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251

흐린 하늘

그레이 빛 하늘이 키 작은 라알락 가지 아래까지 내려와 앉아 있는 꽃밭에 아직 푸른빛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 바스스 떨고 있다. 묵직한 하늘을 올려 보내기 위한 바스스함인지 아직은 견딜만 한 바람과 스리슬쩍 손잡고 룰루 랄라 라도 하는 것인지 더없이 고요하다. 새소리도, 바람소리도, 이슬 묻은 먼지를 들어 올리며 달리는 차 소리 하나 없는 아침 저만치 거실에서 영웅이가 잔잔한 노래로 이 고요함을 채워준다..... 했더니 뒷집 장닭이 뭔 고요? 싶기라도 한 듯 목청을 뽐내며 꼬꼬고 고오`~~~~ 하며 목청을 가다듬는다. 남편은 출근했고, 큰아이는 오늘 비번이고, 작은아이도 출근했겠네. 이 고요함이 이렇듯 잔잔한 물결 같은 일상이 가끔은 낯설게 느껴지는 건 너무나도 박진감 넘치가 살아온 지난날들의 기억이 뼛..

가끔은

가끔은 착각 속에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괜찮은 착각은 기대를 하게 하고, 또 뿌듯함을 주고, 뭔가 가슴 따듯하게 하기도 한다. 문득문득 그거 너만의 착각이야 일깨워주는 장면에 부딪혀... 그래 착각이었지 싶기도 하지만 뭐 어때.. 나만의 착각이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가끔은 착각하면서 살도록 내 마음을 허락하겠다. 그냥.. 내 마음이니까..

하늘이 참 예쁜 날이었다.

눈이 뻑뻑하니 피곤하다 한다. 좀 바쁜 날 이기는 했다 그래도 한참 이른 초저녁이다. 평일에는 일하고, 일요일에는 성남까지 왕복하며 짐 나르느라 피곤이 쌓였던 안 그래도 초저녁 잠이 많은 남편이 자겠다고 누워서 조용히 나왔다. 바쁜 하루를 보낸 내 몸께서도 피곤하다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그러는데 뜨개질도 오늘은 손에 잡힐 것 같지 않고.. 난로 앞에 앉았는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좋아하는 것도 별로 없다는 사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한데 방에 있어도 별반 다르지 않는데 왜 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지 싶다. 오후에 큰아이네 집에 가서 이사 오면서 다친 스타일러 엘지맨이 오셔서 치료해 주셨다. 참 친절하시다. 그리고 집에 왔는데 세탁기 수리하러 지금 가도 되..

반달

반달이 예쁘게 떴다 그래서 몇글자 끄적이고 싶어졌다 저만치 샛별도 반짝인다 그래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몽글몽글해진 마음은 습기를 머금은 흙에서 새싹이 고개를 내밀듯 글이 삥긋 삥긋 삐져 나오고 싶어한다 그래봐야 별거 없는 풀빛진한 풀일 뿐인 걸 그럼에도 여전히 여전히 나는 그 무수한 잡초들을 틔워 올린다 반달이 밝다 그래서 끄적 거려봤다

햇살 좋은 오후

파아란 늦가을 하늘이 올려다 보인다. 햇살이 비스듬히 집안을 넘어다 보며 눈 맞추자고 하니 부담스러운 마음이 생겨 살짝 비켜 앉았더니 태양은 피하고 햇살은 풍성하다. 불어 들어오는 바람이 좋다. 오싹한 차가움이 있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옷걸이 조립하다가 머리통으로 들이받았더니 별이 번쩍하더니 남북이 났다. 소복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조립 다하고 정리해 놓으니 확실히 좋다. 어느 정도 정리를 다 해놓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늦은 점심은 뭘 먹어도 맛나다. 대충 무채 하나 내놓고 먹었는데도 부족함이 1도 없이 든든하다. 청소기 마악돌리려는데 남편이 일찌감치 퇴근을 하고 들어왔다. 청소기 대충 돌려놓고 큰아이가 사 준 물걸레 청소기더러 걸레질 좀 하라 시켜두고 남편 옆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고마운 잔소리

어제 성남행 버스에서 내다본 차창 밖 풍경이었다. 오늘 전세집 짐을 싣고 내려오는 길에는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눈의 흔적은 거짓말이었던 것 처럼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어젠 제법 추웠는데 그래서 잔설이 어느 정도는 남아있지 않을까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첫눈은 그렇게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이가 사옥에 들어가게 되면서 전세방에 있던 살림살이들을 집으로 옮겼다. 어제 가서 짐을 정리해서 포장해 놓고 오늘 아침에 남편이랑 지인분이 오셔서 짐을 싣고 내려왔다. 지인분 아니었으면 언감생심이다. 스타일러가 굉장히 무겁더라고... 그 무거운 걸 좁은 이층 계단을 들고 내려오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두 남자.. 아니 우리 막둥이까지 세 남자가 낑낑거렸다. 두시 넘어 큰아이 집에 스타일러 내려주고.. 책상은 ..

빗속에 꽃 같은 첫눈이 내린다.

오늘 밤에는 첫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나와있다. 낮에 질척한 비가 끈적하게 차창에 미끄러져 내리더니 비가 오락가락했다. 어느새 첫눈이라니.. 지금도 창밖 가로등 불빛 아래에는 비 사이로 꽃잎처럼 첫눈이 하나씩 둘씩 날리고 있다. 잘 보이지 않아 눈을 부릅뜨고 바라봐야만 보이는 첫눈 꽃잎. 조금 더 오래 창문을 열어놓고 바라보고 싶지만 펑펑 눈처럼 쏟아진다면야 얼마든지 추운 걸 감수하겠지만 비는 소리로라도 들을 수 있는데 귀한 첫눈은 잘 보이지 않아 창문을 닫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늘 밤 안으로 제대로 쏟아지는 예쁜 첫눈을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일찌감치 자려한다. 지나간 새벽에 한시 반쯤 눈을 떠서는... 멍뭉씨 화장실 가신다고 문 열어달라고 긁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

비오네

아침에 청소기 돌리려고 창문 열어 놓았더니 졸린데 춥다며 애절하게 아니 귀엽게 바라보시는 멍뭉님~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 내리는 소리가 좋아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빗소리를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체질이 바뀐 건가 갱년기 덕분인가 알 수는 없는데 내가 느끼는 추위 정도가 예전에는 대단했는데 요즘은 아니라는 거다. 오늘처럼 11월인데도 빗소리 듣겠다고 창문을 열어놓고 있다니.. 싶은 거지. 어쩌면 몇 년 전에 길게 복용한 한약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10월 말이면 이미 나는 추위에 겁을 먹고 옷을 껴입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니어서 나 보다 주변사람들이 더 의아해한다. 뭐냐고? 그럼 갱년기~ 하거나. 체질이 바뀌었나 봐 한다. 좋기도 하고.. 대신 여름은 또 모르던 ..

꿀꿀

어제보다 포근하다는 날 스멀스멀 밀려오는 감기기운 분명 날짜까지 확인하며 해지했다고 생각하고 잊고 있었던 오티티요금이 나와서 확인하려하니 쉽지 않다 폰 어플로 들어가 보고 홈피 들어가 보고 티브이 마이페이지 들어가 보니 해지가 안되어 있다 분명 내 실수겠지 해지하려고 다시 되돌이표를 반복해 보아도 해지버튼을 찾기 힘들어 고객센터 전화하니 점심시간이라고 번호예약해놓고 무심히 들여다 본 티비화면 저 아래 아주 작은 글씨로 해지신청이 보인다 저건 왜 저렇게 작아 투덜 거리며 해지신청하고 밴딩바지 주문했던 택배가 와 있길래 뜯어보니 별로다 어쩌겠어 그래도 맞으면 입어야지 하며 입어보니 주먹이 두개는 더 들어가고도 남을 ... 짜증이 확 올라온다 제일 작은거라며 그 기준이 옷마다 다르다고! 반품시키자니 귀찮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