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251

어제 내린 비에

어제 내린 비에 가지가 꺾여 꽃이 바닥을 보고 있던 아이들을 잘라다 거실에 꽂아 두었는데 이렇게 이쁘다. 아직 한참이나 더 이쁘게 피어 있을 것을 비가 못살게 굴고.. 그럴 거 다 알고 있었으면서 대비 제대로 안 해 준 내 탓이기도 하다. 비는 계절을 바꿔 놓았다. 어제는 여름이었고, 오늘은 확실한 가을이다. 가을 이 느낌이 너무 좋다. 가을이 좀 길게 갔으면 좋겠다. 파아란 하늘도 오래 보고 단풍도, 낙엽도 오래 보고 그렀으면 좋겠다. 일기를 길게도 썼었다. 그런데 컴이 오류가 났다. 이런 일이 이 노트북에서는 한 번도 없었는데 뭔 일인지.. 그리고는 글도 임시 저장되지 않고 날아가 버렸다. 사실.. 이걸 공개일기로 써도 되나 싶었었는데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오늘 일기장에 내려놓았던 일은..

비가 온다고 했다

집안이 어두컴컴하다. 하늘이 비를 준비하고 있다. 새벽부터 내린다더니 조금 늦어지는 모양이다. 여느 날처럼 라테 한잔 마시고 청소하려는데 자꾸 늘어진다. 그냥 앉아서 비나 기다릴까.... 비 내리면 그때 시작할까? 아니야 아니야.. 오늘이나 내일까지 큰아이 소파매트 끝내려면 뭐 무리하지 않아도 끝이 날 것 같기는 하지만.. 여유 있게 커피 마시고, 청소하고 비 내리면 그때 빗소리 들으면서 앉아 있지 뭐.. 저만치 담장 너머 골목 지나 소나무 사이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루엣과 소리가 들린다. 비 내리기 전에 서두르는 모양인데 나는 언제오나..그러고 있으니 느티나무에서 마른 낙엽이 한 장 떨어져 내렸다. 툭하고 떨어지지 않는다. 살랑살랑 살랑 바람을 이용해 살포시 내려앉는 나뭇잎... 날 흐리니 제법 ..

아침

잔잔하게 들려오는 내 가장 가까이에서 내 컨디션을 체크하고 기분을 체크하는 이명과. 아침 청소시간을 알리는 가요가 잔잔하지만 제법 큰 목청으로 들려오고 깍깍깍... 어느 나뭇잎 뒤에 숨었는지 까치가 깍깍댄다. 오늘 아침은 늦었네~ 하듯이.. 생각이 많아서 검은 허공에 별처럼 생각들이 반짝여서 잠을 설쳤다. 남편 뒤척일 때마다 방해될까 봐 조심하면서도 왜 일어나 나올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다. 습관인 것 같다. 어떻게든 방에서 아침이 밝을 때까지 버티던 습관 이젠 내 공간도 있고,, 거실도 있고 아이들 방에 들어가 앉아 있어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는데 여전히 십수 년 전 애들 할아버지가 거실에 상주하시다시피 하시던 것이 어려워서 방콕 주방콕 했었던 것이 아직도 내 몸속에 돌덩이처럼 자리 잡고 있..

오해는 쉽고 이해는 어렵다 오해는 내맘대로 생각하고 그렇다고 결정 지어 버리는대서 생기고 이해는 그것도 내 맘이 허락해야 된다 말이라는 건 하는 사람의 표정과 톤과 상황과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에 따라 칼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문제다 적어도 나는 답답한 사람이 될지언정 허언을 쏟아내거나 나 아닌 타인의 이야기를 신이나서 내어놓는 일은 안하려 애쓴다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 그는 내가 거짓을 이야기 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걸 알고 있을거란 믿음이 있다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의 성향을 알고 믿음이 있듯. 그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말이라는 것이 어디를 굴러 다니다 어떻게 와전되어 나 없는 자리에서 오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어느만큼의 용기를 내서 오늘 내가 내 놓은 말이 허언이나 그냥 ..

비 개인 아침

벌초하러 가야 해서 서두르는 남편 이른 아침을 챙겨주고 비에 젖은 꽃밭을 둘러본다. 무겁게 늘어진 바늘꽃가지에 묻은 물기를 탈탈 털어내고 세워주니 그런대로 자리를 잡고 선다. 삼십 송이는 더 피었을.. 작년에 작은 하나 사서 심었는데 작은 구군이 옆에 붙어 와 두 그루가 되었었는데 가을에 수확한 구근이 제법 되었었다. 느지막이 5월이 넘어 구근을 심어 늦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나무처럼 키기 자라더니 꽃을 한도 끝도 없이 피어댄다. 아래에 치인 꽃들이 걱정될 정도로 잘 자라다니.. 내 꽃밭이 다알리아에게는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 탁구공만 한 노오란 겹 에키네시아를 치켜올리고 있는 여린 줄기가 안쓰러워 과감히 꽃을 잘랐다. 잎사귀로 뿌리로 열심히 키워 내년엔 더 많을 꽃을 보자 하며.. 누은 봉숭아..

비가 많이 왔다.

비가 많이도 내리더니 그쳤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귀뚜리 소리가 맞는지 내 이명소리인지 구분이 안 갈 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귀뚜리 소리를 들으면 확실히 이명하고는 다른 소리라는 걸 금방 알아챈다. 빗소리가 가만가만 나는 것 같기도 한데 이것도 사실 이명인지 진짜 빗소리인지 나는 정확히 말해보라 하면 자신이 없기도 하다. 이명은 내 오랜 친구다. 귀찮은 그렇지만 너무 오래되어서 있어도 없는 듯 없어도 있는 듯 싶을 때도 있는 너무 익숙한 친구.. 내가 조용히 혼자 있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친구.. 그래서 오디오 북을 듣기 시작했다. 요즘 내가 들은 오디오북이 드라마로 만들어져 나온 걸 보고 흥미 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분명히 들었는데 내용이 하..

꽃인지 풀인지

꽃밭에는 내가 심어 놓은 꽃도 많지만 저 혼자 나고 자란 잡초도 많다. 뽑아도 뽑아도 또 어디서 나오는지 또 나오는 풀들.. 비 한번 오고나면 잘도 자란다. 꽃들만큼 키가 자란 풀들은 없지만 숫자로 치자면 꽃보다 풀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 그 꽃밭에 비가 내리고 있다. 하루종일 참았다는 듯이 우두두두둑. 시원스럽게 쏟아지고 있다. 밥을 앉혀놓고, 수육 드시고 싶다고 해서 수육 삶으며 수육이 있음 다른 반찬이 뭐 별로 필요 없으니 안 그래도 잘 챙겨 먹는 편도 아니지만 여유 부리고 있다. 꽃들이 쏟아지는 비에도 기죽지 않아. 처연해. 좀 얻어맞아서 늘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해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글 거리겠지. 잡초인가? 꽃인가? 헷갈리는 것들이 가끔 있다. 보자 조금만 더 보자 하고 지켜보다가 ..

밤이 깊었다.

슬그머니 방석 하나를 마무리해 놓고 갈증이 나서 나왔다. 물 한컵 채워 들고 마악 의자에 앉아 노트북에 불빛이 들어 오는데 방문 긁는 소리가 난다. 우리 멍뭉이다. 분명 자는 거 보고 나왔는데... 일기 쓰고 올께....하고 나오면 얌전히 누워 자거나.. 아님 베란다 창가에 있는 지 방석에 누워 자거나 하는데 오늘은 아마도 내가 방문을 붙여놓고 나왔나 보다. 이 아이는 귀여운 것이 들어갈 때는 조금만 틈이 있어도 밀고 들어가는데 나올 때는 지 몸만큼의 공간이 있어야만 나온다. 안 그럼 못 나온다. 못 나오는 건지.. 그냥 나를 찾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방에서 나올 때는 늘 문을 열고 다녀서 그 방법을 깨우치지 못했는지 알 수는 없는데 우리 멍뭉이도 똑쟁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방충망 너머 가로..

요즘

요즘 감성이 없어서 노트북 앞에 앉으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일상의 생활은 말 그대로 일상이어서 다른 듯하면서도 같아서 거기서 뭘 끄집어내기에는 한계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는지 모르젰지만 아무튼 그렇다. 아침 이불자리에 누워서 남편이 출근하는 걸.. 나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데 남편이 일어나지 말라고..... 굳이 안 나와도 된다고 해서 더 게을러지는 것도 있기도 하고 아침이 힘든 건 50년을 넘게 살았어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처럼 그렇다. 어제 모임 나갔다가 앞에 언니가 대하를 까 주시길래.. 삼겹살 굽니라 못 먹고 있으니~ 나도 하나만 했다가 네 개나 주셔서 맛나게 먹었는데.. 아마도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