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251

천변에

속이 편치 않아 따듯한 꿀물을 만들어 왔다 좀 진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책하다 만나는 가을은 참 보기 좋다. 예전처럼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지만.. 억새는 저렇게 피어서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멍뭉이 덕에 산책을 한다. 안그럼 하루종일 집안에서 달팽이처럼 생활을 했을 텐데 말이다. 세 내 놓은 논을 남편이 정리하고 치워 주었다. 이것저것 집으로 가져올 것도 많고, 버릴 것도 있고.. 애들 할아버지 시절부터 한 번도 남의 손에 맞겨 보지 않은 곳을 내놓은 남편의 마음이 어떨지... 이제 논에 갈 일도 없고... 이제 논에 안 가도 되고...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은근히 그 말에 신경이 쓰였다. 내탓이로 소이다..이니.. 그렇다. 어차피 남편은 ..

졸립다.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저렇게 와서 늘어진 편물에 들어 누워 있는 걸 좋아한다.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소파매트다. 내일쯤이면 마무리될 것 같기는 한데 손가락이 많이 아프다. 이게 무게도 있고, 두깨도 있어서 바늘 잡는 손보다는 편물을 잡고 있는 손에 무리가 가는 것 같기는 하다. 무게가 상당하다. 한 면 뜨고 돌려 뜨고 하는데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힘으로 하려니 더 버벅 거렸는데 이제는 좀 요령이 생겨 무게에 대한 부담은 좀 줄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물을 잡고 있는 시간이 들어지다 보니 손가락이 좀 아프다. 뭐 이거는 내일이면 끝나고, 아들 거는 이거보다는 좀 작으니까.. 그리고 나면 한동안은 아니 이렇게 크고 무거운 것을 잡을 일은 오랜동안 없을 테니 지금 좀 무리가 가도 완성해 놓으면 차가워진 날..

10월의 아침

며칠 만에 카페인 진한 따듯한 라테 한잔 만들어 내 창가 책상 앞에 앉았다. 활짝 열려진 창으로 제법 규칙을 갖추어 늘어져 있는 전깃줄을 모으고 있는 전봇대가 저만치 보인다. 새 한마리 아침 공기를 즐기고 있는 중이고.. 내 꽃밭엔 이슬 묻은 바늘꽃이 미동도 없이 서 있고... 바람이 없는 것이 아니야.. 이슬 묻은 꽃잎이 그저 아직 흔들릴 때가 아니라고 얼음 하고 있는 것뿐이지.. 꽃밭에도 가을색이 물들어 가고 있다. 노란 물감 몇 방울 떨어 트려 진 냥 그 짙던 초록의 느낌보다는 뭔가 다른 색이 입혀지는 것이 보인다. 영웅이 노래로 집안을 채우고 뜨끈한 라테로 몸을 채우고 흐느적거리는 정신은 찬바람으로 일으켜 세운다. 10월이.. 지금 이 시월이 정말 좋은 계절이구나...... 새삼스럽다. 이렇게 창..

어느새 춥다.

마치 흑백사진 같다. 아름다움이 버거워 땅으로 고개 떨군 꽃을 찍으러 몸을 움직여 하늘을 향해 찍었는데 실루엣만 보이고 아름다움은 숨었다. 역시 저 꽃은 제 아름다움이 가볍지 않은 모양이다. ㅎ..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오늘은 바람이 제법 싸아했다. 출근했던 남편은 고사포 해수욕장 인근으로 나갔다가 추워서 혼났다니 그도 그럴만하다. 바닷바람은 또 얼마나 요란하게 불어 댔을 거야. 요즘 날씨에 맞게 가볍게 입고 나갔으니 일하던 모든 사람이 춥다 춥다 그러고 왔다 한다. 가을 날씨란 참 모를 일이다. 산책로 천변으로 억새가 참 곱게도 피었다.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흔들거리면.. 아......... 좋다 싶다. 가을엔 코스모스와 억새 그리고 하늘이지.. 옥정..

그냥 쫌

귀뚜리 가을밤을 처량한 한구절의 시로 노래하는 소리보다 찬 바람이 먼저 훅 들어온다. 아직은 좋은데 머지않아 추워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꽤 오랫동안 이 창문은 닫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추위는 또 내가 친해지지 못하는 것 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이니 창문이 닫히는 날이 머지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뜨개질하느라 비 내리는 줄 몰랐는데 비가 살짝 내렸나 보네 내 방 창밖 처마 위에 빗물이 도롱도롱 매달려 있고, 꽃밭 가로등 불빛아래 나무 잎사귀들이 젖은 듯 반짝이는 것이 비가 잠깐 내렸나 봐. 아까 산책할 때 하늘과 바람이 심상치 않더니 말이다. 그래서 어제 바람 하고는 또 다른 바람이 부는구나... 창밖 느티나무 잎사귀가 제법 가을 같아. 명절 보내고 바쁜 일정 좀 소화했다고 오늘까지..

바쁘게 이틀이 지나갔다.

시계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여다봤다. 꽤나 밤이 깊은 것 같은데 아직도 시간이 아홉 시 안에 있다. 열 한시도 넘은 것 같은 느낌인데 말이다. 명절 세고... 엄마네 다녀오고.... 가족들이랑 저녁에 선물로 들어온 한우 구워 먹고.. 다음날 아침을 먹고 막둥이랑 성남행 버스를 탔다. 그리고... 택시 타고 집에 가서.. 일 보고.. 택시타고 천안행 버스.. 택시타고 일 보고 다시 성남행.. 그리고 택시 타고 아들 집으로.. 그러고 나니 밤 열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아침.. 천안으로 다시 내려와서 일 보고, 점심 먹고, 잠깐 또 일 보고.. 아들은 아들 갈 곳으로 나는 집으로 내려오는 버스를 탔다. 그때는 몰랐는데 발이 부었는지 운동화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걷기도 많이 걸었는지 허벅..

명절이 끝나가고 있다.

명절이 저물어 가고 있다.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올려다 본 하늘에는 솜털을 털어 덮어 놓은 듯 구름이 깔려 달은 보이지 않는다. 멀리 개 짖는 소리가 고요해진 만큼 내려앉은 마음을 흔들어 놓고.. 큰아이 작은아이 둘이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예전엥 비하면 더할나위 없이 간소화 된 명절임에도 몸이 같이 간소화 되었는지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왼손 엄지손가락 위에는 어디서 데였는지 모를 상처가 올라 와 있고, 몸은 자꾸 늘어지는데 마음은 편하다. 명절을 제일 피곤하게 보낸 우리집 멍뭉이는 큰아이 무릎 위에서 깊은 잠이 들었다. 괜찮은 명절이었다. 이번 명절 같기만 했으면 좋겠다. 다음 그 다음 명절도..그리고 평생.. 편안한 피곤함이 밀려온다. 커텐 실을 고르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롤 소비..

다시살아 볼 수 있다면

멍뭉이가 자고 있는 저 방석 다섯 개를 풀어서 소파매트로 합체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나머지 실은 새로 주문해서 채우는 걸로 했다. 소파매트를 뜨려면 도대체 몇 볼이 필요할지 알 수 없어서 우선 집에 있는 방석 다 풀어 떠 보고 모자라는 부분과 큰아이 거에 들어갈 양만큼만 주문하면 될것 같다. 실 구매하는거 보면 대책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이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일이고, 저 실은 변형도 거의 없고, 먼지도 많이 안 타고, 푹신해서 사람이나 멍뭉이나 아주 좋아하는 매트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커튼실을 주문해서.. 아주아주 길게 잡아서 커튼을 시작할 생각이다. 색상을 어떤걸로 할지 그걸 고민하고 있다. 집 가구 분위기 따라갈까? 엉뚱한 색을 해 볼까... 그러고..

하루가 갔다.

며칠 전 뜨개질 방해하며 누워 있던 멍뭉이가 숙면 중이시다. 계절은 소리 없이 바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덥다 싶었는데 이제 이방 창가에 앉아 있으면 춥다 느껴진다. 겉옷을 걸치고 앉아 있으니 그나마 괜찮다. 머지않아 창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중창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님 투명창이었으면 더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뭐 따듯하게 입고, 따듯한 차를 마시면서 있으면 되지만 여기 이 창은 적어도 말 그대로 창이 창이었으면 하는 아쉬움.. 불투명 유리는 닫아버리면 바깥 풍경과는 단절이라는 게 쫌 아쉽다. 옆집 나뭇가지가 밤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이 제법 있는 밤인가 봐.. 흐느적흐느적 소주 몇 잔은 걸친듯한 모양새다. 오늘은 남편이 남편친구랑 같이 산소에 가서 품앗이 벌초를 하고 왔다..