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초저녁에

그냥. . 2024. 8. 18. 23:17

일일초

저녁에 포치에 앉아 남편이랑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좋다.

바람이 살랑 불기는 하지만 아직 더워서 선풍기를 돌려 

바람의 양을 늘리니 모기도 가까이 오지 못하고

멍뭉이도 처음에는 헉헉 거리더니 제일 시원한 자리를

내어 주었더니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엄마 아빠 이야기를 경청한다.

이른 저녁인데도 풀벌레 소리는 이미 가을같아.

이 풀벌레 소리가 참 좋다.

잔잔하니 뭔가 스산한 느낌도 있고..

쓸쓸해지는 분위기도 있고..

그리고.. 또 내 이명하고 많이 닮아서 친근감이

더 들기도 하는 것 같아. 

웃기지..

난 이명 안 좋아하는데

언제부턴가 나랑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어.

그래서.. 그렇게 싫지도 않아.

가끔 불편할 뿐이지.. 

구름을 둘러 쓴 달은 또 어찌나 곱던지...

며칠 뒤면 누구 생일이겠구나... 싶다.

누가 뭐래도 가을은 이미 슬그머니 한 발짝씩 들여놓고 있는 거겠지.

새로 바꾼 조명도 나름 잘 어울리고...

다음 달이면 모기 걱정 없이 나와 앉아 바람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은 뜨개질을 해도 좋을 것 같고

또 가끔은 노트북을 들여다봐도 좋을 것 같다.

또 많은 날은 아무것 하지 않고 앉아만 있어도 

기분 좋은 바람이 동석해 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남편이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에 탕수육을 포장해 왔는데...

탕수육을 너무 맛있게 먹었나 캔맥이 맛이 없네..

 

낮에 새로운 뜨개에 집중하다가 혼자 먹는 점심이

좀 늦어졌다.

이젠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허기가 져..

허기가 지면 속이 울렁거려..

그래서 좀 서둘렀나?

그러지도 않은 것 같은데 콩나물 냉국을 담다가

쨍그랑.. 타일 바닥에서 산산조각이 났어. 그릇이

급.. 긴장.. 걱정이 밀려들려고 하는 거야. 

그냥 그릇이 깨진 것뿐이야.

흔하고 흔한 일상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안 다쳤으면 된 거지~ 혼잣말을 중얼 거렸어.

고무장갑 끼고..

화장지에 물 묻혀 깨진 조각들 쓸어 담아내고..

좀 낡은 수건 하나 가져와 물에 적셔서

닦아내고 쓸어내고 

아무도 없는 나만 있는 집에서 쨍그랑했다는 것도

다행이고..

그 많은 파편들 어느 것 하나도 나를 상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도 다행이다 싶더라고..

대접 하나 깨지는 일이 무슨 대수라고..

그렇잖아. 그릇 깨지는 일은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있는 일이잖어. 

이전에도 일어났었고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야.

근데 타일에 떨어지니 깨지지 않은 아름다움이라는

그것도 소용없더군..

그렇겠지

강 대 강이니까.. 더 요란했겠지.

 

아까는 시내에서 무슨 행사가 있었나 봐.

나는 천둥소린가 했는데

남편이 폭죽 터지는 소리라 해서

옥상에 올라가 봤더니

폭죽이 예쁘게도 터지더라고... 예쁜 불꽃놀이를

옥상에서 가끔 봐~

보통 시월에 축제 많을 때 볼 수 있는데 이 여름에는

이 도시에 무슨 축제가 있었을까 잠깐 궁금했어.

불꽃이 예쁜 건 어둠 덕분이겠지.

화려하고 예쁘지만 금세 연기와 함께 사라지는..

그래서 더 불꽃놀이는 더 아름다운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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