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251

내일모레면

내일모레면 큰아이 생일이다. 그런데 모레는 아들이 출근하는 날이고 그 다음다음날은 드론 시험이 있는 날이어서 오늘 저녁을 같이 먹었다. 마트에서 소고기를 사다가 집에서 구워 먹었다. 무알콜 맥주만 마시는 아들을 위해 두 눈 부릅뜨고 찾아온 무알콜 맥주가 무알콜 맥주가 아니었다는.. 0.03프로가 들어갔다며.. 운전해야 하니 집에 가서 마시겠단다. 흐... 철저한 녀석.. 그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맛나게 저녁 먹고, 내일은 비가 내리면 이제 몇 시간 후부터는 비가 잡혀있다. 올 것 같기는 했어. 비가.. 날이 포근해도 너무 포근했거든 뭔가 좀 생뚱맞은 날씨를 제자리로 돌려놓기에는 또 비만한 게 없겠지 아무튼 내일 비가 내리면 운동화 하나 사주려 한다. 이 녀석이.. 지 하고 싶은 것은 열심히 ..

포근한 날이었다.

봄날 같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분명 12월의 중간쯤인 오늘.. 아무리 날이 포근해도 억새꽃은 반쯤 바람따라 흩어지고 우리 엄마 엉성한 머리숱처럼 빈약하기 그지없는 갈꽃들이 바람에 먼길 재촉하고 있다. 그렇게도 은빛 반짝이고 예쁘더니 어느새 하얀 새치 머리 같은 갈꽃들이 바람에 흩어지는 것이다. 날씨 탓인지 기분이 완전 좋으신 우리 멍뭉이 한 달에 한 번 가면 많이 가는 큰 다리 있는 데까지 산책을 다녀오시면서 한 번도 안아 달라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쉬어 가자며 벤취에도 앉고, 차량통제석에도 앉아 쉬어가곤 했지. 아까.. 오전에 사실 미용실에서 일기라고 쓰기는 했는데 밤 시간이 되고 보니 습관처럼 또 앉아 있는거다. 어제와 별로 다르지 않은 오늘을 보냈으면서 말이다. 예전..

기다림

기다림 그것이 무엇에 대한 것이든 기대를 잔뜩 품은 기다림은 설렘임이다 그것이 확신이 있던 없던 기다림 그 자체만으로 부풀어오르는 마음은 풍선같다 뭔가 이유없는 자신감이 바닥에 깔린 것은 물론 그 자신감 또한 학습에서 만들어진 내생각뿐인 것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이유 없다고도 볼 수는 없다 나는 요즘 특정 시간대에 특정 대상을 집중해서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아닌가봐 내일이겠지 혼자 위로하고 혼자 단정지으면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는 마음에 힘을 더하며 늘 응답해주는 착한 기다림은 아니지만 한동안은 제법 행복한 설렘은 이어질 것 같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자신감을 더해주는 기다림이 되기를 그렇다고 내가 무턱대고 떼쓰는 것은 아니고~ 요즘 내 기다림은 애틋함이나 가슴저림하고는 먼 그냥 설레임이다 그래서 더 좋다

멍뭉이와 멍뭉이인형

모임에 나가는 남편 나는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지 하고 있는데 큰아이가 불쑥 들어온다. 전화하고 오지 밥 해야 하는데.. 그냥 밥 먹으면 되지 한다. 아니 밥을 해야 해~ 점심에 먹고 조금 남았거든.. 천천히 먹어도 된다는 아들에게 그래도 전화하고오면 밥 바로 먹을 수 있게 해 놓을 수 있으니 좋지~ 했더니 알았단다. 일부러 신경 쓸까봐 전화하지 않고 온 것 같은데 오늘따라 밥을 안해서리... 엄마 밥은 어쩌고 밥이 없어~ 또 라면 먹으려고 했지~ 하길래.. 아녀 예전처럼 많이 먹지도 않아. 어쩌다 가끔 한 번씩만 먹어했더니 병원에서 염분 줄이라 했으니까 먹으면 안 되지~ 한다. 그러면서 저렇게 예쁜 멍뭉이 인형을 가지고 왔다. 다이소에 갔는데 우리 멍뭉이를 닮아서 사 왔다며.. 근데 진짜 묘호 하게 닮았..

아주 오래된 사진이다.

아주아주 오래된 사진이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이 이날은 비가 잠깐잠깐씩 내리는 가을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을 바닷가에 서서 같이 갔던 사람들 보다 바다가 더 좋아 바다만 찍어댔던 기억 있다. 대부분 어디론가 사라지고 몇 안 남은 이사진은 가끔 동해가 그리운 날이면 물끄러미 바라 보고는 한다. 아니 내 폰 배경화면으로 10년 넘게 날마다 시시때때로 들여다보고 있다. 내 폰에 이 사진이 안 들어 가 있으면 뭔가 내 폰이 아닌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저 사진 속에 하늘이 더 맑았으면 어땠을까? 바닷물은 다른 색이었을까? 싶은 생각도 가끔 했었다. 바다는 하늘을 닮아간다는 말... 맞는 것 같다. 4~5년 전쯤인가.. 친구들 모임에서 부산으로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일곱 친구와 우리를 픽업하러 와 ..

졸리다

이제 열 시 넘어가는데 눈꺼풀이 무겁네 오후에 제법 굵은 빗줄기와 함께 천둥 번개가 울었다. 제법 시원스럽게 들리는 빗소리가 반가웠다. 겨울에는 듣기 힘든 빗소리였다. 에탄올 유리관 속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다. 어제 태우고 남을 에탄올이 한참을 제법 멋지게 타오르더니 촛불 같은 불꽃이 작은 솜털처럼 팔랑 거리다가 사라졌다. 사라진 불꽃 자리에는 어둠이 더 짙은 것 겉어. 다시 연료를 넣어 불꽃을 만들어 볼까. 하다가 말았다. 지금 내 눈꺼풀은 무거워요~ 하기 시작한 지 꽤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면 추워지는 게 맞는데 창문을 열어 봤는데 비도 그치고 그다지 많이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 엄마집은 엄마와 함께 늙어간다. 아버지 계실 때만 해도 솜씨 좋으신 아버지가 어떻게든 고치고 보수하고 다..

늦은 밤

불멍 하기 좋은 밤이다. 춤추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름답다 싶기도 하고.. 그렇네 오전에 배송 와서 밤에는 처음 보고 있는데 불꽃이 제법 도발적이다. 처음이어서 그런가.. 아마도 그러겠지 난로 앞에 앉아서 저만치 떨어져서 춤을 추고 있는 뿔꽃은 아름답다기보다는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멍하니 정말 말 그대로 멍하고 있으니 빠져드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불멍이라 하나 보다. 그래도 아무생각없이 멍하고 있으려면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위험하지 않다는 적응의 시간.. ㅎ... 캔맥 하나 마시면 딱 좋을 것 같다. 저 불멍을 같이 할 사람 하나 있음 더 좋겠다. 우리 큰넘은 좋아할 것도 같은데...... 일렁임이 좀 사그라 든 것 같기는 하네 다음엔 에탄올을 조금 ..

나만의공간

오랜만에 쉬는 남편이 마악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뒤를 이어 우체부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온다. 청소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거실 창문을 슬그머니 닫으며 일찍 왔네 오늘도 춥지... 물으니 오늘은 안 추워 포근해 ~ 하며 리모컨을 집어 들던 남편이 오토바이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택배 올 것 있냐? 묻길래 어 택배 올 거 있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며 현관 앞에 얌전히 놓여있는 상자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뭐라 하지도 않는데 생필품이 아닌 것들의 택배가 오면 그냥 나도 모르게 남편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건 오랜 시집살이의 습관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삼십 년을 넘게 살았어도 이 집이 정이 가지 않았다. 어떡하면 벗어날 수 있을 까 어떡하면 떠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좋은 기억보다..

겨울 나들이

나는 바다를 참 좋아한다. 그냥 바다가 좋다. 중학교 다닐 때였던 것 같다. 언젠가도 일기에 썼던 것처럼 여름 방학 때... 나에게는 여름방학이라고 해 봐야 집에서 뒹굴 거리며 아이들이랑 까끔살이 놀이를 하거나 자잘한 돌멩이 주워 모아 돌멩이 따먹기나 하며 그늘에서 놀았던 기억.. 그 기억은 중학교 이전의 기억일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나락이 익어가는 논가에 앉아서 양은 냄비 두드려 가며 입은 석자나 나와서는 짜증을 담뿍 담은 고함으로 참새 쫓는 일에 내몰렸다고 생각했던 기억 밖에는 없는데 여름방학에 끝나고, 어떤 아이가 선생님의 방학 때 뭐 했느냐는 질문에 바다를 보고 왔다고 초록빛 바다라는 노래처럼 바다가 초록색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부터 너무너무 바다가 보고 싶었다..

춥네

춥다. 따듯한 방안에 있다가 와서 더 춥게 느껴지는 거 같기도 하다. 일부러 잠옷도 갈아입지 않고 있었는데도 춥네.. 오늘하루는 진짜 말 그대로 휴일이었다. 아침 먹고 청소하고, 쉬고 점심 먹고 쉬고, 저녁 먹고 또 쉬고... 뭐 나야 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남편이 휴일 같은 휴일을 보내고 있어서 그 옆에서 덩달아 나도 그냥 쉬었다. 햇살이 아낌없이 들어오는 거실 소파에 멍뭉이랑 셋이 누워 티비도 보다가 졸다가 이야기도 하다가 졸다가... 처음에 소파 들여 놨을 때 이렇게 큰게 필요할까? 싶었는데 딱 좋네 둘이 양쪽으로 누워도 불편하지 않아 거기다 우리 멍뭉이도 잠을 참 얌전히 자는구나 싶더라고 내가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으니 편안했던 모양이다. 춥다. 난로쪽은 따듯한데 반대쪽 몸이 추워.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