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답답한 밤
초저녁에 내리던 비가 아직 내리고 있을까 싶어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빗소리 보다 먼저 다가오는 바람, 비 묻은 바람..
우와 바람도 부네...
잠깐 의자에 앉았다가 낮에 널어놓은 처마 밑에 빨래가
생각이 났다.
이 바람과 이 빗소리면 다시 젖겠구나 싶어
걷어 들이는데 무겁다...
한쪽 팔에 차곡 차곡 걷어 올린 아쉽게 마른빨래의
무게에 당황하며 어찌 어찌 현관문 안으로 들어왔다.
건조기에 밀어 넣어놓고..
건조기 일 시켜 놓았으니 금방 뽀송해지겠지...
다시 현관 밖에 나가 앉아 있는데 시원하긴 하다.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은 잠시 춥다.
감기 기운에 콧물 찍~ 만 아니면 그래도 계속 앉아 있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고 오랜만에 골방에 들어 와 앉았다.
창문 열어놓으니 바람은 느껴지지 않고
아쉬운 데로 빗소리는 가깝다.
땅속에 숨어있는 새싹들을 깨우는 비가 되겠지.
낮에는 멍뭉이랑 산책하는데 제법 덥더라고..
나야 뭐 그래도 가볍게 입고 나가서 괜찮은데
벗을 수 없는 옷을 입은 멍뭉이가 힘들어하더라고
안 덥다 더우니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았어.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고..
가다가.. 뒤돌아 보면 안아 올려 움직이고
가다가 또 뒤돌아 보면 가마 태워 모시고..
그렇게 다른 날 보다 작게 걷고 많이 힘들어하더라고..
덕분에 내가 운동을 제대로 했지...
오늘은 꽃밭에 풀을 뽑았어.
엊그제 텃밭에 풀을 뽑았는데 꽃밭에 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왜 안 했을까?
꽃밭은 텃밭보다 해가 잘 들지 않은 곳이고
바크를 깔아 놓아서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지도 모르겠어.
오늘 낮에 햇살이 너무 좋아서 뭐 반가운 새싹 없나.. 하고
둘러보았더니 풀이 제법 있더라고..
풀이... 사람들이 그렇게 괴롭혀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
이렇게 부지런하잖아. 아직 추운데
아무도 신경 써 주지 않아도 파릇하게 돋아나 있잖아.
추워도 더워도 탓하거나 투정 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내잖아.
폭우가 쏟아져도 바람이 미쳐 날뛰어도
그러거나 말거나 제 삶을 열심히 살아내니
저리도 꿋꿋이 어디서든 당당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여기저기 자리 잡은
귀엽기까지 한 풀들을 뽑아내며 좀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
누가 풀이라.. 이름 지었는지.... 싶은 거야.
그렇지만 뽑아내지 않으면 점령당하고 말 테니 뽑아내는 게 맞지.
잡념처럼 말이야.
잡념은 키워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잖아. 잡초처럼..
그래서 열심히 뽑았어.
아! 그리고 수선화 싹이 엄지손가락만큼 쏟아나와 있더라고..
비 그치고 햇살 반짝 나오면 쑤욱 자랄 것 같아.
봄까치 꽃이 이미 피었으니 봄은 시작되었지만
내 꽃밭에 꽃이 피어야 진정한 봄이지~
빗소리가 참 듣기 좋다.
가로등불 아래 빗줄기가 참 보기 좋아..
오랜만인 것 같아.
추워지고 나서는 이렇게 창문 열고 밤비를
올려다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야.
하긴..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기는 했지.
그래도 비가 내리니까 좋네
확실히 계절이 바뀌고 있음이 느껴져.
창문을 열고 있어도 춥다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시원한 캔맥 하나 마시면 딱 좋겠다 싶지만
오늘은 안 마시는 걸로~
아직 병원약이 끝나지 않았어. 뭐 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을 게 없을 것 같으니 말이야.
멍하니 앉아 내리는 밤 비 소리를 듣는 건..
그냥 좋아.
빗소리가 참 좋은 밤이다.
날이 좀 풀리면..
여기 내 골방에서 다시 무언가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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