먹고..
빨래 정리하고..
고양이 유튜브 좀 보고..
작업표시줄에 광고 뜨는 거 없애고 싶어서
유튜브 찾아보고 따라 하다가...
다 한 건지 포기한 건지 애매하고..
이러고 앉아 있다.
이제 씻고 자야 는데
밥 먹을까...라는 생각..ㅎ\
아침을 건너뛰고 열심히 움직이고
운동 다녀왔더니 허기지더라고..
그 못 채운 한 끼를 지금이라도 채우고 싶은 모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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