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여름 아침

그냥. . 2024. 8. 17. 09:31

밀레니엄벨

 

오늘 하루가 얼마나 더울 건지 

미리 경고라도 하는 듯 햇살이 쨍한 아침이다.

매미는 벌써부터 울어대고 

바람은 살랑살랑 꽃이 없는 능소화 가지를 흔들어 댄다.

한참 꽃이 만발했어야 할 능소화는

주인을 잘못 만나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있다.

피울만하면 가지가 늘어진다고 잘라 버리고

또 열심히 꽃 피울 준비를 하면 골목으로 너무 나갔다고 

잘려 나가고..

또 뙤악볕에 애써 꽃망울을 준비하면

붉은색이 올라오기도 전에 눈에 거슬린다고

잘려 나간다.

안쓰러운 능소화

네가 안쓰러운 신세가 된 건 내가 너를 너무 과소평가해서

내 꽃밭에 들인 것 부터가 시작이지.

작은 꽃밭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어울릴 수가 없는..

너를 아주 잘 뿌리째  떠 낼 수 있다면

너를 데려가겠다는 이웃이 있기는 한데

내가 너를 

최소한으로 아프게 하면서 뿌리까지 통째로 뽑아낼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다.

너 뿐만 아니라 니 주변에 있는 것들까지도 영향이 간다면 

아마도 나는 너를 뽑아내는 어려운 방법보다는

잘라내는 쉬운 방법을 택할지도 몰라.

근데 노력해 볼게..

네가 다른 집에 가서 니 맘껏 꽃을 피우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테니까 말이야...

 

잠을 설쳤다.

이유를 모르겠다.

한 시간 간격으로 깨다가 자다가를 한 것 같다.

깰 때마다 폰으로 시간 확인하고..

바로 잠들지 못하면 폰 들여다보다가 잠들고..

그러다 남편 출근하기 전에 일어나서 

조금 더 뒹굴 거리다가 여섯 시쯤 털고 일어난 것 같다.

엊그제 따 놓은 고추 씻어서 꼭지 따고

건조기에 넣었다.

이제 내 할 일은 끝났다. 건조기가 알아서 말려 주면 된다.

확실히 비닐하우스 고추보다는 크기도 양도 아쉽기는 한 것 같다.

그만큼 일하기는 수월하지만 말이다.

이틀 전부터 시작된 두통이 자꾸 인상을 쓰게 한다.

두통 때문인지 눈뜨기도 힘들고...ㅎ..

눈이 부셔서 그런 건지 무거운 건지 잘 모르겠는데

자꾸 게슴츠레하게 떠진다.

인공눈물을 넣었더니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피곤하면 다 눈도 이렇게 부자유스럽게 떠지는구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호랑나비 두 마리가 꽃밭에서 날아다닌다.

여름 꽃밭 그 여름이 절정의 정점을 찍으니 꽃들도  많이 상했다.

그렇게 예쁘게 피어나던 천인국도 

프록스도 베르가못도 베로니카 백일홍도...

그럼에도 여전히 싱싱한 애들도 있다.

하늘바라기는 이름만큼이나 더운 하늘도 좋아하는 모양이다.

폭염이 뭐야? 싶은 얼굴로 하늘만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늦게 피기 시작한 정말이지 화려함의 끝판왕 베르가못..

먼지 피기 시작한 아이는 힘들어하는 반면 지금이 한창인 

베르가못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아이다.

키를 얼마큼 작게 키울 수 있느냐가 내 관심사다.

그리고.. 에키네시아..

두말이 필요 없는 아이다.

여전히 당당하게 여전사인 듯 여름과 너무 잘 어울리는 꽃이다.

그리고... 숙근안개초 핑크

너무 예뻐 너무너무 예뻐..

작고 소중하다.. 화분에 있는 아이는 꽃도 작고 여름도 좀

타는 것 같은데 꽃밭에 있는 아이는 너무너무 이쁘다.

두세 가지 꺾어 집안에 들였다.

집안에 들이면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시들해지더라고...

그리고 다시 피기 시작한 가지치기당한 삼색조팝

삼색조팝이 예쁘게도 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금화규가 피었네 두 송이나..

이따 나가 사진 찍어 두어야겠다.

아침에 고추 정리하느라고 못 본 모양이다. 안 그럼

아침에 보고 인사 했을 텐데...

안젤로니아는 정말이지 봄부터 지금까지 처음 꽃대 올린 듯이

그렇게 여전히 예쁘다. 예쁘다 예뻐..

그리고.. 또 화이트캔디 톱풀..

좀 소강상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귀엽다.

채송화, 비덴스 그리고... 패랭이도 부지런히 꽃을 피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집에서 가장 예쁘고 화사한 꽃은 

봉숭아..

한쪽 벽면에 무더기로 피어난 봉숭아만 보면

손톱에 물들이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든다.

그리곤 안 보면 잊어버리곤... ㅎ..

지난 장마에 꺾꽂이 한 아게라텀도 예쁘다.

화분에 있는 아이는 비실비실.. 겨우

겨우 살아가고 있는데 모체보다도 더 많이 커서

더 큰 꽃송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메란포디움.. 문빔..

크레옵시스..

아.. 버들마편초도 예술이다.

버바스쿰도 꽃대 잘라주니 새로 가지를 뻗어 

그 꽃들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키가 너무 큰 붓들레아... 이건 어째야 할지 고민이다.

붓들레아 뒤에 달리아가 꽃이 예쁘지가 않다.

아마도 그늘이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날씨 탓인 듯하기도 하다.

달리아도 정말 화려하고 예쁜 꽃인데 아쉽다.

별 것 없는 것 같은 꽃밭도 하나하나 살펴보면

제법 많은 꽃들이 있구나 싶다.

그 아름다움은 내 관심의 정도에 따라 

더하거나 덜 한다 느껴질 뿐인 거지..

요 며칠 살짝 컨디션이 흔들려서 조심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두통을 몰아내야겠는데..... 싶다.

나비가 바람 타고 날아다닌다..

흔하디 흔한 호랑나비도

내 꽃밭에 있으면 반갑고 귀한 손님 같다...

매미가 울어대니

뒷집 마당에서 수탁이 덩달아 울어댄다.

저넘은 가끔 내 잠을 방해하지만.. 

내가 익숙해지는 법 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난 참 순둥한 사람 같다.

그렇다고 착한 사람은 아니다.

순한 사람과 착한 사람과는 동의어가 아니다.

엄연히 다른 뜻 다른 말...

무튼 그렇다.

내가 나를 잘 모르겠는 요즘이다.

오늘 하루 

이 더위속에 이 두통을 어찌 감당할까 미리 걱정하는 나는..

약이나 병원이라는 간단한 생각을 어렵게 하면서도

실행으로 옮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순둥 하면서 미련한 사람인가 보다 나는..

착하면서 순둥 한 사람이거나 지혜로운 사람은 아니란 거지..

아................. 그만 조잘거리고 청소나 해야겠지.

그럼 오전은 어찌어찌 지나가겠지...

저 달구새끼 우는 소리도 잠잠해지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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