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면 볼수록 예쁜 꽃이다.
키가 훌쩍 커도 다른 꽃들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 착해고
가늘가늘하고 잎사귀도 얇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은근히 강해서 우뚝 잘 서 있다.
자연 발아도 잘되고 중요한 건 꽃이 볼수록 예쁘다는 것..
왜성 버들마편초가 나왔다 그래서 옆에 심었는데
꽃이 똑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키가 큰 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이 꽃은 예쁘다.
볼수록 매력 있는 꽃이다.
꽃밭은 풀과의 공생을 시작한지 오래다.
이렇게 더워지기 전까지는 그래도 열심히 풀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려 애쓰며 노력했는데
나의 의욕을 떨어 트리는 건..
첫 번째는 모기
두 번째는 내가 밟아 상하거나 부러지게 만드는 꽃들..ㅠ.ㅠ
날은 너무 덥고
좀 선선하다 싶을 때 풀을 좀 뽑을라치면
여지없이 달려드는 모기
가렵지만 않으면 뭐 내 피가 필요하다는데
어느 만큼은 나눠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가려움은 견디기가 힘들다.
벅벅 긁어 상처를 내거나 더 물리지 않도록 줄행낭을 놓거나...
그러고 보니 모기 물려서 약 바를 생각은 안 하고 사는 것 같다.
나도 참 어지간하다.
긁어대기 전에 약을 좀 바를껄 하는 생각을 왜 지금
여기 앉아서 하고있는 걸까? 평소에는 왜 안 하고 아니 못하고 살까?
확실히 모지리다.
누가 뭐라겠는게 이 모지리를...
남편 작업복 바지 길이를 줄이려고
봉틀이 앞에 앉았는데
봉틀이가 일을 안 한다.
처음에는 밑실이 늘어지더니
아예 바느질이 안된다.
몇 번을 풀었다 감았다 뜯었다 박았다 해 가면서
했는데 안된다.
뭐가 문제인지 어느 만큼은 알 것 같은데
봉틀이에 사용할 만큼 섬세하고 작은 드라이버가
안 보인다. ㅠ..ㅠ
바지 두 개 기장 줄이는데 한 시간을 족히 끙끙거리다가
포기하고
손 바느질을 하는데..
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분명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대로 안 되는 거다.
봉틀이에 일상처럼 맡기고 손으로 바느질하는 일은
글쎄 살면서 몇 번이나 있을까... 싶었는데
그만큼 쇠퇴해 버린 모양이다.
이게 핑계를 대자면 어느 만큼은 신축성이 있는 소재이다 보니..
아니 아니다 그냥 내가 바느질이 하기 싫은 것이다.
하기도 싫고 이쁘게 나오지도 않고...
한동안 십자수에 미쳤었는데 그 바느질은 어찌해 댔는지
나도 미스터리다.
그냥 포기했다.
내일 수선집에 가져다줘야지 하고 놓았다.
오전에 일찍 가져다 맡기면
오후에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제....
이삿집 집들이에 가서
뭘 잘못 먹었는지...
아님 남편 술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아서인지
밤새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오늘이 일요일인 줄 모르고 아침에 병원 가려다 주저앉았는데
점심이 지나가니 좀 괜찮아졌다.
잘 못 먹은 것이 아니여..
그냥 내 성질이 고약해서 내 장을 예민하게 반응을 한 것이지..
엄마는 나 휴가가 있는 동안 혼자서 병원에 다녀가신 모양이다.
그렇게 급할 일도 아닌데...
내가 휴가 간다고도 했고
차 끌고 터미널까지 나오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하신다.
이 삼복더위에 버스 타고 시외버스 타고 셔틀 타고 병원 오셔서
그 단계들을 반복하고 집에 돌아갔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편해서 엄마에게 짜증을 버럭 버럭 냈다.
뭐가 그리 급했느냐고...
며칠 좀 늦게 가도 괜찮은 거 아니었느냐고..
피곤이 묻어나는 엄마의 목소리에 찬 물을 다섯 바가지는
퍼부어 댔다
마음이 상했다.
물론 내 탓이지...
내가 작년에 엄마랑 있는 동안 몇 번 안 좋은 꼴을 보여서..
그렇게 안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어쨌건 엄마에게 나는 얇디 얇은 유리조각 같은 존재이다 보니..
터미널에 차 끌고 나가는 것도..
다시 터미널까지 모셔다 드리는 것도 불편하다 하신다.
만의 하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 무슨 일이라는 것은.. 엄마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들인데 말이다.
내 탓이나.
내 탓이로소이다.
엄마한테 걱정거리가 된 내 탓...
우울했다.
엄마가 그럴수록 우울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엄마는 손톱만 한 걱정을 머리통만 한
걱정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내가 그렇게 불안해 보이나... 싶은..
내가 중병 환자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부실한가... 싶은
자괴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언제나 그렇다.
엄마는 내걱정이겠지만
그 걱정이 나를 자꾸 작아지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고
사람 노릇 못하고 사는 것 같아 우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엄마는 그걸...아시기에는
연세도 너무 많고 내 걱정이 너무 앞선다.
그리고 병원 혼자 다녀가셨다는 말씀도 내가 어떻게 반응할줄 알면서도ㅈ내어 놓으실만큼 흐려지신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아예 모르게 하셨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더 엄마한테 이제는 아파도 이야기 안 한다고
억지를 부렸는지도 모르겠다.
전화기 놓으면서 후회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엄마는 연세 덕분에 내 짜증을 오래 담아두고 계시지는 않는 것
같다는 거다.
걱정이 많은 엄마가
걱정이 짧아진 건.. 분명 엄마의 살아온 세월의
무게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무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엄마랑 통화를 하고..
엄마는 오늘만 사실 것처럼 열심히
당신의 하루를 살아 내신다.
불나방 같아.....
그래서 아직 건강하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제 그 고양이인가 싶다.
오늘도 옆집 담벼락 위에 올라앉아 더위를
이겨내고 있는 것 가다.
어른 고양이 같지는 않은데 혼자서도 이 밤이
무섭지는 않지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모습에 자꾸 시선이 간다.
저 고양이와 친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름밤이 짧다고들 하지만...
대책 없이 늘어지는 날에는 저 고양이랑 쓰담쓰담하며
여름 밤하늘에 별이나 구경하며
여전히 토해내도 한도 끝도 없는
고장난 수도꼭지 같은 내 과거의 나에 대한 연민들을
누군가도 아닌 저 고양이에게 털어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
말에 상처받고..
말에 위로받고..
고양이에게는 상처는 안 받을 것 같다는 생각..
위로는 받고 싶다.
미련해서
아직 끌어안고 사는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지금도 종종 괴롭힌다...
오늘을 보고 내일을 봐야 하는데
자꾸 지나간 날들이 나를 주눅 들게 하는 것 같아.
이제는 좀 편해져도 좋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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