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251

비내리는 밤이다.

이 밤 내리는 빗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서 내방 창가에 앉았다. 빗소리가 참 좋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참 다양한 빗소리가 들린다. 구분할 수는 없지만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창가 비가림 처마에 내려앉는 소리 항아리 위에 철푸덕 부서지는 소리 이웃집 양철기와에 미끄러지는 소리 나뭇잎 위에 장난스럽게 뛰어드는 소리 꽃잎사귀를 어루만지는 소리.. 하나도 어떤 게 그 소리인지 구분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듯 다른 빗소리가 좋다.. 오늘 밤은 비가 내리는데도 그렇게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일은 많이 추워지겠지. 엄마를 치과에서 봤다. 비가 살짝 내리기 시작했었다. 딱 1년을 다니면서 새로 해 넣은 치아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신다. 엄마가 관리가 잘 안 되어서 좀 헐렁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비 마중

어제 하늘은 이렇게도 맑고 예뻤는데 오늘은 비소식이 있기에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이다. 집안 가득 비를 노래하는 가수들의 목소리가 흘러넘치고 바람에 낙엽은 하나 둘 떨어진다. 조금 있으면.. 며칠 더 있으면 저 풍성한 느티나무 잎사귀가 바람 한 가닥에 우수수수 하고 날리기 시작하겠지. 그럼 또 나는 하염없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지는 낙엽을 바라보고 있겠지... 낙엽이 지는 건 꽃잎이 지며 흩날리는 거하고는 또다른 느낌의 무엇이 있어서 자꾸 더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 봄 꽃이 날리면 마음이 뭔가 부웅 뜨는 느낌이라면 낙엽이 흩어지면 뭔가.....스산함이 가슴을 스치는 그런 거랄까.. 암튼 오후에 치과에서 엄마를 봐야 하기 때문에 정성을 들여 머리에 힘을 좀 주고 앉았다. 나이 들어가는 엄마는..

가을한낮

가을 한낮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선선하니 좋다. 가끔 바람에게서 조심스럽게 바스락 소리가 난다. 나는 이 바스락 소리가 나는 가을바람이 참 좋다. 허공인 듯 허공 아닌 하얀색이 제법 섞인 하늘에는 말 그대로 하얀 물감이 덜 섞인 듯 여기 저기 희끗할 뿐 하늘색이다. 눈에 보이는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살랑살랑 산책 다니는 것이 보이고 간간히 새들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닌다. 이 계절 하고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노란 나비 한 마리도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개를 펄럭이며 바쁘다. 저 나비는 저 새는.. 저 바람꽃은.. 여태 예쁜 분홍빛 노랑빛 꽃잎들은 저리도 가벼워 보이는데 나는 아침부터 몸보다 마음이 무겁고. 괜한 샘.. 질투 그것도 아니면 서운함.. 아니.. 어쩌면 머리로는 진작에 인정하..

오늘은

그냥노트북을 닫았다 일기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머리도 멍하고 별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거다 가끔은 머리보다는 손가락으로 또 가끔은 가끔은 버티기로 몇글자 만들어내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암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두고 나왔다 아까 낮에 미용실에서 단백질 어쩌고 삶은 달걀 어쩌고 하기에. 집에 오자마자 삶아서 두개 먹고 방금 또 구 개를 먹었다 낮에는 괜찮았는데 좀전에는 특유의 냄새가 나데 잘 먹지도 않는 것을 의무감으로 먹어서 그런가 봐 어찌되었건 오늘은 일기가 써졌다

참 화려하고 곱다.

꽃이 이렇게 예쁜데 날이 추워져서 그러는지 줄기부터 힘이 빠지는 모양이다. 저렇게 예쁘고 절정인 꽃들을 어쩌지 못하고 가지가 자꾸 늘어지다 못해 꺾이기까지 한다. 너무 늦게 심은 탓이다. 봄에 집을 비운탓에 5월도 한참 지나서야 달리아 구군을 땅에 묻었었다. 그러고 여름부터 지금까지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데 감동했다. 남의 집 꽃밭에 있는 것만 부러워 했었는데 꽃나무 하나 사서 심은 것이 이렇게 식구를 불려서 한여름과 가을을 밝히고 있으니 이보다 더 눈을 사로잡는 꽃이 없을 것 같은 위엄이다. 꺾인 가지에 금세 시들어 버릴까 봐서 집안으로 모시고 들어 왔지만.. 집안에서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 지 오래 유지하지 못한 다는 걸 지난번에 비에 꺾인 가지 몇 송이가 금방 색이 변하고 시들어 버리는 ..

가끔

가끔 생각한다. 이 멍뭉이가 없었다면 나는 얼마큼이나 더 망가졌을까? 그나마 멍뭉이가 있어 이렇게 날마다 산책이라도 하니 이 정도라도 지키고 사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산책길.. 나서는 길에는 바람이 살랑살랑 너무너무 좋더니 들어오는 길은 좀 춥다 느껴진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남편이 언니 스마트워치를 하나 사 주었다. 언니 생일이 얼마 안 남았는데 생일 선물이라며.. 고마운 것이 많단다. 언니에게.. 나 수술할 때도 야간 일 마치고 내려와서 수술하는 거 보고 올라가서 야간일 들어간 거 하며.. 언니가 처형으로써 잘 버텨주고 감당해 주니 고맙다며.. 나야 너무 고맙지.. 언니가 직접은 절대 구매 안 할 것이니 괜찮지 싶다. 아들이 저녁에 왔다. 남편이 구두 하나 사 신으라고 얼마 전..

뒷모퉁이에

마당 뒷모퉁이로 돌아가면 참나무에 표고버섯 종균을 작년 이른 봄에 넣었었다. 늘 하던대로 해서 그늘에 세워 두었는데 봄에 하나도 안 올라오는 거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가을이 되었는데도 안 올라오기에 종균이 잘못되었나 봐.. 가져다 다 뗄감으로나 써야 할까 보다 그러고 있었는데 오늘 덜 찬 쓰레기 봉투 보관해 두려고 뒷모퉁이로 돌아갔는데 웬일이야 이게.. 열대여섯 개도 넘는 표고가 어제쯤 땄으면 딱 좋았겠다 싶게 피어 있다. 표고도 꽃처럼 예쁘다. 마악 자라니가 시작한 것은 정말 귀엽고 앙증맞다. 뭔 일이야 이게.. 이렇게 올라오는 거를 그 기다림이 뭐가 어떻다고 땔감으로 쓰네 마네 했는지... 약간 처마 밑이라 가물어서 그런가 싶어서 올해처럼 비가 많이 왔는데 싶기는 하지만 물을 흠뻑 주어 놨다. 내..

멍뭉이 삐짐

8년을 살았어도 몰랐던 것을 급 깨달으신 우리 집 멍뭉이.. 밖에 나가자고 현관 앞에서 시워 중이시다. 늘 밖에 나가고 싶으면 내 옆에 와서 알짱거리며 나가자고 졸라댔었는데 오늘은 저렇게 버티고 앉아서 안 들어온다. 점심 먹다가도 나가 한 바퀴 돌고... 설거지통에 밀어 넣고도 마당 그늘에 앉아 한참을 쉬고도 들어와서는 또 저 모양이다. 급 깨달음..ㅎㅎ.. 하필 오늘은 내가 무작정 쉬자 마음먹었던 날.. 아침도 늘어져 있다가 겨우 청소만 하고, 점심 준비하고 치우고 또 늘어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바깥바람이 좋으시단다... 이따 나가자 이따가.. 아직은 좀 더워. 해도 소용이 없더니 내가 방으로 들어가니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오기는 했는데 불러도 옆에 오지도 않고, 저만치서 똬리를 틀고 누웠다. 거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