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구절초 없는 구절초 동산

그냥. . 2024. 10. 6. 22:47

옥정호 구절초2024.10.6
몇 년전 옥정호 구절초

옥정호에서 구절초 축제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지난 3일에 시작했으니 만개는 어렵겠고...

이상기후였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표 끊는 곳에는 이상기후로  5% 피었습니다 라는

공고가 있었다 한다. 나는 못 봤지만..

5% ? 내가 보기에는 0.3%?

하얗게 구철초 꽃으로 덮여 있어야 하는 소나무 아래는

소나무와 커플룩을 입은 양 파랗다.

꽃망울이 몽글몽글 맺혀 있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이 많아서 언제쯤 필지

잘 모르겠다.

핀다고 해도 예년의 그 흐드러진 꽃은 보기 힘들 것 같다.

더워도 너무 더웠던 여름과 초가을 날씨는

사람만 배추만 괴롭혔던 것은 아니였던 거다.

좀 허전하다 싶기는 했었다.

멍뭉이랑 산책 다니는 천변에는 코스모스가 제법 예쁘게

피는데 

올해는 제방에 코스모스가 보이질 않아 관리를 안 한건가..싶었고

오로지 요즘 보이는 꽃이라고는 돼지감자 꽃이랑

메꽃이라 하는 나팔꽃 그리고 유흥초 정도.. 였던 것 같기는 하다.

여뀌도 이쁘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러리로 심어진

백일홍이랑 금계국 그리고 핑크뮬리랑 댑싸리

바늘꽃도 키 작은 아이들로 무리 지어 심어 놓으니

예쁘더라고...

구절초 보러 가서 들러리 꽃들만 보고 왔다.

그래도 메인 음식은 못 먹고 반찬만 먹고 온 샘 이래도

그 반찬도 제법 맛있었어.

우리 멍뭉이는 꽃 보고 다니라니까

바닥만 보고 다니더라고..

꽃냄새 맞아 보래니까 흙냄새만 맞고 다니는데

그 꿍실꿍실한 엉덩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날은 진짜 좋았는데

흐린 하늘에 사진 찍기도 좋았고...

어찌들 꽃들의 게으름을 알았는지 축제장인데 우리 나오는 길에도

차가 하나도 안 막히더라고..아니 듬성듬성 들어 가더라고..

엄청 막히는데 말이야.

몇 년 전에는 들어가다가 너무 막혀서 돌아간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너무 한가했어.

내 보기에는 다음 주에도 만개가 될까? 싶어.

그땐 또 들러리 꽃들이 시들하겠지. 그 아이들은 만개했더니만~

그래도 바람 쐬고 와서 좋았다.

낯선 곳에 서서 바라보는 남편과 우리 멍뭉이와 나..

우리는 거기서 더 단단한 가족의 느낌으로 느껴졌다.

계절이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몸살을 하고

살아내지를 못하는 지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우고 온 듯 하다.

많이 늦어져도

꽃망울은 피어나겠지.

하아얗게 더 뽀사시하게..

그리고 한적하고 조용하게..

그 느낌의 꽃이잖어. 어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끄럽거나 어수선함이 많이 빠져나간 조용하고 청명한

소나무와 하늘 아래서 곱게도 피어 나겠지..

더 더 자기다운 모습으로..

구절초다운 어여쁨으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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