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에서 구절초 축제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지난 3일에 시작했으니 만개는 어렵겠고...
이상기후였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표 끊는 곳에는 이상기후로 5% 피었습니다 라는
공고가 있었다 한다. 나는 못 봤지만..
5% ? 내가 보기에는 0.3%?
하얗게 구철초 꽃으로 덮여 있어야 하는 소나무 아래는
소나무와 커플룩을 입은 양 파랗다.
꽃망울이 몽글몽글 맺혀 있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이 많아서 언제쯤 필지
잘 모르겠다.
핀다고 해도 예년의 그 흐드러진 꽃은 보기 힘들 것 같다.
더워도 너무 더웠던 여름과 초가을 날씨는
사람만 배추만 괴롭혔던 것은 아니였던 거다.
좀 허전하다 싶기는 했었다.
멍뭉이랑 산책 다니는 천변에는 코스모스가 제법 예쁘게
피는데
올해는 제방에 코스모스가 보이질 않아 관리를 안 한건가..싶었고
오로지 요즘 보이는 꽃이라고는 돼지감자 꽃이랑
메꽃이라 하는 나팔꽃 그리고 유흥초 정도.. 였던 것 같기는 하다.
여뀌도 이쁘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러리로 심어진
백일홍이랑 금계국 그리고 핑크뮬리랑 댑싸리
바늘꽃도 키 작은 아이들로 무리 지어 심어 놓으니
예쁘더라고...
구절초 보러 가서 들러리 꽃들만 보고 왔다.
그래도 메인 음식은 못 먹고 반찬만 먹고 온 샘 이래도
그 반찬도 제법 맛있었어.
우리 멍뭉이는 꽃 보고 다니라니까
바닥만 보고 다니더라고..
꽃냄새 맞아 보래니까 흙냄새만 맞고 다니는데
그 꿍실꿍실한 엉덩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날은 진짜 좋았는데
흐린 하늘에 사진 찍기도 좋았고...
어찌들 꽃들의 게으름을 알았는지 축제장인데 우리 나오는 길에도
차가 하나도 안 막히더라고..아니 듬성듬성 들어 가더라고..
엄청 막히는데 말이야.
몇 년 전에는 들어가다가 너무 막혀서 돌아간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너무 한가했어.
내 보기에는 다음 주에도 만개가 될까? 싶어.
그땐 또 들러리 꽃들이 시들하겠지. 그 아이들은 만개했더니만~
그래도 바람 쐬고 와서 좋았다.
낯선 곳에 서서 바라보는 남편과 우리 멍뭉이와 나..
우리는 거기서 더 단단한 가족의 느낌으로 느껴졌다.
계절이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몸살을 하고
살아내지를 못하는 지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우고 온 듯 하다.
많이 늦어져도
꽃망울은 피어나겠지.
하아얗게 더 뽀사시하게..
그리고 한적하고 조용하게..
그 느낌의 꽃이잖어. 어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끄럽거나 어수선함이 많이 빠져나간 조용하고 청명한
소나무와 하늘 아래서 곱게도 피어 나겠지..
더 더 자기다운 모습으로..
구절초다운 어여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