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풀벌레 우는 여름 밤

그냥. . 2024. 8. 7. 22:52

란타나

뒷집 화분에 핀 아이다.

세개의 가지 꺾어 주어서 심어 놨는데

세개의  가지 다 뿌리가 나서 자라고 있다.

날마다 날마다 자라는 것이 보이더니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가 요즘은 잠시 멈춤 한 듯

그러나 싱그럽고 푸릇푸릇하게 잘 있는 란타나

 

풀벌레 소리가 달라졌다.

사실 어제부터 들렸었다.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는데 노트북 마약 닫고

일어서려는데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이 밤에도 이렇게 후텁지근한데 

풀벌레는 가을마중나가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싶었는데

오늘이 입추라더라고

자연의 신비다. 말 그대로...

낮에는 매미가 울고

밤에는 고요하다 싶은 찌르찌르찌르.. 우는 것 같기도

귀뚤 귀뚤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두고 볼 일이다. 눈을 부릅뜨고

언제까지 이렇게 더울 건지..

밤 열 시에서도 절반이 넘어가고 있는데

28도란다. 

이러니 덥다 소리 나올 수밖에..

방안에는 에어컨이 약하게 돌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 내 다락방에는 키 작은 선풍기 하나 

제 온 힘을 다해 바람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덥다.

키가 작아서 더 덥게 느껴지는 가 싶어

고개를 한껏 치켜세워 주었더니 그래도 바람이 분다고

좀 괜찮네

날이 많이 더워 그런가 담 위로 바람 쐬러 나오던

고양이도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멍하니 앉아 바람 한점 느껴지지 않는 창밖을 바라보며

가을 분위기 살짝 묻어나는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다.

나뭇잎이 미동도 없어.

마치 그림 같아.

가로등 밑을 나르는 날파리들이 아니었다면 

그림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밤이야.

살아 있는 건 살아 있음이 느껴져야지

어떤 식으로든..

저렇게 얼음! 하고 있으니 좀 삭막하다 싶다.

지난 해에 결혼한 조카에게 아이가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 신기했다.

그 꼬맹이 아가씨가? 싶은 마음도 있고.

이 집안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괜히 흥분되기도

즐겁기도 했다.

동서한테 전화 한 통 넣어줘야지... 그러다가

가만 생각해 보니 휴가 중인 것 같아서..

휴가 가서 쉬는데... 싶어 미루다가 지난 주가 가고..

오늘 아침에 고구마 순 껍질 벗기면서..

출근했을까?

바쁠까? 싶은 생각에 휴대폰을 들었다 놓았다가

다시 들어 전화를 했다.

바쁘면 안 받겠지.. 하고..

통화하고 나니 이렇게 가볍고 기분 좋은 것을..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지..

이럴까 봐서 

저럴까 봐서..

남 배려하다가 매정한 사람 된다.

그건 배려도 뭐도 아니고 그냥 소심한 거다

지난주에 들었는데... 이럴 까 저런 가? 하다가

이제 전화했네 동서가 이해해. 내가 원래 좀 그러잖아.

했더니

저도 그래요. 저도 그래서 잘 알죠. 

일 없어도 가끔씩 통화해도 좋은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려..

그래도 비슷하다고 이야기해 주고 이해해주니 고맙네~ 했다.

늘 무슨 일에든 생각이 많다.

아들에게 전화하고 싶을 때에도

바쁜가?

자는 거 아니야?

약속 있어 나갔을지도 몰라..

운전 중일까?라는 망설임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지만..

그냥 안부를 묻는 경우에는 이렇게 망설이는 이유가 많다.

남편은 아침이고 점심이고 낮이고 생각날 때면 전화하지만..

너무 일찍은 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자면 안 받겠지... 하는데

애들은 또 그게 아니잖아. 자다가도 받더라고...ㅠ.ㅠ

그래도 남편이 애들하고 통화를 더 자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이 많은 것이 좋은것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지나간날들 > 괜찮은 오늘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컵 받힘  (0) 2024.08.09
노을도 이쁜 날  (0) 2024.08.08
오늘도 더워  (0) 2024.08.06
소나기  (0) 2024.08.05
담장 위에 고양이  (0)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